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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카메라 - IT

[IT]마카다미아 땅콩의 존재론적 문제로 생각해보는 블로그의 정체성

by 만술[ME] 2014. 12. 10.

마카다미아 땅콩이 봉지에 들어있어야 하나 아니면 접시에 올려져야 하는가 하는 땅콩의 존재론적 질문에서 비롯된 항공기도 후진이 되는지에 대한 실증적 탐구와 연관된 수많은 블로그 글들이 있습니다. 어떤 글은 무슨 재주인지 몰라도 검색, 조회, 추천 등에서 놀라운 선전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블로그의 글들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봉지냐, 접시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미 여러신문에서 다루고 논평한 위 사건을 다룬 블로그의 글에서 제가 기대했던건 (1)항공법과 관련된 검토( 물론 제가 법령을 뒤져볼 수는 있지만 귀찮더군요 ) (2)땅콩 서빙과 관련된 대한항공 매뉴얼에 대한 검토이거나, 개인적인 의견이나 감상을 적은 것이라면 (1)해당 항공기 탑승자의 목격담( 돈없어 이코노미석에 앉았는데 큰소리 다들리더라 등) (2)항공기에서 유사한 진상 사례 목격담, 경험담 (3)타 분야에서의 유사사례 경험(오너 ㅡ 주식회사에 이런 용어 쓰는 것 자체가 웃깁니다만 ㅡ 자식의 진상짓 강추) 같은 것이었습니다. (다른분들은 아니신가요?) 그런데 대부분의 블로그 글들은 이미 인터넷에 널린 기사들을 적당히 편집해서 새로운 사실 하나 추가하지 않고 (자기가 취재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사실이 있을리 없죠) 내용전달 + 과거 라면상무 사건에 대한 반추 (국민들이 기억상실증 걸린 것도 아니니 다들 기억하고 있죠) + 당시 아줌마의 발표 내용 + 안전불감증, 갑질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천편일률적 감상 정도가 끝이더군요.


이건 외신을 번역해주는 서비스들 하시는 것도 아니고, 쉽게 우리말로 그것도 <공신력 있다고 주장하는> 신문들의 기사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내용을 구태여 열심히 타자쳐서 자기어투로 바꾸어 놓은 글을 읽게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용상 추가할 것이 없다면 최소한 형식의 변화를 기해서 웹튠으로 금번 사건을 요약정리해 보여주거나, 유머와 풍자가 넘쳐 같은 내용이어도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게 하거나, 네로황제 코스프레 하던 어떤 분처럼 시라도 쓰거나, 하다못해 상황에 적절한 기막힌 짤방이라도 하나 붙이거나 해야 쓰레기만 늘어가는 인터넷에 글한쪽 올리는 명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단순히 <기사 베낀 것 + 남들과 똑 같은 감상> 올릴 생각이면 그냥 해당 기사 밑에 댓글이나 달면 그만이지 않나요?


물론 이게 다 초등학교 때 일기검사 하시던 선생님들 탓입니다. 먹고 싸고 논 이야기를 적은 일기를 남들에게 보여주어야 했던 트라우마라고나 할까요? 


이런 블로그들은 그나마 나은편이죠. 정말 짜증나는 블로그는 아래 같은 스타일로 글을 쓰는 블로그입니다.



제목 : 강남 맛집 만술이네 곱창


오늘은 강남 맛집으로 소문난 강남 맛집 만술이네 곱창을 다녀왔어요. 우리 짝궁이랑 강남 맛집으로 소문난 강남 맛집 만술이네 곱창을 다녀온 것인데요, 이제부터 강남 맛집 만술이네 곱창에 대해 알려드릴께요.


강남 맛집 만술이네 곱창은 곱창으로 유명한 강남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강남 맛집이구요. 강남 맛집 만술이네 곱창은 강남에 있는 곱창 맛집이에요.  


(간장공장 공장장은 장공장장이고 ... 강남 맛집으로 소문난 강남 맛집 곱창은 강남 맛집 만술이네 곱창이다 ... 이하생략)



우선 의도와 다르게 <강남 맛집> <강남 곱창 맛집> 등으로 검색해서 이글로 들어오신 분들께는 사과를 드립니다. (참고로 강남역 인근에서 막창/대창 말고 곱창은 그냥 <곱창이야기> 정도가 저렴하고 좋은 듯합니다^^)


또다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때로는 다른 이유로 감사하게 되는) 블로그는 글의 내용과 별 상관 없는 사진으로 유혹하는 블로그입니다. 주로 헐벗은 아낙네들의 사진을 활용하죠. 이런 블로그가 글도 읽을 것이 있다면 그럭저럭 참을 수 있는데 글의 내용은 형편없는 경우라면 민망한 순간을 참은 보람도 없고 기분이 상합니다. 이런 블로그일 수록 제목도 찌라시 수준으로 뽑더군요.


