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최근 공연 감상 후기 + 알파

by 만술[ME] 2003. 11. 11.
지난 9월6일자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던 뮬로바+OAE의 연주회를 지난 토요일 다녀왔습니다. (바로가기)

이런 종류의 공연이 끝나면 몇몇 동호회 등에 후기가 올라오게 마련인데 이런 후기를 비롯해 지상의 평론에항상 언급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관객의 매너에 대한 이야기죠.

이번 공연에 대한 후기에서 모 동호회 등에 올라온 글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최근 참석했던 공연은 10월17일 페터 슈라이어 "겨울여행" 공연, 11월3일 "가을밤의 콘써트", 그리고 뮬로바+OAE 공연이는데 세 공연 모두 객석의 문제는 있었습니다. 슈라이어 공연에서는 한개의 곡으로 봐야하는 "겨울여행"임에도 "보리수"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나왔고, 심지어는(인터미션이 없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공연 중간에 입장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가을밤의 콘써트"는 다소 소란스러운 감은 있었지만 공연의 성격상 큰 문제는 아니었고, 뮬로바+OAE 공연에서는 악장간의 박수, 공연중의 촬영, 관객의 조금은 심하다 싶은 기침소리와 한두 아이들의 움직임이 있었죠.


이런 이유로대부분에 대한 공연평은 ①공연중 관객의 매너가 엉망이었다. ②이런 무매너와 소란으로 연주에 집중하기 힘들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③연주자(들)도 관객의 이런 무매너 때문에 집중을 못해서인지 연주도 별로였다.(또는 그럼에도 연주는 훌륭했다) 뭐 이런식입니다. 헌데 이런 글을 읽다 보면 국내서 지명도 있는 연주자가 방한한 경우, 매너 좋은 연주회가 어떤 연주회인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도 퍼펙트한 매너를 지닌 관객들만 함께했던 연주회가 매우 드믈었다는 생각입니다.

과연 이런 매너상의 문제가 감상에 그리도 지장을 주고, 연주자의 연주 태도에도 지장을 주는걸까요? 제가 보기에 일부 코를 고는 경우나 (실제로 코를 고는 관객분들이 계십니다), 떠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느정도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매너라 생각합니다.솔직히 코고는 분이 바로 옆만 아니면 코고는 경우도 별로 신경쓰이진 않더군요. 아주 밀실 같은 분위기에서 들으려면 차라리 CD를 듣는게 더 낫겟죠.

악장간의 박수

제가 보기에는 이런 문제는 공연 주체측이 조금만 신경써도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뮬로바의 공연에서의 중요 문제도 관객 보다는 그걸 통제 못한 주체측 또는 공연장측의 문제가 컷죠. 악장간의 박수는 공연이 끝나면 늘 회자되는데 왜 공연 시작전에 악장간의 박수는 하는게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지 않을까요? (늘 그렇듯 뮬로바 때도 인터미션 때 방송하더군요.) 아니 좀 더 친절하게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은 4악장으로 되어 있으니 4악장 다 끝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이고,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3악장 짜리니까 3악장 끝날 때 까지는 박수를 하지 말라고 방송하면 안되는 것일까요? 그러면 클래식 공연의 권위가 떨어지기라도 하나요?

솔직히 베토벤이 7번 교향곡 초연 때 2악장을 앵콜로 연주한 예도 있듯, 악장간의 박수는 오히려 당연한거였습니다. 요즘은 외면되는 곡들이 대다수이지만, 바로 이런 열광하는 관객을 위해 리스트, 파가니니 등의 작곡가들은 곡을 쓰고 연주했죠. 열정적인 베토벤 교향곡5번(운명)의 1악장을 듣고 박수 보내고픈 마음이 오히려 당연한게 아닐까요? 저만 해도 이번 공연 40번 1악장을 듣고 박수 하고 픈 마음이 간절했답니다. 물론, 음악을 악장 단위가 아닌 전체 곡을 기준으로 봐야한다는 명제하에 악장간의 박수를 금하는게 관례가 되었다지만, 만약 공연기획의 의도에 따라 전체 콘써트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는 누군가의 의견이 있다면 한곡이 끝나고서도 박수가 금지되어야 겠죠?

결국, 악장간의 박수 금지는관례일 뿐입니다. 박수가 맥을 끊을 수는 있지만, 죽을 죄를 짓는 것도 아니죠. 관례니까 지키는 것이 멋있고, 교양이 있고격에 맞는 일일 뿐입니다. 담배를 팔아먹으면서 이거 피우면 너 죽는다고 명기해야 되는 세상에 사는 마당에 오히려 이런 일이 벌어질줄 뻔히 알면서도 사전 방송을 하거나, 입장권, 프로그램 등에 명기 하지 않은 주최측, 공연장측에 문제가 더 크다고 전 생각합니다.

