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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이야기

[오디오](펌)오디오 강좌를 위한 |@Playback Platinum|@ 시리즈

by 만술[ME] 2004. 6. 15.

하이파이 클럽(www.hificlub.co.kr)을 돌아보다 1년전에 올라왔던 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읽어도 "원음"에 대한 탐구에 있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옮겨왔습니다.

물론 이 글에 대한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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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강좌를 위한 "Playback Platinum" 시리즈

시,화, 그리고 조각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허구는 숭고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화려함을 수반한다. - 나폴레옹 1세 -


나폴레옹은 허구, 다른 단어를 사용하자면 왜곡은 예술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그는 의도적이고 잘 다듬어진 거짓을 말하는 것 자체가 예술을 예술답게 만드는 행위라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나폴레옹의 시절에 녹음기술이 개발되었다면(그 당시 이러한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할 이유는 없다. 모든 기술은 늘 존재해 왔으며, 단지 이용되지 않았을 뿐이지 않은가), 분명 나폴레옹은 그 기술이 가지는 정치, 사회적 용도에 매료되었을 것이고 그가 열거한 '허구의 예술'목록에 분명 녹음기술 역시 포함시켰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거대한 조각상들(예컨대, 링컨기념상이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같은)을 조각하는 예술가들은 반드시 조각 아래에 위치하므로 정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올려 보게 되는 감상자의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뿐만 아니라 빛의 변화에 따른 밝기와 그림자의 효과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화가들은 그림의 어떤 특성이나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사실적 시점을 버리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녹음을 함에 있어서도, 특히나 팝 레코딩에서는 더더욱, 어느 정도의 왜곡은 있기 마련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왜곡은 실제보다 소리를 좀더 분명하게 또는 풍부하거나 달콤하게, 아니면 좀더 이쁜 고역, 또는 펀치감이 있는 소리, 또는 좀더 기름지고 윤기 있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일어나게 되는 법이다.

유명 마스터링 엔지니어인 밥 루드비히는 언제가 내게 다이내믹 컴프레션은 록 음악의 핵심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의 말이 무척 놀라웠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마치 비브라토가 고전음악의 현이나 노래에 기본적인 요소이듯, 어느 정도의 펀치감을 추가하는 것은 록 음악의 성격상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뜻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움은 본질이다

숭고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화려함을 만들어내는 허구는 용납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 어느 정도는 필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이크로폰은 우리의 귀가 듣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소리를 듣지 않는다. 음악적 요소 뿐 아니라 음향적 요소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를 노력하는 고전음악 음반에 있어서도 공연장에서 직접 듣는 실제 소리와 재생 시스템을 통해 다른 곳에서 듣는 소리는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고전음악 녹음에 있어 예컨대 오페라 가수의 소리에 컴프레션을 걸거나 잔향을 추가하거나 이퀄라이저로 음색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보컬의 음색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오페라 가수가 행하는 예술 행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녹음은 연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연주를 기록해야 한다는 명제는 고전음악 음반 프로듀서와 고전음악 애호가들의 암묵적이지만 신성한 약속이다). 그러나 필자는 프로듀서가 한 가수의 목소리를 더욱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특정 마이크로폰을 사용하는 것에는 전혀 이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음악 자체를 더욱 살아나게 만들어 주는 좋은 음향 공간을 찾아내어 녹음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필자는 실제 공연장에서 만들어지는 시각적 효과를 보충하기 위해 솔로 연주자들에게 마이크를 추가로 적절히 사용하는 것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적절히' 사용한다는 점이 중요하지만 말이다. 종종 듣게 되는 것처럼 이러한 보조 마이크의 적절치 못한 사용은 실제 공연에서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인 솔로의 과대한 음상과 과다한 음량을 만들어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자 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대중 음반 산업의 급격한 침체는 대중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을 녹음하는 이들이 허구를 만들어내는 것(그리고 그 허구 자체에 대한 거짓을 말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결과물들이 결국은 실제와 너무도 동떨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듣기에 별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듣기가 괴로워진 것이 한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닐까? 조니 미첼의 "Court and Spark"나 닐 영의 "Harvest"와 같은 음반의 다이내믹 레인지와 최근 음반들(아무 밴드나 골라도 괜찮겠지만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음반 정도면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나폴레옹의 숭고함, 아름다움, 그리고 화려함과 같은 미의 개념들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기 때문일까? 어찌 남은 미학적 기준이라곤 '크게' 아니면 '더 크게'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인가?

