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C의 간략한 원리]
음악 재생에 있어 대부분의 음악이 디지털에서 출발하지만, 우리의 귀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로의 변환을 한 번은 거쳐야 하고, 이 변환을 담당하는 것이 DAC(Digital-to-Analog Converter)입니다. 일반적인 앰프는 아날로그 신호를 처리하므로, 이 D-A 변환은 앰프보다 앞단에서 이루어지는데, 일반적으로는 플레이어에 포함되어 있는 DAC를 이용하고, 경우에 따라 이 D-A 변환만을 담당하는 별도의 장치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D-A 변환의 방식은 크게 몇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상용화된 DAC칩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컴퓨터에 상용화된 인텔이나 AMD의 프로세서를 이용하듯 ESS, AKM 등의 상용칩을 이용해 DAC를 구성하는 것이죠. 값비싼 오디오 가격에 비해 이 상용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최신의 칩을 사용하면 그 실제적인 음질 향상효과와는 별개로 마케팅에도 유리하기에 차이파이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이들의 최신 칩을 장착하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은 한술 더 떠 단순히 최신 칩을 장작 한 것에 그치지 않고 예를 들어 칩하나로도 일반적인 스테레오는 물론 8 채널 처리가 가능한 ESS 9039 Pro 같은 최신 사양의 칩을 채널당 하나씩 써서 듀얼로 구성하거나 총 4개의 칩을 사용해 쿼드로 구성하여 소비자를 유혹하기도 합니다.
이런 델타-시그마 방식의 상용칩에 비해 구식인, 저항을 이용하는 R2R 방식도 있는데, 스펙상으로는 델타-시그마 방식의 신형칩을 도저히 따라갈 수는 없지만, 저항 선별의 난도와 제조의 까다로움, 그리고 음악성을 내세워 주로 고가의 제품으로 마케팅을 합니다. 칩하나 사다가 박으면 만들어지는 DAC가 아니고 뭔가 장인이 저항을 한 땀 한 땀 박아서 만든 듯한 제품이라는 거죠.
또 다른 방식은 DAC 칩 자체를 상용화된 제품을 사다 쓰는 것이 아니고, 애플이 자기들이 쓸 프로세서를 직접 설계하듯, 자신 만의 칩을 만드는 것입니다.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를 이용해 자신만의 로직으로 D-A 변환을 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영국의 코드(Chord) 같은 회사의 제품이 있습니다.
D-A 변환이라는 것은 결국 A-D 변환을 통해 얻어진 (CD의 경우 16 bits / 44.1kHz의) 디지털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원래 A-D 변환을 했던 아날로그 파형과 같은 모양으로 변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그러자면 이 샘플링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이를 위해 도입하는 것이 오버 샘플링으로 CD의 44.1kHz 샘플링은 인간의 가청 주파수인 22.05kHz를 두 배 오버 샘플링 한 것입니다. 이때 샘플에 삽입된 노이즈는 중간중간을 보간 해주는 방법으로 처리해서 필터링을 하게 됩니다. 이 보간을 위해 계산을 수행하는 필터링의 수를 탭이라 하는데, 코드 사는 일반적인 DAC들이 수백 개 정도의 탭을 지닌 반면, 자연스러운 아날로그 음형을 얻기 위해서는 100만 개의 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수십 년 전부터 자사의 DAC를 발매하면서 이 탭수를 늘리는 일에 주력해 왔습니다. 현재 코드사의 최상위 DAC인 DAVE의 경우 164,000개의 탭을 지니고 있고, 별도의 업샘플링 장비인 엠스케일러의 경우 100만 탭을 지원합니다.
[진실과 환상 사이 그 어떤 곳]
그런데 사실 이것은 스펙상의 이야기이고, 원칙상 가장 좋은 DAC는 디지털 정보로부터 최초의 아날로그 파형을 가장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DAC를 사용하는 이유가 정확한 아날로그 파형을 얻고자 함이기는 하지만, 그 아날로그 파형이 중요한 이유는 <음악> 때문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정확성에 더하여 <음악성>이라는 매우 주관적이면서 정의하기 힘든 묘한 변수가 끼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오디오파일들은 이 음악성이라는 <취향>의 문제를 <정확성> 또는 <충실성>이라는 과학의 범주에 슬쩍 끼워 넣고 <음질>이라는 말로 포장을 하곤 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평범한 자신의 얼굴이 예쁘게 나오고, 대단치 않은 풍광을 절경으로 만드는 카메라를 <화질>이 좋은 카메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자기가 듣기에 좋은 소리를 만들어 주는 장비를 음질이 좋다고 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LP가 CD보다 음질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LP가 CD에 비해 찰지고, 따스하고, 정감 있고,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지만, 그건 음질이 좋은 것은 아닌데, 자꾸만 음질을 이야기합니다. 오디오 평론가조차 <피어오르는 고음> 같은 표현을 특정 장비가 가진 <음색>이 아닌 <음질>과 연관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사용자만을 탓할 일은 아니기도 합니다.
