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 탓에 어떤 음반을 구입하고 간략한 소개 내지는 추천글 올리는데 꽤 오랜 시간을 잡아먹곤합니다. 해서 어떤 음반의 경우는 이걸 지금올리면 너무 뒤쳐지는 것 같기도 해서 아예 블로그에 올리지 않기도 하죠. 오늘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제법 따끈 따끈한 신보를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Ivan Fischer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서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입니다. (Channel Classics CCS21698)
개인적으로는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과는 달리 교향곡은 CD시절에 와서야 듣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들었다고는 해도 별로 공감하는 바가 없어서 음반도 듣고 실황도 들어도 그냥 "들었다" 정도였죠. 이랬던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을 다시 듣게 해준 것은 Pletnev가 RNO를 이끌고 녹음한 DG 음반이었습니다. Pletnev의 음반은 기존의 오먼디나 프레빈의 음반들을 멀리 치우게 하기에 충분했을 뿐 아니라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을 한 때 가장 즐겨 듣는 음악으로 만들기도 했죠.
이제 발매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시대의 라흐마니노프로 생각되는 현대적이고 세련되었지만 러시아적인 향취는 여전히 남아 있는 플레트뇨프의 음반이 아직 기세 등등한 지금,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악단을 지휘해 만들어낸 피셔의 이번 음반은 또 하나의 "우리시대"의 레퍼런스 음반이 될 듯합니다.
극히 서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 볼륨감과 무게감은 처치지 않는 연주, 특히 1악장의 선율을 겹겹이 펼쳐 신비로운 미녀를 비단 옷감으로 감싸는 듯 뽑아내는 피셔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찬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미묘한 디테일의 중층적 표현속에서 힘과 뼈대는 살아있고, 2악장의 리듬감이나4악장의 포효 역시오버하지는 않으면서 낼 소리는 다내주는 미묘함과 힘이 살아있는 연주... 물론 피셔의 내재적 움직임과 선율의 아름다움에 집착한 듯한 탐미적인 접근법은 취향에 따라 조금 들끊는 맛이 부족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선율과 표현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습니다.
여기에 플레트뇨프의 DG음반의 녹음이 에어리한 맛이 없는 답답한 녹음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 채널클래식스의피셔음반은 자연스럽고 뛰어난 녹음으로 공간감과 함께 디테일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정밀함을 지니고 있어 이 부분에 있어서는 경쟁이 될 수 없을 듯합니다.
특히 SACD 하이브리드로도 발매 되었는데, 일반적 멀티채널 녹음의 경우는 로얄석 퍼스펙티브로 녹음되는 반면 이번의 녹음은 피셔의 요청에 따라 지휘석의 퍼스펙티브로 녹음되어 SACD 멀티채널로 들으면 지휘대에 서서 각각의 연주자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제 시스템이 SACD는 지원하지만 앰프-스피커가 멀티를 지원하지 않아 못들어 봤습니다) 물론 이 방식은 "원음"의 기준을 연주자로 잡을 것인가 청취자로 잡을 것인가의 화두를 던져주지만 오케스트라의 경우 "당연히" 지휘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합니다.
커플링된 보칼리스 역시 교향곡에서 보여 주었던 선율미를 잘 살려 라흐마니노프 최대의 히트곡(?)을 더욱 즐겁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플레트뇨프가 "The Rock"을 필업으로 한 반면, 보칼리스를 선택한 피셔... 이 둘의 차이가메인 디쉬인 교향곡 연주의 특성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무튼 이곡을 즐겨듣는 분이건 처음 접하는 분이건 간에 강력 추천합니다.
MF[ME]
*신보이기 때문인지 싸이트들에 아직 샘플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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