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프리티 우먼>의 배경이 되는 호텔(리젠트 베버리 월셔 호텔)로 나올 정도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였지만, 포시즌스와 합병하고 다시 분리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고 지금은 포시즌스에서 관리하는 리젠트 싱가포르 호텔 후기입니다. (묘하게 리젠트 호텔 중에는 싱가포르의 호텔만 포시즌스의 호텔 목록에도 올라 있습니다.)
* 호텔 이름의 발음은 현지에서는 <리전(트)> 정도로 t발음을 거의 안합니다만, 국내의 표기법은 <리젠트>로 통일되는 분위기라 수정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모두 호텔 공식 홈페이지의 자료입니다.]
1. 위치와 교통
위치는 오차드로드 서편 끝에 위치한 포럼 쇼핑몰에서 도보 5분 정도 이격되어 있습니다. 오차드역이 있는 아이온 오차드까지는 15분은 걸어야 합니다. 오차드 로드 인접이라고 하지만 중심부까지는 걷는데 제법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면 됩니다. 포럼에는 토이저러스를 비롯한 아동용품이 많이 입점해 있고, 푸드코트는 없지만 피자, 일본 라멘 등의 레스토랑들은 몇 개 있습니다.
MRT로 이동하는 분이라면 잘 생각하셔야 할 애매한 위치입니다. 저처럼 아이들 때문에 늘 택시로 이동해야 하고, 쇼핑을 위해 오차드 로드를 자주 왕래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라면, 그래서 산책 삼아 한두번 오차드 로드까지 걸어줄 의향이 있다면 나쁘지 않은 위치입니다.
호텔에서 오차드 로드쪽으로 3분 정도 걸어가면 <콜드 스토리지>라는 대형 수퍼가 있습니다. 주류, 음료, 다양한 안주, 과일 등을 구입할 수 있고, 우리나라 편의점처럼 수퍼 앞의 의자와 테이블에서 먹고 마실 수도 있습니다.
버스는 호텔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는데, 안타봐서 노선 등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인근에 <보태닉 가든>이 있습니다. 새로 생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때문에 식물원으로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됐지만, 무료에 아침5시에서 밤 12시까지 개장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산책하기 좋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호텔 입구 - 여기서 택시를 타고 내립니다
2. 아이들 동반 숙박
아이가 하나라도 좀 나은 데, 둘이면 호텔을 잡는 게 쉽지 않습니다. 투숙이 가능해도 엑스트라 베드는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리젠트 싱가포르는 방 등급에 관계없이 어른 둘과 만12세까지의 아이 둘이 투숙 가능합니다. 엑스트라베드를 무료로 제공하고요. 소파베드(소파에 간이침대를 연결한 것)와 간이침대 중에 선택도 가능합니다.
방이 제법 커 추가적인 침대를 놓고도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도면으로 보니 일반적으로 예약하는 수페리어나 딜럭스나 크기는 거기서 거기로 보입니다) 다만 세면대 높이가 너무 높아 아이들이 세면대를 사용하기 힘듭니다. 침대도 높아 좀 과장하면 성인도 올라가기 힘들 지경입니다.^^
3. 룸 컨디션
건물자체가 12층으로 높지 않아서 크게 전망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만 전면이 창으로 되어 있어 햇살이 잘 들고 시원한 풍광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창 가운데 안전바가 있는데, 수영복 등 젖은 옷을 걸어 말리기 딱입니다.
호텔 자체는 지은 지 오래되었지만 지속적인 리노베이션으로 깨끗합니다. 침구류도 청결하고 타월, 기타 어메니티도 좋습니다. 욕실제품은 록시땅의 제품을 쓰는데 향이 싱가포르 같은 더운 나라에서 쓰면 좋을 상쾌한 향입니다.
내부에 책상과 테이블, 소파 등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소파베드를 보조침대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소파의 사용은 포기해야하는데 그래도 책상에 딸린 사무용 의자와 소파용 1인 의자 하나가 남습니다. 방도 그렇고 호텔 인테리어 전반이 모던한 스타일이 아니고 묵직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대적인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호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지만, 반대로 고급스러움은 묵직함에서 우러난다 생각하면 호텔 곳곳의 소소한 장식품까지 유물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매일 청소시에 네 병의 물을 제공해줍니다만, 방에 물이 남아 있으면 부족한 수량만 채워주니 무료 제공 생수를 최대한 받으시려면 그날 그날 소진하면 됩니다.^^
냉장고는 작지만 전자 감응식은 아니라 개인 용품을 채워 넣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옷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서랍장이 두개로 넉넉해서 가져간 짐을 완전히 풀어 놓아도 문제없습니다.
방과 공용공간에서는 와이파이가 무료로 제공됩니다. 방 번호와 이름을 입력해서 인증하면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체크아웃 이후에도 가능하더군요.)
4. 아침식사
싱가포르에서 제법 유명한 식당인 바실리코(2층)에서 아침을 뷔페로 제공합니다. 성인 S$40++ (S$47.08nett), 12세까지의 아이는 S$20++ (S$23.55nett)의 가격입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하루치 식사를 하면 성인2명, 아이 하나까지는 2일치 무료 식사 제공 프로모션 중입니다. 저는 아이 둘 다 같은 프로모션의 혜택을 서비스로 받았습니다.
매뉴는 매일 조금씩 바뀌는 데 아주 많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오믈렛 등의 계란요리와 국수가 즉석 요리로 제공되며, 빵과 치즈 종류가 제법 풍부합니다. 깔끔하고 맛도 좋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풍부한 아침 매뉴는 아닙니다.
커피는 제법 맛있습니다. 쓰기만 한 커피가 아니고 원두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고, 과일향과 초컬릿 향이 풍부합니다. 부탁하면 카푸치노 같은 특수한(?) 커피도 만들어 줍니다.