모든 비트들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많은 이들이 음반들이 어느 정도의 왜곡(너무 많으면 안되겠지만)을 만들어내는 것을 용납은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오디오 시스템이 실제를 그대로 재생해 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제는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오디오의 정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명제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는데 필자가 들으려 하는 것은 음악 자체이지 음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함에 있어 녹음의 잘못된 모든 점을 알게 해주는 무자비한 정확성과 연주되는 음악을 듣기 좋게 재생해 주어 음악을 즐기게 해주는 기분 좋은 얼버무림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필자는 불행하지만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행복하게 속는 것을 택할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재생음에서 무엇이 음반 자체의 왜곡이고, 무엇이 재생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왜곡인지 알아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말이다.

결국 나폴레옹이 이야기하는 허구, 또는 왜곡은 필수불가결 할 뿐 아니라 때로는 칭찬 받아 마땅한 요소이기는 한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왜곡이 허용되거나 받아들여서는 안될 수준이 되는 것일까?

필자는 이 질문에 절대적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오디오와 음반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음악적 측면과 음향적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어느 정도 과소비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오디오가 자신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그저 듣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언어는 음악적 측면 뿐 아니라 음향적 측면, 그리고 이러한 음향의 조작과 제어라는 측면 역시 포함될 것이다.

소리 자체에 대한 지식 갖춰야

좀더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각 있는 능동적 청취자가 되는 것에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의 이점이 있다. 첫번째 이점은 음반에서 만들어지는 과다한 왜곡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으려면 분별력 있고 신중한 청취자가 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점일 것이고, 두 번째 이점은 좀더 확고한 기준을 갖고 기기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녹음에 있어 다이내믹 컴프레션과 이퀄라이저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음향적 특성을 인식하는 방법을 습득한다면, 예컨대 우리는 스피커가 이미징을 향상시키기 위해 강조하는 특정한 음역을 좀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될 수 있고, 또는 능률을 높이면서 발생되는 다이내믹 재생능력의 약화를 집어낼 수도 있다.

좀더 제대로 된 지식을 쌓는 것에 대한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만약 누군가가 바이올린의 가장 높은 개방현의 주파수 대역을 물어 온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4kHz? 3kHz? 2kHz? 바이올린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장 높은 음을 내는 악기 중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놀랍게도 바이올린의 제일 높은 개방현인 미는 660Hz이다. 미는 일반적인 서양 음계에서 440Hz인 라음에서 (완전) 5도 위에 위치한 음이다. 따라서 미의 주파수는 라음에 해당되는 주파수의 3/2배이다(440x3/2=660). 모차르트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대역이자 멘델스존 협주곡의 중심음이라 할 수 있는 미현의 8번째 음(한 옥타브 위의 미)으로 올라간다 할지라도 주파수는 1320Hz에 불과하다. 한 옥타브 위로 더 올라가보면 바이올린 지판의 가장 자리까지 다 올라가게 되지만 그래도 주파수로는 2540Hz에 불과하다. 암시하는 바가 큰 사실이 아닌가!

물론 이러한 주파수들은 기음에 불과한 것이고 바이올린의 배음들에는 많은 에너지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멘델스존 마단조 바이올린 협주곡의 첫 솔로 프레이즈에 나오는 미(바이올린 주자가 연주하는 다섯 번째 음)와 1320Hz라는 주파수를 함께 생각해보면 스피커 사양상의 트위터 크로스오버-지점과 같은 내용들이 실제의 음악과 연결되어 함께 이해되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음반들이 청취자의 오디오 관련 학습에 어느 정도의 기회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프로듀서나 엔지니어가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내는 소위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학습 방법론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어떤 대중음악의 경우 매우 많은 이퀄라이징이 가해졌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퀄라이징 전의 원본을 들어보지 않은 이상 그러한 예상은 예상일 수밖에 없다. 또 녹음된 상황과 다른 볼륨 레벨로 음악을 들으면 당시와는 다른 음색을 듣게 될 것이므로 결국 음색에 대한 예측도 장님 문고리 잡기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된다.