공연은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하는 이벤트

공연이라는 이벤트의 특성상 관객의 소음이나 우발적 사태는 늘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공연을 찾는 이유는 이런 관객과 연주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직접 참여하여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그런점에서 어느정도의 기침, 무매너 정도는 감수 할 수 있는 아량도 있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관객이 초대권(저도 포함됩니다) 소지자였던 "가을밤의 콘서트"는 이런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이태원, 테너 최승원 등이 코리안 심포니와 협연한 이번 공연은 정통 아리아에서 가요 및 크로스 오버 음악까지 때로는 마이크를 사용하기도 하면서 1,2부 내내 관객을 즐겁게 했습니다. 크로스 오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아주 감격적이지는 않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고, 와이프의 경우는 정말로 좋아했던 공연이었죠. 지휘자나 연주자들 모두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객석의 실수 같은 거는 문제가 되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죠.

클래식이 꼭 이런 종류의 콘서트 처럼 대중성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바라 보니가 공연중 지금 컨디션이 좀 안좋아서 누가 대신 한곡 불러줄 사람 없냐고 하자 객석의 아마츄어 한분이 대신 한곡을 불러 마스터 클래스 풍의 분위기가 되었다는 일화는 진정한 공연의 참맛이 무엇인지 힌트를 주지 않을까요?

이런 관점에서 본 연주회 후기

이런 관점에서 세 연주회는 나름대로 성공한 연주회, 만족한 연주회였습니다. 물론, 비평을 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지금 지적하는 단점들은 아래 글에서 보이듯 관점에 따라장점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슈라이어는 나이 탓인지 힘이 달려보였고, 실제도 과거 쉬프와의 녹음처럼 열정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죠. 저음부에서 불안정하기도 했구요. 반주자인 카밀로 라디케는 곡을 선도하지는 못하고 줄곳 슈라이어의 카리스마에 딸려가는 느낌이었죠. "가을밤의 콘서트"는 성악가들의 성량이 부족했고, 곡에 따라서는 발성법이 뒤엉켜져 있는 웃기는 연주회에 불과했고, 뮬로바+OAE는 뮬로바의 경우 윤기와 유연성이 부족한 딱딱한 연주였으며, OAE도 최상의 컨디션 보다는 화음이나 파워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연주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공연을 어떤 마음으로 참가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위에 악평을 늘어 놓았으니 이젠 제 관점 - 사람들이 지적하는 수많은 관객의 무매너, 기획상의 문제점 등에도 불구하고 공연에 기대감에 부풀어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한 사람으로서의 관점에서 이야기 하자면, (위의 악평과 결코 다른 내용을 기술하지는 않고 관점만 바꾼것입니다.)

슈라이어의 공연은 노대가의 "겨울여행"을 실황으로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저음이 약간 불안 했지만 목소리도 생각보다 쇠락하지 않았으며(특히 고음은 여전합니다), 늘 그렇듯 곡의 드라마를 꿰뚫는 해석은 젊음의 열정보다는 노대가의 통찰력을 보여주면서 음하나 단어 하나의 의미에 중점을 두어 그 의미를 듣는이의 가슴에 바로바로 전달해 줍니다. (가사를 모르는 분들은 슈라이어 연주의 맛을 못느끼셨겠지만) 카밀로 라디케는 튀지는 않지만 슈라이어의 해석에 적절한 반주를 하였고, 또 매우 서정적인 음의 팔레트를 펼쳐보임으로서 슈라이어의 드라마가 너무 과하거나 엇나가는 것을 바로 잡아주는 뛰어난 반주였습니다.

"가을밤의 콘서트"는 성악가들의 성량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지만, 곡에 따라 마이크를 사용하거나 안하면서 정통과 크로스오버를 적절히 조정했으며, 같은 곡내에서도 클래식과 가요의 발성법을 병행하여 사용, 새로운 느낌을 가질수 있었습니다. 코리안 심포니도 예전의 문제있던 모습에 비해 월등이 나아진 모습으로 연주회 자체를 즐기는 듯 했습니다.첫곡인 "시인과 농부" 같은 정통 클래식이나 "혹트 온 클래식스" 같은 편곡이나모두 훌륭했죠.

뮬로바+OAE의 공연은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고, 티켓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된 감이 있지만, 훌륭한 연주회란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로서는국내에 호그우드의 연주들이 소개되던 시절에 처음 주목했던 리자 베츠노지욱이나 악장인 매킨토시같은 뛰어난 연주자들을 덤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였으니 기분이 안좋을 수 없죠. (OAE의 연주자들은 하나하나가 매우 뛰어난 연주자들이랍니다)

뮬로바는 조금은 경직된 해석이었지만 음과 프레이징에 있어서는 "역시 뮬로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연주였으며, 저는 베츠노지욱이 마구 활약하는 40번 교향곡을 들을 때는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원전악기라는 점 때문인지 앙상블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반면에 각 악기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났던 점은 매우 좋았습니다. 조금 작은 규모(LG아트센타 정도)의 연주회장이었다면 훨씬 좋은 연주회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이상 지난 한달간 다녀온 공연에 대한 후기와 함께 몇가지 불평을 적어 보았습니다.

MF[ME]

===================

GNOOPY님, 드뎌 다음 블로그에는 첼로 특집이 나갑니다. 두둥~! 개봉박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