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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 F&B

[여행]자유여행 일정 짜는 소소한 팁

by 만술[ME] 2015. 7. 8.

전에 패키지 여행에 대비한 자유여행의 장점에 대한 글을 올렸었습니다. 제법 많은 조회를 기록했기에 오늘은 자유여행 일정을 짜면서 느낀 바를 간단히 적고자 합니다.



1. 자유여행의 장점



패키지에 대비한 자유여행의 장점은 이미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우선 링크된 글을 읽어 주십시오.



2. 왜 자유여행을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자



제가 자유여행의 장점에 대한 글을 먼저 읽어 달라 한 이유는 그 장점들 때문에 저렴하고 고민거리 없는 패키지여행 대신에 자유여행을 선택했으면서도 여행 일정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패키지여행의 굴레를 씌우는 아래와 같은 경우를 많이 보았고 저도 그런 함정에 늘 빠지기 때문입니다.


(1)남들 다 가는 표준 관광지, 가이드북에 나온 맛집을 최대한 많이 돌아보려 합니다.


짧은 일정에 가이드북에 나오는 필수 코스를 다 돌아보면서 사진 찍고 하려면 당연히 수박 겉핥기식 관광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런 식의 관광이라면 오히려 패키지가 더 저렴하고 좋습니다. 자유여행은 패키지 보다 더 적은 수의 관광지를 보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곳을 자기가 원하는 시간 만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니까요. 꼭 봐야한다고 수없이 많은 후기들이 소개하는 국민 아이템이라도 자기 취향이 아니면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맛집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의 예를 들자면, 유명한 평양냉면 맛집만 해도 여러개가 있고, 냉면집 마다 각자 특색이 있으며, 사람따라 취향이 달라서 호불호가 갈립니다. 어느 나라의 유명한 음식을 꼭 가이드북에서 극찬하는 특정 레스토랑에서 줄서서 먹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과감하게 현지에서 자기만의 맛집을 찾으면 됩니다. 그리고 본인만 맛있으면 그만이지, 그게 꼭 현지(또는 관광객에게 유명한) 맛집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반면에 세계 곳곳에 남들은 모르는 내가 찾은 나만의 맛집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도쿄 신바시 골목을 한참 헤매야 나오는 우나기 덮밥집, 한 조각에 거의 반판을 주는 니스 해변 뒷골목의 피자집, 고수를 잔뜩 넣은 풍미 가득한 소스의 게요리가 맛있던 샌프란시스코 해변의 시푸드 레스토랑, 베르겐 해변의 허름한 새우요리 포장마차 같은 곳 말이죠.   


어느 곳에 가던 조금만 여유있게 머무르면서 조금만 세밀하게 관찰하면 숨은 즐거움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시간, 날씨에 따라 전혀 느낌이 다르고 그 변화의 과정을 묵묵히 바라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큰 것만 보지 않고 작은 것도 눈여겨 본다면 유명한 노트르담이 아니더라도 이름 모를 고딕성당의 벽면 장식들을 보면서 예수의 생애를 추적해보는 감동을 느낄 수도 있고, 힌두사원의 탑과 벽면에서 다양한 신들과 그 행적들을 돌아 볼 수도 있습니다.  



(2)철저한 시간 계획을 세우고 그 일정을 지키기 위해 스트레스 받습니다.


늘 출퇴근 하는 길도 그날에 상황에 따라 막히기도 하고, 뚫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각도 하고 계획이 틀어지기도 합니다. 하물며 해외의 여행에서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다면 오히려 놀라운 일일 겁니다. 처음 가보는 곳, 내가 잘 모르는 해외의 여러 장소에는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고, 이 예상 밖의 것들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그냥 그것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뜻밖의 기쁨이 될 수 있습니다.


