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로지텍의 MX Keys 무선 키보드에 대한 글을 올렸고, 그 글이 이후 제 블로그에서 늘 구독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힘을 받아(?) 같은 MX 시리즈 마우스인 MX Anywhare 3 무선 마우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득템의 과정과 선택의 기로 - Anywhere 3 냐 Master 3s 냐?]
기존의 회사 제공 마우스에 대해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노트북용이라 앙증맞은 크기지만 손이 비교적 작은 제가 쓰기에는 불편하지 않았고, 휠과 좌우 클릭, DPI 조정 이외에 기능이 없었지만, 전 마우스를 딱 그 정도 기능만 (사실 DPI를 조정하고 쓸 일도 없습니다) 사용하기에 더 많은 기능을 요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두 가지 불편함은 있었는데, 첫째는 키보드를 유니파잉 수신기로 연결해 사용하고, 마우스도 동봉된 유사 장치에 연결해 사용하다 보니, 안 그래도 부족한 노트북의 USB 포트가 더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사무실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면서 책상은 유리 없이 사용하게 되었는데, 다수 임원들의 요청으로 임원실 책상은 유리를 깔아주었기에 마우스를 위해서는 패드가 필수라는 점이었습니다.
유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우스는 로지텍의 경우 두 제품이 있습니다. 로지텍의 용어로 <다크필드 센서>를 장착한 마우스인데, MX Master 3s와 MX Anywhere 3가 그것입니다. 앞의 MX로 알 수 있듯 두 제품다 MX 시리즈 키보드와 함께 사용하기 좋은데, Master 시리즈는 데스크용, Anywhere 시리즈는 이름대로 휴대용이죠. 둘 다 오른손잡이용이며, MagSpeed 휠이 장착되어 초고속 스크롤이 가능합니다. 엄지 부근에 사용자화가 가능한 두 개의 버튼도 동일합니다.
차이점은 Master 3s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데, 저소음 클릭, 수평 스크롤 가능한 엄지 휠, 8000 DPI (Anywhere 3는 4000 DPI), 그리고 연결방식이 유니파잉 수신 방식의 보안 문제를 해결한 로지볼트 방식으로 변경되었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디자인이 좀 더 인체공학적이 되어 손목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죠.
사실 둘 중에 어떤 제품을 쓸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손 크기를 고려한 사용감, 키보드와 동일한 유니파잉 방식을 통한 연결, 가로 스크롤 쓸 일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Anywhere 3를 선택하는 것이 맞지만, 끝장 버전에 대한 욕망, 그립 방식이 처음에는 어색해도 조금 익숙해지면 뭔가 새로운 세계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Master 3s를 포기 못하게 했죠.
이런 선택의 기로는 의외로 간단하게 결론이 났습니다. Anywhere 3를 선물로 받은 겁니다.^^
[기능과 사용 소감]
회사에서 제가 속한 사업부는 공공과 민간사업으로 크게 나뉘는데, 저는 민간 부문의 영업과 사업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기술부서도 제게 소속되어 있지만, 제 업무의 대부분은 소위 <문과>이고 엑셀과 워드로 생성되는 문건 위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임원이라 문건의 생성보다는 열람과 검토가 대부분인지라 마우스를 통해 하는 일이란 게 일상적인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마우스의 성능이 업무 효율을 상승시킬 일 도 없습니다. 제 사용 소감은 이 점을 참고해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디자인 - MX Master 3s처럼 눈에 띄게 오른손잡이용 디자인은 아니지만, 외손으로 잡으면 확실히 불편하고 엄지 버튼을 사용할 수도 없기에 오른손 잡이 전용 디자인입니다. 위에 사진처럼 세 가지 색상으로 나옵니다만, 로지텍의 키보드 중에서 그래파이트(검정) 이외의 색상을 지원하는 모델은 많지 않고, MX 시리즈 중에서는 MX Keys Mini 만이 위 세 가지 색상을 모두 지원합니다. 제가 쓰는 MX Keys의 경우도 그래파이트 색상만 지원합니다.
그립감 - 손이 큰 사람은 좀 작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손에 꽉 차기보다는 손에 공간이 남아 있게 마우스를 쥐는 것을 좋아했기에 딱 적당하다는 느낌인데, 취향에 맞춰 직접 잡아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클릭감과 소음 - MX Master 시리즈 같은 저소음 클릭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용도에서 사용하기에 전혀 문제없는 클릭음입니다. 사무실, 카페는 물론이고 적당한 일상 소음이 있는 (독서실이 아닌) 도서관 정도라면 전혀 문제없습니다. 클릭감은 딱히 문제 없습니다.
다크필드 센서 - 제가 Anywhere 3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인 유리에서도 사용 가능한 장점은 정말 훌륭합니다. 별도의 패드 없이 책상 자체를 패드로 사용하는 건 정말 편리하죠. 유리에서 인식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유리인 덕분에 일반적인 책상 표면보다 더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회사 사무용 책상은 퍼시스 제품인데, 유리 없이 움직이면 쓱쓱 하는 소리가 나지만 유리인 덕에 소리 없이 움직이는 것도 장점입니다. 어지간한 표면에서 다 움직일 수 있어서 책상 없이 손바닥을 사용하거나 머그컵의 옆면을 이용해도 인식이 되고, 정밀하게 커서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MagSpeed 스크롤 - 1초 만에 1000줄을 스크롤할 수 있다는 MagSpeed 스크롤을 자주 사용하게 되지는 않지만, 가끔 긴 보고서에서 마지막 페이지 결론만을 보고자 할 경우 우측의 스크롤 바를 잡고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마우스 커서를 움직일 필요 없이 스크롤로 빠르고 간단히 처리되기에 제법 유용합니다. 제 업무와 사용 빈도를 생각할 때, 이 기능만을 위해 특별히 돈을 쓰지는 않겠지만, 있으면 좋기는 좋습니다.
충전 - USB-C 타입 단자를 사용하고,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갤럭시 탭, 키보드, 마우스가 모두 C타입인지라 충전이 간편합니다. 스펙상 완충 후 70시간이라고 하는데, 테스트는 안 해봤지만, 사용하다 배터리가 없어서 충전해야 하는 일은 없습니다. 스위치는 늘 켜놓은 상태이며, 어쩌다 퇴근할 때 충전 안 한 지 좀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충전하고 퇴근하면 문제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가성비 - 마우스에 10만 원 정도를 소비할 가치가 있을까요? 제 입장에서 필수 기능은 다크필드 센서뿐인데, 이 기능만을 위해 10만 원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일반적인 무선 마우스에 넓은 면적을 커버하는 데스크 매트 정도면 아마 5~7만 원 정도면 다크필드 센서의 훌륭한 대안일 수 있겠죠. 다만 검증된 성능, 가끔 쓰면 편리한 스크롤, 배터리 교환 필요 없는 충전방식, 고급스러운 디자인, 촉감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책상 위의 사무용품 중에 키보드와 함께 늘 만지고 사용하는 것이 마우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10만 원의 투자가 헛돈을 쓴 느낌은 아닐 것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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