제 입장은 <음질>이라는 표현을 한정적으로 사용한다면 사용자가 <음질> 보다 <취향>을 선택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업체나 소비자들이 (특히 최종적인 음악의 전달자인) 스피커나 헤드폰에 있어 모니터링 용도와 음악감상 용도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재생매체를 통한 음악 감상은 정확한 음의 전달이 능사인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코드 큐티스트(Chord Qutest)를 선택하기까지]
얼마 전 제 오디오 파일 연대기를 작성하면서 지금 상황에서 업그레이드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DAC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능하면 이 기회에 사용 중인 앰프의 퇴역을 준비하고 프리/파워의 분리 준비와 작금의 헤드폰 중심의 음악감상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으로 T+A DAC200, Chord Hugo TT2, SPL Director MK2 + Phonitor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델타-시그마 방식의 상용 칩을 넣은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면, 새로운 차세대 칩을 넣은 중국산 제품들을 수시로 마주할 자신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어 차라리 JAVS에서 나온 Arte나 Tamra 같은 모듈형 DAC를 구입 후 몇 년에 한 번씩 새로운 상용칩을 이용한 모듈이 나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모듈을 바꿔 끼워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면 상용칩을 이용하지 않아 제품 업데이트 주기가 제법 긴 코드의 Hugo TT2 같은 전혀 다른 계열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러던 차에 코드의 DAC 전용 제품인 큐티스트(Qutest)를 추천하는 답글을 보았고, 안 그래도 이도 저도 말고 저렴하게 DAC만 갈고 고장 나서 은퇴할 때까지 오디오넷의 앰프를 그냥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던 차에 큐티스트를 적극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큐티스트의 장점은 탭 숫자는 49,152로 Hugo TT2의 98,304나 Dave의 164,000에 비해 낮지만 나머지 DAC 부분은 상급기의 심장을 물려받았다는 것이고, 다만 아날로그 출력단이 RCA 한조로 앰프와 헤드폰 앰프를 별도로 운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냥 DAC만 하나 추가하는 단출한 업그레이드라면 오디오넷의 헤드폰 앰프에 불만이 없으니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추가로 SACD의 경우는 DSD 입력을 받을 수 있는 HDMI 입력단이 있어야 하는데, 생각해 보면 HDMI를 지원한다는 DAC 제품도 대부분 eArc를 지원할 뿐 DSD 입력은 USB로만 받고, T+A DAC 200도 HDMI로 DSD 입력을 받을 수 있지만 별도 옵션을 달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DAC에 SACD의 DSD 입력을 받겠다는 생각만 포기하면 코드 큐티스트가 기능상으로 딱히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더구나 코드 DAC의 대부분의 장점을 가졌음에도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임을 생각하면, 특히 T+A DAC 200의 사악한 가격이나 Hugo TT2의 가격과 비교하면 별 고민 없이 구입해서 몇 년 사용해 봐도 좋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마침 행사하는 곳도 있어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큐티스트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설치와 연결]
설치와 관련해서 특별한 이슈는 없습니다. 온/오프 기능도 따로 없어 전원을 연결하면 끝입니다. USB 하나, 동축 2개, 광 입력 하나를 받을 수 있고, USB 케이블도 포함되어 있기에 (PC파이를 하지 않는 저는) USB로 스트리머인 Blusound Node 3세대를 연결하고, CDP는 동축으로, TV는 광으로 연결했습니다. SACD는 앰프와 아날로그로 연결했고요. 이렇게 연결해 놓으니 큐티스트는 DAC 겸 셀렉터 역할을 하고 BD나 SACD 플레이 시에만 앰프의 입력을 바꾸면 되게 되었습니다. 딱히 놓을 데가 없어서 Oppo-105 위에 얹어놓았는데, 크기나 모양이 이름처럼 큐트 해서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RCA가 아닌 BNC 단자로 동축 입력을 받기에 흔히 쓰는 RCA 단자 케이블을 활용하려면 변환단자를 사용해야 하는데, 다행히 수입사에서 별도로 변환단자를 제공합니다.
어떠한 디스플레이 창도 없고, 노브도 달려 있지 않고 버튼을 누르면 색이 변하는 등 색으로 모든 작동 상태를 표시하는 전형적인 코드사의 인터페이스지만, 몇 번 사용하다 보면 노랑과 빨강은 BNC, 초록은 광입력, 흰색은 USB 같이 외우게 됩니다. 다만 현재 입력된 신호의 샘플 레이트를 색으로 표시하는 것은 좋은데, 384/705.6/768은 모두 보라색이라 구분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현재 타이달을 주로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192가 한계니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그냥 44.1 빨강 / 96 초록 / 192 진한 파랑 정도만 기억하면 끝입니다.
[듣기 평가]
처음 듣는 순간 소리가 확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드에서 재생되는 타이달 음원의 소리에 대한 불만이 모두 해소되었습니다. 기존에 듣던 소리 대비 좀 더 아날로그적으로 소리가 바뀌었고, 조금 더 볼륨을 높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무대가 넓어지지는 않지만 각 악기 사이의 빈 공간을 더 잘 확실하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상력이 더 올라간 느낌을 받게 됩니다. 어느 대역이 강조됨 없이 평탄한 느낌인데, 그렇다고 마냥 심심하지는 않습니다.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 비교를 하자면 기존의 소리가 반복재생을 위한 박제된 음악이라는 한계를 못 넘어가는 느낌이라면 큐티스트를 통한 소리는 음악을 <라이브 이벤트>로 만들 주는 느낌입니다. CD의 경우는 그 차이가 스트리밍에 비해 극적이지는 않지만 소리의 변화 경향은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좀 더 음악을 오래 듣고 즐기게 해 주며, 좀 더 집중력을 가지고 음악을 듣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펀 사운드는 전혀 아님에도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즐기게 해 준다 하겠습니다.
만약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뭔가 아쉬운 분이라면, 그리고 큐티스트 정도의 가격을 투자할 여력이 되신다면, 앞단에 슬쩍 큐티스트를 끼워 넣는다면 한동안 만족하며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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