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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최근에 즐겨 들은 음반들 (2026.06) 말년을 제외하고는 당대에도 부와 명성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현대의 저작권 제도가 있었다면 사계 한곡만으로도 평생을 호화롭게 살 수 있었을 안토니오 비발디는 엄청난 다작가이기도 해서 협주곡의 수만 해도 500여 곡에 이릅니다. 이중 대부분은 솔로와 현악기군을 위한 곡이거나 독주가 없는 형태인데, 애드리언 챈들러와 라 세레니시마의 음반은 Vivaldi x2²라는 표제처럼 독특하게도 다중의 솔로 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담고 있습니다. 수록된 음악은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서 시작해서 2대의 플루트를 위한 곡, 두대의 첼로를 위한 곡 등을 거쳐 2대의 바이올린, 두대의 오보에, 두대의 리코더를 위한 협주곡에 이르고 마지막은 바이올린, 첼로, 두대의 플루트, 두대의 오보에, 통주저.. 2026. 7. 3.
[독서]히가 자매 시리즈 - 나도라키의 머리 (사와무라 이치) 일본의 소설가 사와무라 이치(澤村伊智)의 작품 중에 소위 히가 자매 시리즈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작가의 데뷔작인 보기왕이 온다에서 등장했던 히가 마코토, 히가 코토코 등의 히가 성을 지닌 자매들이 활약하는 세계관의 연작을 일컫는 이름인데, 이들 자매는 주요 등장인물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은 아니고 작품은 주로 피해자의 시점에서 1인칭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각 작품마다 이들 자매는 주요 사건을 이끈다기보다는 해결사 정도의 역할만을 수행합니다. 저는 시리즈를 한 권 한 권 읽어가고 있지만 (국내에는 제5권인 젠슈의 발소리까지만 번역이 나와 있습니다) 일반적인 독자라면 첫 번째 작품인 보기왕이 온다 정도만 읽거나 두 번째인 즈우노메 인형까지 읽어 보면, 시리즈의 스타일이나 진행방식이 눈에 보이기에 이 .. 2026. 6. 29.
[음악]역사와 음악 (15) 영국 찰스 1세와 윌리엄 로스의 음악 Nor was the King’s soul so ingrossed with grief for the death of so near a Kinsman, and Noble a Lord, but that hearing of the death of his deare servant William Lawes, he had a particular mourning from him when dead, whom he loved when living, and commonly called the Father of Musick. ― History of the worthies of England, Thomas Fuller (1662) 국왕은 가까운 혈육인 고귀한 영주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음에도, 아끼던 신하 윌리.. 2026. 6. 26.
[독서]지금 사용하고 있는 북파우치 북 커버와 북파우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 읽고 있는 책이 노출될 상황도 그리 많지 않고, 아주 험하게 책을 다루는 편도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북커버를 쓰지 않습니다. 잠시 사용을 해봤는데, 책마다 딱 맞는 경우가 아니면 저는 오히려 불편하기까지 하더군요. 만약 가방 없이 책 한 권만 들고 약속장소에 가야 하는 상황인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노출되는 경우 사회적 명망에 지장이 갈 것 같은 상황이라면 풍월한담, 뉴레프트 리뷰, 베스텐트 같은 계간지 과월호를 들고 갑니다. 통독할 필요 없이 잠시 짬이 날 때 한 꼭지 정도 읽으면 되니까요. 더 멋을 내고 싶다면 옥스퍼드의 셰익스피어나 키츠 시집 같은 것을 들고나가 좋아하는 구절을 읽으면 되겠죠. 이런 상황이지만, 북파우치.. 2026. 6. 25.
[음악]역사와 음악 (14) 엘리자베스 1세와 셰익스피어의 시대, 그리고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드디어(?) 평생의 과업이 될지 모를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인 조르디 사발의 멜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음반, 그리고 원작자인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관련글 1 / 관련글 2 / 관련글 3)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다시 읽고, 조르디 사발의 음반을 들은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글을 올리지 못했던 것은 막상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멘델스존의 음악을 역사라는 범주와 묶어 소개하기에는 접점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과 낭만주의 시대 독일을 역사라는 주제로 엮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 역사와 음악이라는 시리즈를 벗어나 문학과 음악의 관련만 이어나간다면 훨씬 쉬운 일이겠지만 말이죠. 그렇다 보니 조금은 매끄럽.. 2026. 6. 19.
[영화]페일 블루 아이 (The Pale Blue Eye) 스콧 쿠퍼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이 영화가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된 것이 2023년 초이고 올라온 즉시 찜해두기는 했지만, 얼마 전에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루이스 베이어드의 원작 소설도 읽고 하워드 쇼어의 OST도 듣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지라 영화가 올라온 지 3년이 넘어 감상평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한줄평이 아닌 적절한 길이의 영화평을 하면서 스포일러를 제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종종 스포일러를 만나실 수 있을 듯합니다.(그런데 이 영화는 결말을 알고 보면 더 많이 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름의 표기에 관해Edgar Allan Poe의 우리말 표기에 대해서는 에드거 앨런 포로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Augustus Landor는 영화에서는 랜도르로 소설 번역.. 2026. 6. 16.