5. 수영장과 피트니스 클럽
아이들과 더운 나라를 여행하다 보니 다 합쳐서 수영장에서 12시간 정도는 보낸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가 좁은 나라고 주요 관광지도 택시로 20분 이내다 보니 관광하다 더우면 호텔로 와서 물놀이 하다 다시 나가는 일정을 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관광보다 호텔에서 수영하는 것을 더 좋아하더군요.
수영장과 피트니스 클럽은 2층에 있는데, 저녁 9시까지 룸키를 사용해 접근이 가능합니다. (이후 시간은 24시간 운영되는 피트니스 쪽에 별도로 부탁하면 될 것 같더군요) 피트니스 클럽과 함께 쓰는 샤워 및 탈의실 사우나, 자쿠지 등이 있어서 별도로 방에 들를 필요 없이 외부에서 바로 수영장으로 수영하러 왔다가 다시 준비하고 외출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몇몇 호텔처럼 수영복에 목욕가운 걸치고 엘리베이터 타는 민망한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타월 등은 기본으로 제공되며, 얼음물이 수시로 서빙 됩니다. 아울러 가끔 맛보기 주스나 과일을 제공합니다. 물론 풀사이드 매뉴로 샌드위치 등을 주문해 먹을 수 있고, 간단한 과일이나 간식 같은 것은 가지고 들어가 먹어도 됩니다.
풀장 야경
풀은 원형으로 된 한 개의 풀을 2m 짜리와 1m 짜리로 나누어 사용합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1m에서 놀면 되고, 간단한 튜브 등이 준비되어 있어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풀장에 사람도 거의 없고 더구나 아이들은 드믈어 거의 수영장을 전세내고 쓴다 생각하면 됩니다.
체크아웃 이전이나 이후에도 프런트에 부탁하면 수영장과 사우나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키를 줍니다. 특별히 부탁 안해도 체크아웃시 늦은 비행기를 탄다고 짐을 맡기니 10시까지 사우나가 운영하니 간단히 샤워하고 비행기 타라고 추천해 줄 정도입니다. 마지막 날 아이들은 관광 후 덥다고 늦은 오후부터 저녁식사 전까지 수영장에서 놀았습니다.
수영장 복장을 제한 하는 곳(마리나 베이 샌즈)도 있지만, 리젠트 호텔은 제한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마지막 날 아이들만 수영하고 저희는 그냥 일상복으로 누워 있었는데 전혀 문제없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없이 그러고 있으면 제제를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풀이 레스토랑 바실리코의 테라스와 연결되니 정 뭐하면 바실리코 테라스에 앉으면 그만입니다.^^
6. 기타사항
이른 체크인과 룸 업그레이드는 당연히 복불복입니다. 제 경우 9시에 방이 준비되었는데, 필요하다면 요청을 해보는 것이 정답이겠죠.
해외여행이란 것 자체가 특별한 이벤트일 수밖에 없는 사실상의 섬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다양한 기념일을 주장하며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분들을 가끔 보고 이게 커다란 팁인 것처럼 회자되기도 하는데 그리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처럼 뭔가 기념일을 들먹이는 것이 한국인들의 특성으로 호텔들에 인지되고 덕분에 진짜로 혜택이 필요한 누군가가 거절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만날 수 있는 건 그분의 근무시간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프런트에 한국 직원이 계십니다.
호텔 로비
7. 결론
이번 여행에서 다들 1박은 한다는 마리나 베이 샌즈는 애초에 제외 했습니다. 시설이나 서비스에 비해 전체 일정을 투숙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쌌고, 아이들 데리고 바쁜 일정에 체크아웃-체크인을 반복하면서 좁은 싱가포르에서 호텔을 바꿔가며 투숙한다는 것도 불편하다 생각했습니다. 모름지기 고급호텔의 수영장은 한산해야 고급스럽고 뭔가 휴식을 제공하는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하는지라, 사람들 바글바글한 수영장 사진을 보면 수영장 이름인 인피니티가 사람들이 끝이 없다는 뜻으로 보여 전혀 매력이 없어 보이더군요. (인피니티 풀이란 게 옛날에 처음 볼 때는 신기했는데, 이곳저곳 몇 번 가보니 그냥 그렇더군요.)
처음에 생각한 호텔은 리츠칼튼이나 포시즌스였습니다. 리츠칼튼은 뷰와 걸어서 마리나 베이 샌즈쪽으로 산책을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하루 일정을 마친 뒤 밤에 아이들을 끌고 산책하기에 짧은 거리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시즌스의 경우, 리젠트와 위치상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구요. 더구나 일정 중에 하루 종일 밖에서 보내는 날이 많은데 구태여 그 정도 가격을 더 지불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하루 종일 뒹굴 거리는 리조트라면 1박에 2백만원 이상의 방에도 자봤지만, 관광중심의 호텔에 너무 과한 가격을 지불하는 대신 맛난 것을 더 먹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리젠트 싱가포르 호텔은 싱가포르 호텔 선택에 있어 1순위로 언급되는 호텔은 아닙니다. 엄청나게 편한 위치에 있거나, 엄청나게 저렴하거나, 엄청난 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니까요. MRT 역이 엄청나게 가까워야 하는 MRT 중심의 여행 경로를 짜거나, 걸어서 5분 거리에 밤 문화를 즐길 곳이 필요한 분이거나, 엄청난 뷰가 확보된 방을 원하는 분에게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호텔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동반하고 택시를 중심으로 움직이려는 관광객이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람들(특히 중국인과 우리나라 사람들)로 북적이지않고, 친절하고 인간미 넘치는 좋은 서비스와 룸 컨디션, 아주 처지지 않는 위치에 있는 호텔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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