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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강유선 귀국 피아노 독주회 후기

by 만술[ME] 2002. 12. 12.
아랫글은 2002년모 동호회에 올렸던 글입니다.때문에 글의 날짜를 당시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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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페라이어, 앤스니스, 스와나이 등의 굵직한 연주들이 있었지만, 게으른 탓에 후기를 적지 못하다가 이름없는 한 연주자의 귀국독주회 후기를 올리게 된데는 그런대로의 사정이 있습니다. 제가 가입한 음악관련 동호회가 있는데(아래 욕을 해놓은 고클이란 곳입니다) 프로그램이 맘에 들어 그곳을 통해 초대권을 구해서 갔다왔기 땜에 그곳 게시판에 간략하나마 후기를 올리는게 도리는 아닐까란 생각에 후기를 준비하는 김에 이곳에 먼저 올리고 편집해서 그곳에 올리게 된거죠.

솔직히 강유선이란 피아니스트에 대해서는 전혀모르고 (물론 긴~~~프로필은 있습니다) 원래 귀국 독주회란 것이 자비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통과의례인데다가 어떤점에서는 지인들끼리의 만남의 장이기 땜에이런 후기를 적는다는건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우선은 개략적은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로 하죠.

G.F. Handel (1685-1769) ............................. Suite in D minor, HWV 428

J. Corigliano (1938-) ..................................... Etude Fantasy (1976)

===== 인터미션 =====
R. Schumann (1810-1856) .......................... Sonata No. 1 in F# minor, Op

이중 가운데곡인 Corigliano의 연습곡을 빼고는 잘 아는 곡들이고, 특히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은 근자에 들어와 제게 많이 어필하는 레퍼토리인데다가 실연으로 듣는 것이 흔히 있는기회는 아니끼 땜에 기대를 갖게 했죠.

연주회장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옆의 리싸이틀 홀, 작은 규모의 연주를 하기 참 적당하고, 콘서트 홀 보다 친근한 분위기에서 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원래 회원권이 1만원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이런 연주회란게 걍 당일가서 표한장 달라고 하면 쉽게 구할 수도 있는(연주자 입장에선 좌석이 차는게 좋으니까) 연주회기 땜에 사실상 공짜 연주회라고 생각하심 되겠습니다. 실제로도 제가 배정받은 것은 두장뿐이었는데 셋이가서 한장 더 달라고 했더니 주저없이 주더군요^^.

시간이 되어 연주회가 시작디고, 연주자가 나왔는데,파란 드레스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주회가 끝나고 같이간 사람들이 다들 이야기 하더군요. 저로서는 그런 색 드레스는 결혼 야외촬영용 드레스를 제외하고 연주회장에선 본적이 없는 뭐 그런 색이었죠. 암튼, 좀 어색한 인사와 함께 첫곡인핸델의 모음곡 D단조... 갠적으로 핸델의 건반악기를 위한 곡중 가장 좋아하는 곡들중 하나죠. 참 즐겁고, 연주만 잘하면 음악을 듣고 즐긴다는게 바로 느껴질 수 있는 곡인데, 솔직히 아쉬운 연주였습니다. 걍 정확히 연주하는데 치중한 연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 연주자 스스로가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안들더군요.

정말음악적으로 듣기에도 즐겁고, 연주자도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 팍팍 느껴지는 연주는리히터와 가브릴로프가 돌아가며 연주한모음곡집 1,2집이 최고라 생각됩니다. 모두 4장의 CD가 각각 두장씩 1,2집으로 나와 있으며 2 for 1의 저렴한 가격이기 땜에 CD두장가격에 핸델의 모음곡 정수를 느낄 수 있죠. (EMI의 더블포르테 씨리즈) 암튼... 어제의 연주를 두고 보았을 때 강유선씨는 핸델엔 적절치 않은 연주자가 아닌가 싶네요.

다음곡인 Corigliano의 연습곡... 프로필을 보아하니, 이곡을 편곡한 분이 강유선씨의 선생중 한분이시네요. 아마 그래서 이곡을 프로그램에 넣었나봅니다. 저로서는 생소한 곡인데, 국내 초연은 아닐지 궁금했습니다.난기교의 곡인데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특히 두번째곡의 제목이 "레가토" 인데연주자의 잘못인지, 원곡이 그런지 별로 레가토적이진 않더군요. 암튼, 저로서는"5도에서 3도까지"란제목이 붙은 연습곡이 가장 인상적이 었습니다. 타건도 좋고...

인터미션 후의 오늘의 메인인 슈만 소나타.솔직히 레코딩 상으로도 이곡의 완벽한 연주는 아직 없는 듯합니다.제가 무진장 좋아하는 페라이어나 체르카스키 조차도 제가 듣기엔 중구난방적인 연주를 CD로 남겼을 정도로 테크닉이나 정신적으로나 어려운 곡이죠. 저로서는 에밀 길렐스의 BBC Legend 실황이나 앤스니스의 EMI 스튜디오 녹음을 최고로 생각합니다만, 두 연주 모두 약간의 약점은 있죠. 갠적으로 길렐스의 경우는 빠르고 감정의 이완이 큰 1악장과아름다운 음악의 흐름이 압권인 2악장 그리고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스케르쪼 악장은 완벽에 가깝지만, 4악장에 있어서는 쫌 두서없는 듯한 느낌이며, 앤스니스는 녹음도 좋고, 다이내믹도 매우 넓어 1악장과 4악장은 정말 뛰어난데, 2악장은 별로 아름답지 않고, 3악장은 좀 평범하고 불분명한 느낌입니다.

제가 듣기에 어제의 연주에서 1악장은 약간 답답한 감이 있고 감정의 진폭이 별로 없는 아쉬움은 있있지만 음과 멜로디의 구축이 단단게 듣기 좋았고, 3악장 스케르쪼도 순간순간 번뜩이는 맛이있는게 가장 좋았던 악장으로 생각합니다. 헌데 2악장은 좀 평범하면서 제대로된 멜로디가 느껴지지 않았고, 4악장도좀 엉켜 있는 느낌이어서 아쉽더군요. 전반적으로실수나 흐름에 엉킴이 있었어도 갠적으로 좋아하는 곡이었고, 연주자도 충실히 준비한 듯해서 좋았던 연주회로 기억될 듯합니다.

MF[ME]

*추가로 한마디*

건방진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예술을 즐기지 못한다는 핑계를 들을 때 전 정말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이 우습습니다. 어제의 연주회 처럼 공짜로 표를 구할 수 있는 연주회가 서울 및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에겐 널브러져 있고 (요번 금요일에도 베토벤의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인 "비창", 전원", "열정"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리사이틀홀에서 있습니다) 서울시내의 수많은 미술관과 과천의 국립현대 미술관 같은 곳은 저렴하거나 공짜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세계적인 연주자의 최고의 연주라 할지라도 만 몇천원이면 녹음 잘된 CD로 감상 할 수도 있죠. 더구나 잠깐의 실수로 놓친 부분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고... 진정한 음악은 좋은 오디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미신입니다. 한때 전 파나쏘닉 휴대용 CDP를 20년되서 가끔 오른쪽 스피커가 안나오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쏘니 카셑 녹음기(오디오도 아닌고)에 연결해서 음악을 들었지만,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과소리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정말 슬프고 분노하게 하는건, 일부 집권층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를 따라 어떤 예술장르 또는 예술자체를 부르죠아적 장르로 규정해 버리고 스스로 그곳에서 소외되어 버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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