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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첫 음반, 첫 사랑 시리즈5

[음악]첫 음반, 첫 사랑 (5) - 빌헬름 켐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 (DG) 80년대, 그리고 아마 그 이후에도 누군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음반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그의 32개의 소나타 중에 가장 사랑받고 유명한 세 개의 소나타인 , , 을 한 장에 담고 구하기도 쉬운 빌헬름 켐프의 스테레오 녹음 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었을 겁니다. 저 역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켐프의 두 번째 녹음(DG)으로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켐프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두 번의 LP 사이클로 녹음했습니다 (모노와 스테레오). 또한, 셸락(78회전 음반) 시절의 녹음도 있지만 32개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지는 않았습니다. 피아니스트에 대해 잘 모르던 초창기에 베토벤 - 빌헬름 켐프는 모르는 사람도 혹할 만큼 잘 어울렸습니다. 우선 전형적인 독일 이름인 빌헬름(Wilhelm)부터가 음악에.. 2025. 6. 18.
[음악]첫 음반, 첫 사랑 (4) - 존 윌리암스 <우주 속의 팝스>(Pops in Space) (Philips) 비록 어릴 적이지만 개봉 시 영화관에서 , , 같은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들은 내용도 매력적이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음악이 또 하나의 주연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입니다. 는 부모님, 두 살 아래 여동생과 함께 보았는데, 극장을 나오면서부터 상당 기간 동안 동생과 둘 중 누군가 슬쩍 다가가며 죠스의 테마를 읊조리면 다른 사람은 까무러치듯 무서워하는 우리만의 놀이를 즐겼습니다. 대학시절에는 큰 키에 의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이국적 얼굴을 지닌 친구가 있었는데, 겨울이면 늘 거의 발목까지 내려가는 검은색 긴 코트를 입고 다녔습니다. 저는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서관 목록카드가 있는 개방된 공간의 넓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오가는 선후배, 친구들의 안내역할을 자처하곤 했는데, 그 친구가 도서관 입구를 들.. 2025. 4. 28.
[음악]첫 음반, 첫 사랑 (3) - 베르디 <오텔로> (존 바비롤리 / EMI) 오래전에 다른 글을 통해 제가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당시 제가 본격적으로 부모님의 지원으로 음반을 모으기 시작하기 전부터 집에 몇 종의 음반이 있었는데, 부모님이 들으시던 가요와 더불어 몇몇 클래식 / 재즈 원반이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먼저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이 존 바비롤리가 지휘한 베르디의 오페라 전곡 음반이었는데, 오텔로로 분한 매크라켄을 등장시킨 표지도 인상적이었지만 오페라 전곡반 특유의 럭셔리한 포장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풀슬립 케이스 형태로 되어 내부에는 LP와 함께 책자가 들어 있고, 책자에는 출연진이나 프로덕션의 사진도 들어 있어서 이런 음반을 처음 접하는 제게는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여기서 잠깐! :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이고 우리말로는 라.. 2025. 3. 21.
[음악]첫 음반, 첫 사랑 (2) - 주페 서곡집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 DG) 중학시절 음악선생님은 육사 군악대 지휘자 출신이셨는데, 군인출신이시면서도 가끔 군인들의 (음악과 관련한) 무식함을 한탄하시곤 했는데,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연주를 위해 군악대가 도열해 있는 와중에 어떤 장성이 지휘자인 선생께 오더니 갑자기 군홧발로 조인트를 까면서 인원을 키순서로 정렬해야지 악대 정렬이 들쑥날쑥 이게 뭐냐며 호통을 쳤다고 합니다. 음악수업 중 상당 부분은 음악감상을 강요(?)하셨습니다. LP를 틀으신 뒤 조명을 낮추고 학생들에게는 눈을 감고 듣도록 지시하셨는데, 안 그래도 익숙지 않은 음악을 들어야 하는데 조명도 어둡고 눈도 감았으니 다수가 꾸벅거리며 졸곤 했죠. 이렇게 음악을 틀어놓으시곤 그 틀어놓은 음악에 맞춰 지휘를 하시곤 했습니다. 학생들을 흘깃 뜬 눈으로 그 모습을 보면서 .. 2025. 1. 24.
[음악]첫 음반, 첫 사랑 (1) - 쇼팽 왈츠 모음집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 RCA) 인생사에서 첫 만남이 첫사랑이 되기도 힘들고, 첫사랑이 이루어지기도 힘들지만, 음반과의 인연은 의외로 첫 음반의 경험으로 어떤 곡이나 연주자를 좋아해서 그 취향이 이어지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이 시리즈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제가 처음 들은 음반 덕에 그 곡을 좋아하게 된 경험을 늘어놓을까 합니다. 제가 어떤 곡을 좋아하게 된 첫 음반이 아니라, 제가 그 곡을 들은 첫 음반이 동시에 그 곡을 좋아하게 한 음반인 경우에 한정하기에 제 음악감상의 연식 때문에 대부분은 LP 및 그 LP의 복각에 대한 소개가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음반은 제가 쇼팽의 왈츠를 지금까지도 자주 듣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루빈스타인의 두 번째 녹음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은 1981년에 지구레.. 2024.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