데이비드 몰튼의 오디오 강의

그런데 우리 모두를 위해 무척 다행인 것은 녹음 기사인 데이비드 몰튼(David Moulton)과 그의 동료들이 매우 공들여 재미있게 만든 4장짜리 오디오 기초 강의 음반이 출시되었다는 점이다. 대중음악 제작 방식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제작된 이 강의 음반은 "Recording"지의 플레이백 플래티넘(Playback Platinum) 시리즈의 일부인데 시각자료가 수록된 CD-롬도 함께 제공된다. 몰튼의 10개의 플레이백 프래티넘 강의는 각각 30분 분량이며, 강의는 물론 테스트 톤과 음악으로 구성된 많은 실제 음향 예제들로 4개의 주요 영역을 풀어내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Vol.1은 소리의 크기(Loudness), 컴프레션(Compression), 왜곡(Distortion)을 담고 있으며, Vol.2는 스테레오 마이킹, 스테레오 믹싱, 잔향처리를, Vol.3은 이퀄라이징, 그리고 Vol.4는 디지털 오디오 및 청취 지각 테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저명한 엔지니어인 몰튼은 소니 롤린스, NRBQ, 조나단 에드워즈 등의 엔지니어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해 동안 녹음 기술에 대해 가르쳐 왔고 SUNY-Fredonia의 유명한 톤마이스터 프로그램 학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는 강의는 매우 정성스럽게 준비되어서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를 반복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하는 문제점이 없어 일반인들 역시 매우 정확하고 명료하게 주제들을 이해할 수 있다.

각 영역은 각각의 독립적인 CD로 되어 있고, 약 50페이지의 추가 텍스트(설명에 사용되는 그래프와 표들을 포함하는)가 수록된 대학 교재 크기의 책 또한 함께 제공된다. 이 책의 내용들은 각 강의의 해당 트랙을 표기하고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종의 음반은 각각 39.95불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것은 중가 인터컨넥트 케이블 한쌍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4권 모두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필자가 확신하건대, 케이블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청취력 향상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필자는 몰튼과 그의 동료들이 매우 딱딱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주제들을 즐겁고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것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라디오 드라마의 형식의 강의는 오디오에 전혀 문외한이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나의 아내마저도 크게 웃도록 만들기도 했다. 특히 필자의 마음에 든 것은 해당 부분의 오디오 테크놀로지를 과장스럽게 설명하는 내레이션 트랙이었는데,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만약 4권을 다 훑어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먼저 1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소리의 크기, 컴프레션, 왜곡이라는 세 강의는 우리의 청취 공간에서 재생되는 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이내믹 레인지가 작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롭게 알려준다. 음량의 여러 크고 작은 차이들을 테스트 신호와 실제 음악으로 들어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아니 귀가 번쩍 열리는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강의들은 원래 오디오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는 학부생들을 위해 제작된 것이지만, 분명 일반인들의 청각 훈련과 오디오 관련 학습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에서 좀더 많은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이라면 이 강의들을 반드시 들을 것을 권유하고 싶다. 그 뿐 아니라 보너스로 대중음악 녹음 기술들에 대한 추가적인 지식들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오디오 현상에 관한 강의들을 듣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이라 하더라도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을 언급하고 싶다. 바로 지나치게 큰 볼륨으로 재생되는 음악에 관한 문제이다. 소리의 재생은 녹음된 실제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절제를 요구한다. 물론 언제나 폭발하는 듯 터지는 음향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우리는 종종 그러한 즐거움으로 인해 음악을 너무 크게 재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경향은 음반이 우리에게 재창조해 내야 하는 실제를 이해하는 것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소리를 너무 크게 듣는 이유(특히 말러나 엘가의 '제론티우스의 꿈'을 들을 때)는 아마도 실제 연주회장에서 느끼게 되는 임장감의 부재를 보상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가정용 시스템의 경우 저역의 기음을 제대로 재생하지 못한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저역을 보상하기 위해 우리는 볼륨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풀레인지나 준 풀레인지 스피커를 들을 경우에는 평소보다 좀더 작게 듣게 된다.