가고자 했던 사원을 열심히 찾아갔더니 수리중이라 문을 걸어 잠궈 내부는 못 봤지만, 덕분에 들어간 인근 카페에서 시켜 먹은 커피가 일생일대의 커피일 수도 있고, 비를 피해 들어간 이름 모를 상점에서 내가 꼭 원하던 디자인의 가방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맑은 날 봐야 풍광이 좋은 어떤 장소에 갔는데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가 친다면, 그런 날 이런 곳의 모습을 본 사람이 흔치 않을테니 나는 귀한 경험을 한 거라 편하게 마음을 먹는 것도 좋습니다.


여행은 기분을 전환하고 즐기자는 취지로 가지 스트레스 받으러 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바랍니다. 고생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는 것은 여행에서는 특히 진리입니다.


(3)가고자 하는 곳의 배경지식을 전혀 공부하지 않거나 해당 관광지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안내들을 무시합니다.


패키지의 장점 중 하나가 정확하건 아니건 간에 대부분의 광광지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설명이 있다는 겁니다. 반면 자유여행의 경우 여행책자나 인터넷 후기 같은 곳에 나온 설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가고자 하는 곳의 배경지식이나 최소한 홈페이지 정도는 읽어 보시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최소한 방문지의 곳곳에 있는 설명문이라도 상세히 읽으세요. 그렇지 않다면 패키지 보다 보고 느끼는 것이 없는 여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내가 식물에 대해 관심도 많고 잘 알아서 식물원 같은 곳에서나 길거리의 나무나 꽃은 집사람이 설명하고 (아이들이 묘하게 동물보다 식물을 좋아합니다) 저는 문화유적 같은 것을 주로 설명합니다. 미술작품에 대해서는 저와 집사람이 각자 아는 내용을 설명하죠. 아이들이 특이한 것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고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간다면 각자 분야를 분담해서 공부한 뒤 서로 설명해주면 재미있을 듯합니다.



3. 본격적으로 여행 일정 짜기



(1)일행이 있다면 같이 짜면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여행 가이드북(인터넷에 널린 무료 자료도 좋습니다)을 가지고 각자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을 <필수/가능한/보통/생략> 등으로 나눠 놓습니다. 위에 길게 서술 한 것처럼 갈 곳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욕심을 버릴 것을 권합니다. 특히 아이가 있다면, 비슷한 곳 여럿 보다는 강력한 한방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 리틀 인디아에 있는 스리스리니바사 페루말 사원이나 스리비라마 칼리아만 사원이나 차이나타운의 스리마리암만 사원이나 아이는 물론 일반 어른에게도 똑같은 힌두사원일 뿐입니다. 둘은 포기하고 한 곳에서 힌두교에 대해 공부하고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훨씬 편하고 보람 있는 일입니다. 힌두문화에 관심 없는 사람이 세 사원을 다 돌아보는 일정 보다는 차라리 노사인보드, 점보, 마칸수트라의 칠리크랩을 다 맛보는 일정이 더 알찹니다.  


(2)구글맵 등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이용해도 좋지만 손맛과 재미를 위해서는 여행지의 지도를 프린트해서 (큰 지도가 필요하면 몇 장을 붙여 큰 지도로 만듭니다) 준비한 뒤, 포스트잇(작은 크기)에 위에 구분한 등급에 따라 색을 부분해서 가야할 여행지를 적어 지도에 붙입니다. 맛집이 체인점이고 특별히 어떤 지역의 지점을 가야하는 것이 아니면 주요 관광지 인근의 체인들을 모두 붙여 둡니다. 입장시간이나 특별히 어떤 시간에 방문해야 하는 제약이 있는 경우 별표와 함께 시간을 적어 둡니다. 





(3)위와 같이 하면 한데 묶을 수 있는 곳들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정류장이나 역을 중심으로, 택시라면 이동방행의 시발점을 중심으로 흐름의 순서를 ①②③같이 포스트잇에 표기해 넣습니다.


(4)A4지나 A3에 일정을 날짜별로 나누어 놓고, 각각의 일정을 오전/오후/저녁으로 나눕니다. 