결국 한 때 촉망 받던 대안 미디디어였던 블로그가 쇠퇴하는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블로그에 대한 인식을 제가 언급한 이런 블로그들이 바꿔놓은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런 블로그들이 친목질까지 하면서 검색, 노출 등에 있어 상위를 차지하는게 보통이니까요. 기성 언론들 보다 더 자극적인 제목, 별것 없는 내용을 양산하면서 광고수익 좀 올려볼까 하는 블로그들 보면 남탓 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치들도 광고유치가 생존에 달린 문제거든요. 아, 물론 블로그와 언론은 다르죠. 그래도 그들에게는 <언론윤리>라는 게 있기는 하다고 하니까요.


블로거 코스프레 하시는 분들, 그냥 일기나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일기는 남의 사생활 엿보는 재미라도 있죠.^^   


MF[ME]


*제가 생각하는 블로그에 대한 사고의 편린은 다음 포스팅에서 어느정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블로그...


인터넷 자아의 왜곡 또는 전문 블로그


*이웃 블로거님의 글중에 <땅콩의 존재론적 문제>에 대한 포스팅이 있길래 답글을 달았는데, 이 사태에 대한 제 입장도 정리할 겸, 여기 옮깁니다.


당연히 니들 왜 그러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보입니다.


고작 일억원도 안되는 연봉 받고, 수도권에 중형 아파트 하나 대출로 사서 가지고 있는 주제에, 음식점 가서 꼴난 만원짜리 밥 먹으면서 서빙하는 사람을 노예로 알고, 서민 물건 파는 마트 가서 쇼핑하면서 황제 대우 받으려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무려 시총 2조8천억짜리 회사의 부사장, 그것도 그룹사 총수의  따님이 자기 휘하 직원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게 뭔 대수겠습니까? 니네 주제에 그런 진상짓 할 수 있다면 난 더 한 일도 할 수 있다 아니겠어요?    


비지니스 클래스 타면, 눈에 띄는 분들이 있는데, 회사돈으로 타는 분들이죠. P사의 라면상무님 처럼, 그분들 상당수가 꼭 라면 끓여달라 합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이코노미석에서는 못누리는 특권이건든요.   


솔직히 대한항공 쯤 되니까, 그리고 어찌보면 재수가 없어서 이슈화되는 것이지. 직장 생활하면서 회장 딸 클래스도 못되면서 온갖 진상 떠는 상사들, 고객들 좀 많던가요? 이번 일은 그냥 이미 알고, 겪고 있는 것의 한 편린을 보여준 것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리 호들갑 떨 일도 아니죠.^^


본문에 언급하신 대로 국민들이 저들과 같은 사고의 프레임을 공유하는 이상, 답은 없습니다. 그 프레임내에서 국민들은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하니, 일방적인 게임이 될 뿐이죠. 권투선수랑은 권투해서는 죽어도 못이겨요... 그냥 로우킥을 질러버려야지...ㅋㅋㅋ


PS. 남의 회사 부사장이니까 그나마 깔 수 있지, 막상 자기회사 부사장이면 우리 꼼짝 못하잖아요?^^ 


PS.2 (2014.12.23 추가) 


아래 포스팅 <우리 시대의 정의 또는 어느 대학의 특강>에 언급한 어떤 도지사 출신분의 연설 수준과 비슷하게 이번 마카다미아의 존재론적 고민에 대한 사건과 관련한 같은 항공사 조현민 전무의 내부 메시지의 전문을 볼 때, 정계의 도지사 출신 글이나, 그룹사 전무의 글이나 그 수준(내용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겠습니다)이 한심하다는 데 참담함을 느낍니다. 어릴 때부터 재벌가에서 성장해서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서울대 경영대학원까지 나온 분이 쓰는 글의 문장의 흐름, 용어의 사용 같은 기본적인 수준이 이 정도라면, 정말 이 나라의 <수준>은 뭐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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