어쨌든, 실제 레코딩 세션에서의 모니터링 SPL 레벨 자료가 없을 때에도(필자의 경우 음반의 테크니컬 노트에 수록하는 정보를 참조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청취위치에서 70-74dBA 정도이다) 필자가 늘 지키는 원리(필자의 기억으로는 쿼드 사의 피터 워커가 최초로 제안한 것 같다)는 간단한 스테레오 마이크로폰 구성을 통해 녹음되는 음반의 경우, 실제 소리의 크기는 스피커의 위치에서 실제 악기가 연주될 때의 크기와 유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쿠스틱 기타의 오디오파일 녹음의 경우 마이크를 꽤 가까이 접근시켜 사용한다 해도 역시 그 정도의 거리만큼 가까이서 듣는 기타의 소리보다 커서는 안된다. 피아노 녹음의 경우는 마이크의 거리가 좀더 멀어져서 홀의 잔향이 잘 섞여 들리도록 녹음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듣는 실제 피아노 소리보다 더 크게 재생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공연장과 비교하여 시끄러운 가정 내의 환경 때문에 좀더 크게 듣는 것이 사실이고, 실제의 소리보다 무척 더 크게 듣는 이들을 싸잡아 욕하려 하는 의도도 전혀 없다. 하지만 반드시 먼저 이러한 음량 일치를 시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필자의 이러한 음량에 관한 집착은 신플라톤주의적 철학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등음량곡선에 관한 몰튼의 강의(제3권에 수록)와 수록된 음악 예제들이 이 점을 더욱 분명히 말해 주고 있는데, 원 소스의 음량 레벨에서 많이 벗어나면 마치 그 음악에 전혀 다른 새로운 이퀄라이징을 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원인은 우리 귀의 서로 다른 음량에서 갖게 되는 저역과 고역 지각능력의 비선형성 때문이다.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이므로 다시 한번 강조해 보면 음악은 녹음될 당시의 소리 크기와 유사하게 재생되어야만 원래 의도대로 들리게 된다. 크기 뿐 아니라 기초적인 음색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어떤 분은 록 음악의 원 소리 크기는 귀를 찢어지게 만들 정도의 음압으로 틀어대는 록 콘서트의 소리 크기가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밴드들의 음반을 만들 때 최종적인 이퀄라이징과 마스터링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은 소리의 기준을 85dB로 맞추고 작업을 한다. 밥 루드비히는 만약 클라이언트가 그보다 더 크게 듣기를 원한다면 본인은 잠시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고 한다.

요컨대, 몰튼이 말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들려준 많은 소리 예제에서 보여준 것 처럼 우리는 평균적인 음량이 변하는 것에 비해 극단에 위치하는 주파수대역(특히 저역)의 크기가 변하는 것에 훨씬 예민하다. 강의 노트에 수록된 등음량곡선은 바로 이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스터링때 소리기준은 85dB

필자는 최근에 풍부한 음향의 파이프 오르간이 반주를 맡은 바이올린 연주자 아르투로 델모니의 데모 음반을 만들었다. 곡의 클라이맥스에서의 소리 크기는 마이크로폰의 위치에서 84dBA로 측정되었다.이는 무척 큰 소리이다. 만약 여러분의 시스템에서 이 부분이 85dBA로 재생되는 정도의 크기로 음반을 들었을 때 그다지 좋은 소리가 나지 않았다면 볼륨 노브를 돌리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John Atkinson : 음악의 음량을 A-weighted SPL 미터로 측정을 할 경우 잘못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A-weighting 필터의 경우 저역과 고역의 영향을 무시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1981년 10월 "Hi-Fii News & Record Review"에 수록된 제대로 된 피크-SPL 미터 설계에 관한 필자의 글을 참조). 하지만 바이올린의 경우 A-weighted 필터를 사용해도 무방한 음역대에 주요 에너지가 위치하고 있으므로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지면이 부족해 다른 강의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모든 강의들의 내용이 무척 충실하므로 여러 면에서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더 들자면 이퀄라이징(이를 통해 음악의 여러 다른 음역들이 강조된다)에 관한 강의는 마치 스피커 시스템을 바꾼 것과 같은 효과를 느끼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여러 다른 마이크로폰 수음 패턴과 마이크 사용방법에 대한 스테레오 강의는 모두들 관심이 많은 이 주제에 대한 좋은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 4권짜리 "플레이백 플래티넘"을 추천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편하게 앉아서 음악을 듣는 것에서 벗어나 좀더 진지하게 청취 능력을 개발할 의지가 있는 이들을 위해 데이브 몰튼은 또 다른 CD 세트인 "Golden Ears Series"를 제작했다. 이 음반에는 청취능력의 훈련 뿐만 아니라 청취 능력을 평가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Golden Ears"의 두 번째 장은 31가지의 다양한 음향 처리 효과를 듣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훈련을 제공한다. 이들을 분류해 보면, 크기의 변화, 심한 왜곡, 약간의 왜곡, 느린 릴리즈 타임으로 된 컴프레션, 빠른 릴리즈 타임으로 된 컴프레션, 이퀄라이징에 의한 변화, 잘못된 스테레오 녹음의 문제들, 딜레이/잔향 처리 효과들이 그것들이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 중에 오디오 엔지니어나 음악 프로듀서를 직업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는 몰튼의 450쪽짜리 대학교재인 "Total Recording"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300여 개의 시각자료와 음향 자료가 수록된 CD가 함께 제공되는 이 교재는 89.95불로 적지 않은 가격이기는 하다. 이 모든 제품들에 대한 주문 정보는 www.moultonlabs.com에서 찾을 수 있다.

- John Marks -

본 리뷰는 "Stereophile & Home Theater" 제6호(2003년 6월호)에 게제된 기사입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Stereophile & Home Theater" 발행사인 "한국AV저널(주)"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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