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게임 - 취미생활211 [독서]미야베 미유키 에도시대 시리즈들 중간 정산 사소한 동기에서 2015년 초부터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배경의 시리즈들을 읽기 시작한 이래 어느덧 10년 하고도 반년이 더 지났습니다. 출판사 북스피어의 명칭에 따라 미야베 월드 2막이라 부르건 그냥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물이라 부르건 편의에 따른 구분일 뿐, 관통하는 것은 에도시대 배경이라는 것과 동일 작가라는 점, 그리고 추리던 괴기던 장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렇기에 등장인물에 따라 몇 가지의 시리즈로 나뉘는데, 세계관이 겹치는 것일 듯한 떡밥이 은근하거나 노골적으로 있어도 작가가 딱히 에도시대물을 엮어 하나의 시리즈라 칭하고픈 마음도 없는 듯합니다. 출판사 사장께서 오래전에 (이후 업데이트가 없어 근자에 나온 작품은 모두 빠진) 자신의 주관을 담아 읽는 순서를 정해 추천한 바.. 2025. 7. 9. [독서]겐자키 히루코 시리즈 (시인장의 살인 / 마안갑의 살인 / 흉인저의 살인) 한자를 어지간히 잘 알아도 한글로 표기된 제목만으로는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 거의 불가능하고, 한자로 병기된 제목을 본 경우에도 책을 어느 정도 읽어야 짐작할 수 있는 제목으로 이루어진, 하지만 그 제목덕에 일본의 밀실 살인사건 소설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겐자키 히루코 시리즈 또는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를 소개할까 합니다. (읽은 지 제법 지난 책이라 사실관계에 약간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사실 책 제목들이 오히려 스포일러입니다. 2017년 출간된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첫 추리소설인 의 대단한 성공으로 시리즈로 3권까지 발행된 이 시리즈는 세권 모두 추리소설의 흔한 클리셰인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에서 노골적으로 살인사건에서는 추리소설.. 2025. 7. 1. [독서]아이작 아시모프, 파운데이션 3부작 - <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과 제국>, <제2파운데이션> 다른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제가 처음 접한 동화가 아닌 책이자, 첫 SF는 쥴 베른의 였습니다. 이후 초등학교부터는 추리소설과 함께 아이디어회관의 SF 시리즈를 탐독했고 아마도 출간된 모든 시리즈를 읽었지만 한동안 SF는 영화로만 접하고 제가 다시 SF를 읽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여 년 전 정도부터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디어회관 SF와 2010년대 유통되던 SF 사이의 간극에서 절판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사라지거나 지난 10여 년의 세월 속에 제가 간과했던 SF들이 제법 많을 수밖에 없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도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읽을 책들의 목록에서만 오랜 기간을 보내던 책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읽은 아이디어회관의 SF 시리즈가 아시모프의 (이 올바른 번역이.. 2025. 6. 12. [독서]양자역학의 역사 (데이비드 카이저 / 동아시아) 책을 고를 때 책 제목이나 광고, 책 뒤표지나 날개만 보고 흥미를 느껴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종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어서 더 좋았거나 약간 실망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다 번역제목이 아닌 원제를 보면서 "아하!" 하는 경우도 있는데, 데이비드 카이저의 가 그런 경우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인데, 번역 제목이 양자역학의 역사를 플랑크 시대부터 현재까지 연대기적인 흐름과 그 주요 내용을 서술할 것으로 기대되게 만드는 반면, 책의 실제 내용은 양자역학의 등장 이후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순간들의 스냅숏 18장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함께 풀어낸 묶음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중요 순간이나 이론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극히 제한적이고 과학사 및 과학사회학적인 접근이 더 많습니다. .. 2025. 4. 30. <레슬매니아 41>에 대한 소감 작년 에 대한 소감을 올린 지 벌써 1년이 흘러 이 끝났습니다. 전문 블로그는 아니지만 레슬매니아 정도의 중요행사를 1년에 한 번 정도 다루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41에 대한 소감을 올립니다. 아래에는 경기결과에 대한 스포일러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레슬매니아 1일 차 월드 헤비급 챔피언십 (군터 vs 제이 우소) 같은 날 열린 제이드 카길과 나오미의 경기만큼이나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경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예측과 달리 제이 우소가 로열럼블에서 우승을 한 점, 제이는 이미 군터에게 여러 번 패배를 당한 전력이 있음을 생각할 때, 이번에도 제이가 지고 군터가 이기는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군터가 인터컨티넨탈 챔피언십의 위상을 엄청나게 올려놓았던 것과는 달리 월드 헤비.. 2025. 4. 23. [독서]댜길레프의 제국 - 발레 뤼스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루퍼트 크리스천슨 지음 / 에포크) 위대한 춤은 허공을 가로질러 공간을 조각한 뒤 향수처럼 차츰 사라진다. 창시자가 떠나고 나면 짧고 불확실한 생이 남는다. 안무는 시나 그림 같은 영원한 힘을 거의 갖지 못한다. 카메라는 안무를 그저 이차원으로 납작하게 만든다. 춤의 외형적 움직임은 비디오와 기보법을 통해 전달될 수 있지만 춤의 영혼은 그럴 수가 없다. 피부밑에서 이뤄지는 미세한 동작과 의미를 추적하는 일은 안무가 본인이나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그러나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기억이 다른 것을 더하거나 빼기도 하고, 단지 잘못 기억해서 원형을 바꾼다. 다른 물체나 감각과 맞아떨어지도록 귀퉁이가 잘리고, 뉘앙스가 흐릿해지고, 모서리가 뭉툭해지고, 움직임은 진화해 다른 어떤 것이 된다. 기억은 생명체다. 우리는 우리 선조들과 다.. 2025. 4. 14. [독서]취향에 따라 흥미로울 수도 있는 책 몇권 소개 -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 <차·향·꽃의 문화사>, <대명제국의 도시생활> 근래에 읽은 책 몇 권에 대한 짧은 소개입니다. 