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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브라우티감 베토벤 피아노 음악 시리즈

by 만술[ME] 2016. 4. 12.

영화는 상당부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해서 요즘은 특별한 타이틀이나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만 블루레이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지만, 음악은 이상하게 수천 장의 음반이 있어도 늘 들을 음악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종종 음반을 구매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요즘은 음반 구매를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음악을 잘 듣지 않아서도 아니고, 금전적 부담 때문도 아니고 단지 공간적 여유의 문제입니다. 책도 공간적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래서 책도 사는 속도를 좀 늦추고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거나 책의 성격에 따라서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빈도를 늘리고 있습니다) 읽고 나서는 박스에 담아 구석에 두어도 큰 문제가 없는 반면, 음반은 늘 손이 닿는 곳에 두어야 하는 문제가 있어 공간적 압박을 더 느끼게 됩니다. 


예전 같으면 예약구매로 바로 들여놓았을 브렌델 박스를 패스한 이유도 아무리 박스에 꼭꼭 눌러 담았다고는 해도 114장짜리 박스를 수납하지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디자인의 박스는 박스 세트가 별로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뽀대도 나고 좋아보일지 몰라도 저 같은 류의 사람에게는 아주 처치 곤란한 문제를 일으키는데, 마음 같아서는 알맹이만 빼내고 박스는 재활용 수거함에 넣어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어딘지 아깝기도 하기에 결국은 내용물은 따로 정리하고 박스는 다른 물건을 담아 (주로 책이 들어갑니다) 발코니 같은 곳에 따로 수납하게 됩니다.


이런 와중에도 발매소식을 들으면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 음반들이 있게 마련인데, 그중 하나가 로날드 브라우티감이 BIS에서 진행하고 있는 베토벤 피아노 음악 시리즈입니다. 1집에서 9집까지는 피아노 소나타를, 이후 부터는 다양한 솔로 피아노 곡들을 녹음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랜만에 14집이 나왔습니다. 





브라우티감의 베토벤 피아노 음악 시리즈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선 포르테 피아노를 이용한 녹음이라는 것이 첫째이고 (한 음반에서도 피아노를 바꿔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포르테 피아노 소리가 BIS 녹음 특유의 풍부한(사실 좀 과다한) 잔향과 묘한 어울림을 갖는다는 것이 두 번째 특징입니다. 사실 베토벤의 피아노곡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포르테 피아노 음반들이 있고, 앞으로도 많은 녹음이 발매되겠지만, 이 녹음의 특성과 그걸 해결하는 브라우티감의 연주 때문에 상당 기간 이 시리즈에 독특한 지위를 부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 SACD로 발매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죠. 


피아노 소나타들은 이미 (요즘 음반사들의 발매 양태를 보면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지만) 염가 박스 세트로 나와있습니다. SACD로 나왔던 음반들이 박스로 풀리면 일반 CD로 나오는 경우도 제법 되는데 브라우티감의 소나타집은 SACD로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박스세트가 가지지 못한 낱장만의 장점이 있는데, 바로 음반 표지 디자인입니다. 브라우티감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시리즈는 포르테 피아노를 만드는 과정을 사진에 담에 표지사진으로 쓴 것으로 유명한데, 베토벤 피아노 음악 시리즈는 각국의 베토벤 거리의 표지판을 표지 사진으로 사용했습니다. 모차르트의 시리즈는 표지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지만, 베토벤 음반의 표지판 사진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을 들어보지는 못했는데, 저는 오히려 베토벤 시리즈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듭니다.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를 모두 모아 찍으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소나타들은 모눈종이를 배경으로, 다른 곡들은 코르크 판을 배경으로 각지의 베토벤 이름을 딴 거리 표지판 사진을 담았습니다. 1권의 런던 베토벤 스트리트를 시작으로 라이프치히의 베토벤 스트라세, 몬트리올의 베토벤 에비뉴 등 다양한 도시의 베토벤 거리를 담고 있는데,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 파리, 부다페스트, 프라하, 아헨 등 유럽의 도시들입니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는 베토벤 이름을 딴 거리는 없는 것 같더군요.


여행을 다니면서 소설, 영화, 역사 등에서 접한 거리들에서 저만의 감동을 받으며 표지판을 카메라에 담곤 했는데, 이 시리즈의 음악을 들으며 표지판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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