[미술]음반 표지로 본 명화 (5) - 앙리 4세 궁정의 무도회 (루이 드 카울리) 다른 글을 준비하던 중에 지난번 앤 불린을 그린 에두아르 시보의 그림 이야기에 이어 이 정도 내용이면 음반 표지로 본 명화 시리즈에 별도의 글로 올려도 될 것 같은 음반을 하나 더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음악, 그리고 프랑스 궁정의 그림 오늘 이야기에 다룰 음반은 조르디 사발과 에스페리옹 20이 연주하는 엘리자베스 시대 콘소트 음악입니다. 지난 글에서 다룬 다울런드와 달리 그가 꿈꾸던 궁정에서 활동했던 작곡가들의 곡들을 묶은 음반으로, 모든 곡은 비올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음반에 대한 설명은 앞으로 올라올 역사와 음악 시리즈에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그림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합니다. 이 음반의 그림의 원본은 플랑드르의 화가 루이 드 카울리(Louis de Caullery)의 앙.. 2026. 6. 10.
소위 20대의 보수화, 그리고 40/50의 자화상 지난 대선에서 대학생인 아들이 기호 4번을 지지하고 찍기 전까지 소위 20대의 보수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좋은 세상에 태어나 노력은 안 하는 철없는 아이들이 쇼츠에 빠지고, 갈라치기에 선동되어 벌어지는 현상으로 교정되어야 할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교정되지 않는다면 포기해야 할 버린 세대라는 인식도 있었죠. 그리고 아마 이런 인식은 소위 민주계열을 지지하는 정치성향의 40/50이 지닌 거의 보편적인 인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똑똑한 우리나라 청년들이 쇼츠와 갈라치기에 놀아나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안일한 생각이고 책임회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령별 지지정당의 그래프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20/30은 빨.. 2026. 6. 5.
[미술]음반 표지로 본 명화 (4) - 체포 직후 런던 탑의 앤 불린 (에두아르 시보) 다른 글을 준비하던 중에 음반 표지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 이 정도 내용이면 음반 표지로 본 명화 시리즈에 별도의 글로 올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다룰 그림을 표지로 한 음반은 아래 음반입니다. 오늘의 표지 그림을 제공할 음반은 존 다울런드의 기악 앙상블 작품집 라크리메, 일곱 눈물 음반으로 조르디 사발과 에스페리옹 20의 알리아 복스 음반입니다. 이 블로그를 애독하시는 분이라면 조르디 사발의 음반이라는 것을 듣는 순간 역사와 음악 시리즈를 연상하실 터인데, 짐작이 맞습니다. 조르디 사발의 이 음반은 Lachrimæ, or seaven Teares figured in seaven passionate pauans, with diuers other Pauans, galliards a.. 2026. 6. 4.
6월의 기념일들 (2026년) 음악이나 예술과 관련해 6월에 챙기면 흥미로울 수 있는 기념일들을 모아보았습니다.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탄생 100주년 (6/1) 그녀의 생전에 직접 만남은 물론 영화조차 접한 적은 없지만, 어린 시절 TV 영화를 통해 접한 몇몇 영화(나이아가라 /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 등)는 마릴린 먼로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어릴 적 본 영화를 통해서도 그녀의 모습에는 멍청한 금발보다는 지적이고 고결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좀 더 순수했던 시절의 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일까요? 지금에 와서 본다면 전형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여전히 그녀의 영화는 흥겹고 오히려 그 전형적임이 안전하고 푸근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체칠리아 바르.. 2026. 6. 1.
[음악]첫 음반, 첫 사랑 (9) -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RCA) 오페라의 줄거리 상당수가 막장 드라마라 그나마 음악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누가 좋아하겠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자극적인 막장과 흥미진진한 명작이 한 끗은 아니어도 서너 끗 정도 차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도 음유시인이라는 낭만적인 제목과는 달리 어둡고 기괴하면서도 출생의 비밀과 근친 간의 경쟁과 살해까지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충실히 갖추고 있습니다. 너무 잘 알려진 줄거리지만 막장 드라마의 요소로 본다면 다음과 같은 굵직 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백작이 자신의 두 아들 중 하나가 아픈 원인으로 집시 여자를 지목하고 화형에 처함 (전형적인 갑질)그 백작에 복수하라는 화형에 처한 집시여자의 요청에 의해 그 딸이 백작의 두 아.. 2026. 5. 27.
스타벅스 aka 멸콩 다방과의 지난 세월, 그리고 이별 스타벅스가 국내에 처음 들어오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제가 가장 즐겨 찾는 커피 전문점이었습니다. 외국 출장에서도 (미국인도 아니면서) 아는 맛/분위기가 필요할 때는 스타벅스를 이용하곤 했죠. 제가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했던 것은 맛이 좋아서도, 굿즈를 탐해서도 아니었고 그냥 특별한 맛은 없지만 익히 아는 맛을 모든 매장이 오차범위 한도 내에서 보여주고, 매장의 시설이나 분위기도 늘 일정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남에서건 지방 소도시에서건 스타벅스는 늘 스타벅스였기에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런 안전한 선택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브랜드와 달리 직영으로 점포들을 유지하는 점이 이런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 안정성은 다른 브랜드에서.. 2026.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