우연찮게 모두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발간된 책인데, 딱히 출판사와 연관이 있거나 일부러 골라서 읽고 평을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만, 뭔가 글항아리에서 출간하는 책이 제 취향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반증이기는 하겠습니다. (메리 비어드 지음 / 글항아리) 제 이탈리아 여행의 남방 한계선은 로마였기에 폼페이를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폼페이의 모습은 어린 시절에 본 영화 (1959), (2014), 그리고 이런저런 다큐와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 를 통해 형성된 것입니다. 2014년 영화가 당초 계획대로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했다면 아마도 제대로 된 폼페이에 대한 영화가 되었을 터이지만, 감독의 사정으로 .. 2025. 3. 31. [게임]아즈텍(Aztec) 어떤 분이 무시무시한 연식을 또 이야기하시겠지만, 지금도 가끔 즐기는 게임에 아즈텍(Aztec)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80년대 가정용 컴퓨터 붐 속에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팔던 Apple II+ 복제품을 가지고 놀다가 큰 마음먹고 디스크 드라이브를 구입했습니다. 당시 대세는 마치 LP플레이어처럼 일본 나쇼날의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 대세였지만, 아수카 같은 곳에서 내놓은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 그 아성에 도전하던 시기였는데, 저는 조용함이 마음에 들어 아수카의 드라이브를 구입했습니다. 당시야 (회사에서 디스크를 사용하신 분들이라면 친숙할 2HD 방식 보다 전 세대인) 1SDD 방식이 최신이던 시절이지만, 최신 게임도 주로 한 장이면 되었고, 단순한 게임이라면 한 장에 몇 가지가 들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 2025. 3. 20. [독서]사카나(魚)와 일본 - 비릿 짭짤, 일본 어식(魚食) 문화 이야기 (서영찬 지음 / 동아시아) 참치가 고급 생선의 지위에 오른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고, 에도시대에는 가다랑어가 최고급 생선으로 맏물을 맛보기 위해서 지금 돈으로 한 마리에 수백만 원의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요즈음 우리가 먹는 스시인 니기리즈시의 역사도 생각보다 짧아서 19세기 초에 에도에서 탄생했고, 그 이전에 스시라고 하면 최소 몇 개월을 삭힌 우리나라의 홍어 같은 나레즈시를 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서 슬쩍 잡학다식을 자랑하며 분위기를 띄우기 좋은 일본 어식(魚食)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각각의 품종을 단위로 해서 풀어놓은 책이 입니다. 저자는 일본 출신이거나 일본에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일본어 출전을 섭렵해 단순한 음식이나 물고기 이야기를 넘어 역사와 문화, 설화 등을 음식 재.. 2025. 2. 28. [독서]말과 글의 달인이 되는 법: 우리말 어원 사전 (조항범 지음 / 태학사) 과거 가짜뉴스도 이런 그럴듯하지도 않은 가짜뉴스가 있냐고 생각했던 일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을 4일로 생각하며, 을 로 아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기자 중에도 이라는 표기를 쓴 경우도 있다는, 그래서 문해력이 문제 되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몇 년 주기로 반복될 때마다 정말 극히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과장해서 뉴스화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정국과 이런저런 말들의 오감을 보면서 학력이나 직업, 나이에 상관없이 저런 이야기들을 믿고, 저렇게 생각하고, 믿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공연히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세상인데 을 4일로 생각하고 우기고 고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 이상한 세상은 아닐 수도 있겠.. 2025. 2. 3. [독서]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전시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추천 국립박물관에서 3월 초까지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과 협업으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미술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클림트가 가장 유명하니 클림트의 작품을 많이 기대하고 가실 텐데, 클림트 보다는 실레의 작품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물론 저같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 시절 비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시 작가 모두가 소중하지만, 회화 쪽에 관심이 많은 일반적인 애호가들로서는 공예품도 상당수 전시된 이번 전시가 약간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듯합니다만, 분리파 예술에 있어 건축과 공예는 매우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참고하시면 이번 전시가 사실은 매우 알찬 면모가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해를 위해 사전/사후에 읽으면 좋을 책 두 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첫 번째는 전시의 제목과 같.. 2025. 1. 16. [독서]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 도쿠가와 가문은 어떻게 원예로 한 시대를 지배했는가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 글항아리) 도쿄(에도)에서는 소바(메밀국수)를 많이 먹고, 오사카는 우동을 먹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생쌀을 먹지 못하게 엄명을 내렸던 이에야스의 지시는 정말로 그 전황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결정이었을까요? 벚꽃은 정말 죽음을 숭상하는 무사정신의 표상으로 추앙되기 시작한 것일까요? 이런 소소하고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식물과 그 생태에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입니다. 책의 원제는 조금 더 추상적이자 센고쿠-에도막부 시대를 아는 사람이라면 좀 더 흥미를 자아낼 제목인 인데, 책의 종반부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저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잡초생태학을 전공한 학자로 농림기술연구소 등을 .. 2025. 1. 13.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