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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카메라 - IT

[문구]러다이트 펜케이스 아드리아 벤디 에센셜, 블랙윙 포인트 가드

by 만술[ME] 2026. 4. 24.

제가 필기구나 문구 애호가는 아니다 보니 문구에 대한 로망도 없고, 어지간하면 가리지 않고 사용합니다. 특별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브랜드나 제품명을 찍어서 요청하거나 외근 중에 문구점에 들러 직접 구하기도 했습니다만, 주로 회사 지급품이나 직원들이 사다 주는 물품으로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출장이나 외근 시에는 필기구 한 자루 재킷에 꽂으면 그만이었던지라 늘 가방을 들고 다니지만 따로 필통 같은 것을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회사를 옮기면서 전에 이야기한 대로 고속열차를 이용한 출장의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출장 시에 (서류 열람은 아이패드의 활용도가 높기는 합니다만) 뭔가 적거나 할 기회가 늘었고, 당연히 필기구를 따로 소지해야 할 필요도 생겼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정말 오랜만에 필통이라는 존재가 필요하게 된 것이죠.

 

문구나 필기구 애호가들에게 있어 필통의 의미는 매우 큽니다. 다른 이의 필통과 그 내용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신의 필통과 내용물을 공유하고 싶어 하죠. 저야 대단한 필기구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연필 몇 자루와 다른 용도의 필기구 몇 점이니 필통 내용을 공개할 이유는 없고, 쓰고 있는 필통, 사실은 펜파우치/펜케이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할까 합니다.

 

러다이트 펜케이스 아드리아 벤디 에센셜

 

러다이트는 다양한 종류의 샤프와 필통을 만드는 일본 브랜드입니다. 필통도 형태와 재질별로 다양한 제품이 있고, 특히 코듀라, 데님 같은 천 종류로 된 필통이 유명합니다. 저는 나이도 있고 해서 가죽으로 골랐습니다. 가죽으로 된 러다이트의 필통은 라운드 지퍼 형태로 된 전형적인 필통과 제가 쓰고 있는 벤디 에센셜 제품뿐입니다. 가죽으로 된 다른 브랜드도 있지만, 상당수는 펜을 한통에 넣고 다니는 학생용 필통 스타일이거나 완전히 만년필 전용의 느낌인 것뿐이어서 저같이 만년필 보다 연필 위주의 필기구 보관 용도로 사용하면서 안에서 부딪히고 뒤져서 찾아야 하는 일반적인 필통 형태는 지양하는 스타일로는 러다이트 제품이 가장 유용해 보였습니다. 원산지도 일본이라 조금 더 신뢰가 가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의 제품 우측하단에서 살짝 보이는 것처럼 브랜드명이 눈에 띄지 않게 찍혀있다는 것도 제게는 장점입니다.

 

 

디자인은 위에 보이는 것처럼 일반적인 지퍼 달린 필통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똑딱이 단추를 풀면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총 여섯 개의 펜을 꽂을 수 있는 장소가 나타나는 것이죠. 다만 보시는 것처럼 맨 왼쪽과 가운데의 수납장소는 얇은 펜에 적합하고, 나머지는 적절한 두께의 만년필까지는 수납이 가능합니다. 몽블랑의 경우, 146을 가지고 있어서 넣어 보았는데, 이 정도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149 정도 되면 들어가기는 하지만 좀 빡빡할 것 같습니다. 러다이트가 샤프만 만들지 않고 만년필을 만들었다면 좀 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오른편 펜을 수납하는 공간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가죽 커버를 덮을 수 있어 펜끼리 부딪히며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펼친 상태에서 양 끝단에는 지퍼가 달린 주머니가 하나씩 있습니다. 일반적인 필통처럼 펜을 수납하는 것도 가능은 합니다만 공간이 충분치 않기에 자, 포스트잇 같은 납작한 것들을 보관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지퍼는 같은 재질 가죽으로 손잡이가 달려 있고, YKK 제품을 썼다고 하니 지퍼가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체 크기는 접혀 있는 상태에서는 19×8.8×3cm이고 펼친 상태는 가운데 부분이 25.5cm로 늘어납니다. 즉, 펜의 길이로 볼 때 위/아래의 여백을 생각하면 플러스펜(16.5cm) 정도의 길이가 적절합니다. 일반적인 만년필, 볼펜의 길이를 감안하면 무난하다 생각됩니다. 다만 연필의 경우는 깎지 않은 상태가 보통 17.5cm이니 깎은 뒤에 꽂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래 설명하겠지만) 저처럼 심을 보호하거나 필통에 연필자국이 남는 것을 피하려 연필뚜껑(고오급스런 용어로는 포인트 가드)을 사용하는 경우는 새 연필은 불가하고 좀 써서 짧아진 연필만 수납이 가능합니다.

