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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아이다"는 영 아이더라~!

by 만술[ME] 2003. 9. 22.
이미 예고해 드린대로 어제 "아이다"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목욜자 개막공연이었지만 우천으로 연기가 되어 폐막공연을 보게 되었죠.

어제는 다행히 날씨도 맑고마침 코엑스에 갔다가 든든하게 월남 쌀국수에 스프링 롤까지 거나하게 먹고 조금 여유를 갖고 공연장인 잠실종합운동장으로 갔습니다. 이른시간(7시 쫌 안됬죠)임에도 지하철역에서 부터 사람들이 많더군요. "오호~ 공연 30분전까지 필히 입장하라는 입장권의 엄포가 통했나"하면서 입장.

스탠드석(A석)이기 땜에 별도 출입구로 입장 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무대... 잉? 그래도 투란도트 때는 거대한 자금성 모형무대가 있어 일단 입장 하자마자 깜짝놀랐는데 이건 거대한담벼락 하나가 비스듬히 서있고 그 양옆에 오벨리스크 두개씩. 그게 무대의 전부입니다.

일단 실망... 그래도 기념으로 사진찍고 자리 찾아 기다렸습니다. 공짜로 리시버도 나누어 주네요. 아마도 원래는 자막이 안보이는 분들을 위한 써비스가 계획되었다가 취소 됬나봅니다. 헌데 우리말루 해설해주려 했나?

와이프는 지난번 "투란도트"의 경험을 살려 방석, 두툼한 외투를 준비. 물론, 물과 간단한 과자도 준비했죠.

헌데... 문제는 공연시작시간인 8시가 지나도 아무런 방송도 없구, 걍 홍보물만 전광판에 틀어주더니, 약 8시30분이 되어서야 마이크 체킹하고 오케스트라 조율시작. 사람들도 짜증을 서서해 내기 시작... 결국 8시40분이 넘어서야 지휘자 입장하고 전주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정도는 예상했지만"투란도트"의 상암 경기장에 비해서도 잠실 종합운동장은 울림이 넘 심하더군요. 라다메스의 유명한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를 들을 땐 정말 짜증나더군요. 꼭 "주민 여러분~분~분~분~"하는 동네 싸구려 스피커 소리와 다를 바 없는 음향... 더구나 볼륨을 올릴대로 올려놔서, 디테일은 간데없구... 찌그러지기 까지 하는 음색...

여태껏 아무리 엉망인 공연도 끝까지 봤던 제가 오죽하면 와이프에게 "더이상 볼 것두 없다. 그 자랑하는 코끼리만 보고 나가자" 했으니...

그나마 여자 보컬의 소리는 상대적으로 들을 만 했지만(귤레기나의 열창이 아깝더군요), 합창 및 남자 성악가들의 노래는 못들어 주겠군요. (물론, 노래를 못했다는게 아닙니다)VIP석을 60만원이나 받고 팔았으니 본전 생각 안나게 해주겠다는 의도인지 액스트라는 엄청 동원해서 시대 때도 없이 트랙을 돌면서 노래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그 자랑한다던 코끼리와 낙타가 등장하는 "개선행진곡" 부분도 규모와 표현의 디테일은 대단했지만, 음악과는 전혀 맞아 떨어지지 않고... 쓸데없이 트랙을 겉돌기만 하더군요.

그리고... 2막 끝나고 인터미션... 뭐 묘기대행진이나 써커스 보러간 것도 아닌데 더 앉아있어야 전철이나 끊어져 택시값 날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걍 나와 버렸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 꽤있데요)

어제 공연의 불만 사항을 요약하면...

①"30분 전 입장"을 강조하고도 아무런 사전 고지도 없이 공연시작은 40여분간 늦춘점.
②입장권에 "음식물 반입금지"란 문구가 무색하게 자기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음식물 팔아 돈벌려는 엄한 모습 보여준점("투란도트"도 예외는 아니었죠.)
③공연시작하고도 시도 때도 없이 관객을 입장시켜 안그래도 집중이 안되는 분위기를 더 산만하게 만든점. 특히 아이다의 백미중 하나인 "이기고 돌아오라" 중간에 우르르몰려드는 그라운드석 관객들...
④지나친 울림. 지나치게 크게 키운 볼륨으로 도져히 공연을 감상할 분위기가 안된점.
⑤자막이 보이는 스크린의 배치가 "투란도트"에 비해 합리적이거나 계산적이지 않고, 넘 작아서 왠만한 위치에서는 자막을 보기 힘들게 했던 점.
⑥쓸데없는 돈낭비 일 듯한 엑스트라의 동원, 물량의 투입으로 오페라에 첨 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오페라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준점.(비싸고, 허황되고, 시끄럽기만 한게 오페라?)

내년에 같은 기획사에서 호세 큐라를 초청해 같은 장소에서 "카르멘"을 공연한다고 합니다. 이런 해프닝을 일으키는게 돈이 쫌 되나보죠? (아예 잠실운동장을 투우장으로 만들려나?) 코끼리 들여오고, 낙타들여오고, 잠실운동장 빌리고 해서 돈 써가면서 큰 돈 벌려 하지말고 걍 예술의 전당에서 적절한 프로덕션으로 오페라 공연해도 호세 큐라정도의 네임벨류면 남는장사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게 진정한 문화사업이구... 지금 하는거야 써커스 사업이지...원...

개막공연 이후 "조선일보"에서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고대 원형 경기장만큼의 운치는 없지만, 가을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오페라를 즐기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라고 총평했는데 오페라가 "종합예술"로서 꼭 음악만으로 평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이해는 가는 말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직접 공연을 보았던 사람으로서진실을 넘 호도한 기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엄청난 광고를 유치한 조선일보의 입장도 이해합니다.)

와이프왈, "우리가 100년을 예찬할 공연이라 하더니, 100년을 욕할 공연이네..."

MF[ME]

*사진은정리되는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넌 뭐하는 넘인데 다들 좋다는데 그러냐는 분이 계실까봐 저에 대한 코멘트
- 전 어리적 부터 클래식 듣고 살아 왔고, 지금껏 "쫌 듣는다"며 지냈습니다.그간 축적된 음반도 LP, CD가 수천장(솔직히 몇천장인지 세보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됩니다. 그리고 매년 최소 열댓건의 음악회 및 공연은 다닙니다. 올해도 오페라 공연으로 "라보엠", "마술피리", "투란도트" 그리고 어제의 "아이다"를 다녀왔습니다.
- 그리고 자코메티와 귤레기나 등의 가수진은 황당한 싸운드로 듣기에도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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