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싸움을 하던 어린 시절, 그리고 그 이후에도 친구들 사이에 시계의 방수와 그 등급은 늘 자랑거리였습니다. 브랜드를 넘어 100미터 방수보다는 150미터 방수 시계가 더 좋은 시계로, 150미터보다는 200미터가 더 좋은 시계로 생각되었죠. 그 시절에도 잠수를 200미터씩이나 하는 일이 가당키나 하겠냐는 이야기와 함께 뭔가 방수등급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아래의 기사를 보면 시계(그리고 전자제품)의 방수에 대한 신화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수심 50m 방수' 믿고 수영·물놀이 하다 스마트워치 침수 피해...무상 수리는 '하늘의 별따기'
서울 용산구에 사는 임 모(여)씨는 2년 전 애플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 SE 모델을 구입해 사용하던 중 바닷물에 빠뜨린 뒤 침수됐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애플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가 불가능하다'며 리퍼 제품 구매를 권했다. 임 씨는 "애플 홈페이지에는 최대 수심 50m까지 방수가 된다고 쓰여 있다"며 "침수가 됐다면 제품상 문제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출처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예전 애플워치의 방수성능을 자랑하던 동료들에게 나라면 그 방수등급 정도의 기기, 특히나 전자적인 장비라면 수영이나 샤워는 물론 가능하면 손을 씻을 때도 풀어놓겠다고 했더니 물 빼기 기능을 이야기하며 방수에 대한 자신감을 자랑하더군요. 제 경우 일반적인 IP 등급이 달린 전자제품이라면, 물 근처에 가지고는 가지만 물에 닿지는 않게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과 관련된 사용은 안 할 것인데, 예를 들어 블루투스 스피커라면 풀빌라에서 풀 근처 탁자 위에 놓고 사용하는 정도지 바닥에도 놓지 않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IP 등급 제품을 물속에 담그는 일은 상상도 못 할 겁니다. 시계에 많이 쓰는 ATM 기준으로는 5 ATM(소위 50미터 방수)라면 방수가 없는 시계로 생각하고 사용하며, 10 ATM(100미터) 정도면 생활방수로 걱정 없이 비를 맞거나 손을 씻을 때 풀지 않아도 되는 정도로 생각하고, 15~20 ATM(150~200미터) 정도면 물 맞을 위험이 있는 레저활동에 사용하지만, 물에 들어가는 경우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며 (즉, 계곡에 발 담그고 노는 용도에는 적합하지만 수영이나 스쿠버는 안 함) 아마도 제 시계 중에는 20 ATM에 이런저런 충격방지에 방진 기능도 있는 지샥 머드마스터 GG-B100 정도만 수영장이나 물놀이 시설에서 큰 부담 없이 사용할 것 같습니다. 물론 기계식 시계의 경우에는 방수등급과 관계없이 가능한 물을 피하고 사는 것이 정석이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 높은 방수등급에 탐험용을 표방한 기계식 시계가 있지만 등산 정도나 (GMT 기능을 이용해) 해외여행에는 이용하겠지만, 계곡에 앉아 발 담그는 것 외에 물에 들어가는 일(래프팅, 수영)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방수등급이나 성능은 테스트 조건을 통과했다는 의미이지 실전에서, 그리고 이런저런 사용으로 인한 충격 등으로 그 기능이 저하될 수 있음을 전제로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스마트폰을 물로 씻는 장면이 나오는 광고나, 스마트워치를 차고 수영을 해도 된다는 광고는 제품 교체주기를 빠르게 하려는 꼼수 정도로 밖에 안보입니다. 구입초기야 문제없겠지만, 몇 달 뒤, 몇 년 뒤에도 문제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IP 등급이나 ATM, 몇 미터 방수 같은 통일되지 않은 방수 등급은 물론, 방수에 대한 설명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위 기사에 나온 수심 50미터 방수라는 말은, 일반 소바자 입장에서는 50미터에서도 끄떡없는데 2미터도 안 되는 물놀이에 사용하면 전혀 문제없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소위 50미터 방수라는 것은 5 ATM의 수압을 견딘다는 것이고, 수도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배수관에서 급수관으로 분기되는 지점에서 배수관의 최소동수압(最少動水壓)은 150 kPa(1.53 kgf/㎠) 이상이어야 하며, 최대정수압은 740 kPa(7.55 kgf/㎠) 이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으니, 수전을 완전히 틀었을 때 나오는 물의 최소 수압은 아마도 150 kPa = 약 1.48 ATM이고, 최대 정수압을 고려 시 관에 그 정도 압이 걸릴 일은 없고 수도꼭지를 틀면 수압이 급격히 떨어지니 최대 수압이 5 ATM을 넘기는 힘들 것 같아 50미터 방수시계를 차고 손 씻는 행위 정도는 가능해 보입니다만, 다양한 압력과 충격이 발생하는 물놀이 상황은 장담하기 힘들 듯합니다.
아무튼 물에서 사용하라고 만든 장비가 아닌데, 구태여 물과 친하지 않은 전자제품을 물과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방수등급이라는 것은 긴급한 상황, 예를 들면 갑자기 비가 온다거나 물이 튀거나 하는 상황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니 꼭 실내가 아니라 실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원래 여름에 쓴 글인데, 마음에 안 들어 완성 안 하고 놔두다가 뒤늦게 수정해서 올린 관계로 철 지난 게시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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