 

가죽에 대하여

 

이 제품은 이탈리아 가죽 업체인 마스트로토(Mastrotto)의 아드리아(Adria) 가죽을 가용하고 있습니다. 이 가죽은 풀그레인 가죽으로 크롬태닝을 한 제품입니다. 얼핏 보거나 자세히 보아도 촉감, 형태는 슈렁큰 가죽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찍어낸 페블 가죽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 때문에 슈렁큰 무늬 엠보 가죽이라 칭해지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슈렁큰 공정을 거친 가죽은 아니고 무늬를 찍어낸 것은 맞고 무늬를 찍어냈어도 원판은 풀그레인 가죽을 사용한 것도 맞습니다. 제조사 홈페이지를 보면 무려 101가지의 색상을 자랑하는데, 러다이트에서 이 제품은 검정, 갈색, 진갈색, 블루그레이의 네 종류의 색상을 제공합니다. 

 

풀그레인 가죽을 사용했지만, 크롬 태닝에 찍어낸 무늬 덕에 베지터블 태닝 제품처럼 자연스러운 에이징보다는 변함없는 모양을 기대하는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야 가죽 특유의 낡아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풀그레인 베지터블 가죽 특유의 잔흠집, 색이 짙어지는 특성을 좋아하지 않는 분도 많으니 이리저리 굴리고 조심성 있게 사용하기보다는 편하게 사용해야 하는 필통/펜파우치의 특성상 이런 가죽의 특성은 많은 경우에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겉에 사용한 가죽 대비 안쪽에 사용한 가죽은 두께가 얇습니다.   

 

블랙윙 연필뚜껑 aka 포인트 가드

 

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이유로 블랙윙 연필은 사용치 않지만, 블랙윙에서 나온 연필뚜껑은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품명은 포인트 가드라고 불리는데, 연필심을 앞이 뾰족하다는 이유로 포인트라고 부르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용도는 연필을 휴대 시 심이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어딘가에 연필심이 의도치 않게 묻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입니다. 초등학생에게 어울릴 제품들을 제외하면 주로 가죽 공방 같은 곳에서 자투리 가죽을 활용해 만든 제품들이 주류입니다만, 뭔가 색다르면서도 저렴해 보이지 않는 것을 찾다 보니 이 제품 외에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생각하면 저렴해 보이면 너무 억울할 것 같습니다.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고 (과거에는 다른 색도 한정판으로 나왔지만) 금색, 은색, 검은색 세 가지 종류로 나옵니다. 자신들의 블랙윙 연필의 화려함을 생각하고 만든 것 같은데, 그렇기에 다른 브랜드의 연필과 함께 쓰려면 세 가지 중 색을 잘 골라야 합니다. 세 가지를 이리저리 적용해 본 바로는, 제가 사용하는 연필들 기준으로 톰보 모노 시리즈는 검은색과 금색이 잘 어울리고, 은색은 나쁘지는 않은 정도입니다. 파버-카스텔 9000 시리즈는 금박 글씨에 녹색이라 금색이 제일 잘 어울리고, 은색이나 검은색은 별로입니다. 스태들러의 마스 루모그라프는 꼭지의 검은색 덕에 검은색이 가장 잘 어울리고, 다음이 은색이 몸통의 은색 글씨와 조합되어 낫습니다만, 의외로 아예 언밸런스한 금색도 끼워볼 만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높은 가격이고, 다음은 연필의 키가 2cm 정도 커진다는 것입니다. 새 연필에 꽂으면 필통에 따라 수납이 불가한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뚜껑 자체의 무게가 연필보다 무겁습니다. 그래서 글씨를 쓸 때 뚜껑을 연필 상단에 쫒으면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아 글씨를 쓰기 힘들기에 따로 잘 보관해야 합니다. 잃어버리면 파버-카스텔 9000급 연필 한 타(打)를 날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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