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매된 음반들 중에 제 주의를 엄청나게 끈 음반이 있습니다. 바로 아르농쿠르가 BMG로 옮긴 뒤 내놓은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음반이죠.
우선은 워너에서 이정도 클래스의 지휘자를 또 어찌 만나려는지 내친 뒤 BMG로 옮겨 내놓은 최초의 레코딩이란 점, 브루크너의 미완성 교향곡인 9번의 4악장을 보너스로 내놓은점이 주목됬지만, 연주의 성과를 떠나서 놀라 왔던 것은 바로 BMG의 가격과 발매 정책이었습니다.
관심 없는 분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지금 음반계에는 낡은 CD포맷을 대체할 차세대 포맷에 대한 전쟁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DVD의 보급화로 일반인들도 친숙해진 5.1채널의 멀티채널을 지원하고 보다 넓은 음역을 지녔기 때문에 제대로 녹음되고 재생되면 CD는 상대가 안되는 음질을 보여주죠. 이런 차세대 포맷의 대표적인 주자가 SACD(수퍼오디오 CD라는 멋진 이름이죠)와 DVD-A(DVD-Audio)인데 두 형식다모양은 DVD처럼 CD와 같이 생겼지만 전용으로 제작된 플레이어가 아니면 재생이 안된다는 한계를 지녔습니다.
이렇게 되자 SACD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쏘니측에서는 SACD전용 플레이어를 생산함은 물론 자사의 DVD플레이어 SACD재생 기능까지 넣어 나오고, 또 다른 업체들은 DVD-A를 지원함으로써 수십년전 VCR초창기의 VHS 대 Beta-Max의 대결을 연상시키는 구도로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어느쪽이 우월할지는 미지수구요.
이때 나온 것이 바로 아르농쿠르의 브루크너 9번이죠. 이 CD는 그냥 일반 CD가 아닌 SACD로 발매되었습니다.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제작되어 그냥 CD플레이어에서도 재생되죠. 물론 전에도 이런 하이브리드 방식의 SACD는 있었으니 새로울 것은 없지만, 문제는 BMG의 가격과 마케팅 정책에 있습니다.일반적으로 보통 CD의 1.5배 정도(또는 그이상)의 가격으로 책정되는 일반 SACD와는 달리 아르농쿠르의 신보는 두장의 SACD를 일반 CD신보가격 1장에 내놓은 것입니다.
[제법 호사스러워 보이는 CD내부]
더구나, 일반적으로 SACD와 일반 CD를 구분하여 SACD는 오디오파일용 등으로 따로 구분하여 마케팅 하던 전례를 버리고 아르농쿠르의 신보는 하이브리드 SACD 한종류로 발매, 일반 CD와 같이 팔립니다. 따라서 관심 없는 일반 유저들은 CD사듯 사면되는 것이고 차후에라도 집에 SACD를 플레이 할 수 있는 장비가 구비되면 SACD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거죠.
이런 마케팅은 팝이나 마이너 레이블에선 있었던 거지만, BMG같은 메이져에서 이런 방식을 사용한 점은 놀라울 따름이죠. 만약 BMG에서 이런 방식으로 계속 SACD를 발매하고 쏘니나 유니버셜 같은 곳에서 따라한다면 SACD가격의 하락은 물론 DVD-A와의 전쟁에서도 우위를 쟁취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SACD의 뛰어남을 체험하고 있는 저로서는 (아래 9월16일자 블로그의 내용대로 저는 소니의 DVDP를 사용한답니다) 무척이나 방가운 소식이죠.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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