(5)A4 일정표에 특정한 시간의 제약이 있는 지역의 이름을 우선적으로 포스트잇에 적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붙여 놓습니다. 오전/오후/저녁과 굵직한 지역으로 구분된 일정표를 놓고, 각각의 가볼 곳, 맛볼곳을 작은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면서 세부시간 계획에 문제가 있으면 적당히 수정하거나 새로운 관광지를 추가합니다. 시간 계획은 최대한 느슨하게 구성해야 스트레스 안받습니다. 지역별로 예비 아이템이나 예비 맛집(주로 디저트나 찻집) 같은 것들 한두개 준비해 놓으면 시간이 남는 경우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지 아니면 예비 아이템을 선택할 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6)한곳에 머무르는 시간은 가능하면 (취향에 따라 달라지지만) 여유 있게 잡으십시오. 서두를 수 밖에 없는 빡빡한 일정 보다는 시간이 남아서 길거리에서 뭐라도 더 사먹는 일정이 더 좋습니다.


(7)기본안이 마련 된 경우, 이것을 모듈화 해서 기상상태나 컨디션에 따른 대안을 만들어 놓으면 좋습니다. 예를들어 전천후 일정을 하나 준비해 놓으면 야외 활동이 많은 날 비가 오면 통으로 교체 가능하게 말이죠. 아이가 있는 경우는 플랜B가 꼭 필요한데, 싱가포르라면 리틀 인디아에서 쇼핑하다가 아이가 지쳐하는 경우 다음 일정을 포기하고 호텔로 귀환해서 물놀이하기나 어디 시원한 곳 들어가서 음료나 간식 먹으면서 쉬기 같은 것을 끼워 넣으면 좋습니다.


  

4. 일정 실행하기



(1)현지에서 도움을 받으세요.


컨시어지가 있는 호텔이라면 일정과 예약 등을 상담할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패키지를 구할 수도 있구요. 궁금한 점이 있으면 활용하세요. 아울러 아무래도 현지인들이 어떠한 지도나 가이드북 보다 더 길을 잘 안내해 줄 수 있습니다. 모르면 물어보고, 또 가다가 미심쩍으면 물어 보세요. 관광지에서도 관람하다가 무엇인가 궁금한 게 있으면 주위 분들에게 물어봐도 됩니다.


(2)일정은 늘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자기가 세운 계획의 함정에 빠지지 마세요. 더 좋은 생각이 있거나,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으면 과감히 계획을 바꾸세요. 즐기려 간 여행이 일정에 휘둘리면, 스트레스만 쌓입니다. 일정이 꼬이면 조용히 길거리에 앉거나 카페에 들어가 인터넷도 검색하고 동반자와 토의도 하면서 새로운 일정을 짜세요. 고민 끝내 내린 결론이 오늘은 접고 그냥 호텔가서 수영이나 하자거나, 그냥 맥주 사가기고 호텔에서 마시자는 일정 밖에 아니어도 아마 나중에는 큰 추억이 될 겁니다.



5. 결론



자유여행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여행입니다. 무엇을 하건, 어떤 일정이건 전혀 문제 없습니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안봐도 되고, 홍콩의 맛집을 다 무시하고 햄버거로 세끼를 먹으며 돌아다녀도 됩니다. 


어떤 것을 안보고, 안먹고 돌아가면 여기를 또 언제 오겠냐하며, 후회될 일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인생은 길고 요즘 같이 여행이 자율화되고 기회가 많은 시절에는 언젠가 또 기회가 올 것이고, 다음을 기약하면 됩니다. 그 다음 기회에 다른 곳을 가게 되어 또 같은 장소를 갈 기회가 없다면, 그 다른 곳을 여행할 수 있게 된것을 감사하면서 그 새로운 장소를 즐기면 되죠. 


그냥 아무생각 말고 여행간 기간 동안 최대한 즐기고 행복하려 노력하는 게 좋습니다. 남들 가본 곳을 못 가는 것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으면, 패키지로 여행을 가는 게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유여행은 무엇을 하건 자유입니다. 그냥 즐기세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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