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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나는 왜 불법 다운로더들을 싫어하는가 ㅡ 그건 니들이 범죄자라서가 아니야

by 만술[ME] 2014. 2. 25.

[경고]불법 다운로더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들어 있습니다. 듣기 싫으신 분들은 읽지 마시고 다른 포스팅을 보세요. 조금 다른 '복지'와 '기회의 균등' 그리고 지배세력의 강화라는 역효과 측면에서 비판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약간 다루어지니 읽어보십시요. 


한달여전 아이들과 <겨울왕국>을 보았습니다. 보고와서는 노래가 인상적이었고 아이들의 기억을 환기 시키고자 유튜브에서 몇몇 동영상을 보여주었는데, 아이들도 TV의 유튜브 앱을 이용해 가끔 찾아서 이런 저런 영상을 보더니 최근에는 노래 어떤 부분은 따라하기도 하더군요. 가빈이는 아직 발음이 어려운지 “메리고~ 메리고~” 하지만 딸이라 그런지 귀엽기만 하구요.


그런데 며칠전 시우가 어디서 <겨울왕국>을 다시 보고 와서는 <겨울왕국> DVD를 사달라고 하는 겁니다. 저는 극장에서 아직 하고 있기에 아직 DVD로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더니 시우는 학원에서도 보고 친구집에도 있다는데 안나왔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하더군요. 친구나 학원이 ‘불법’을 저지른다고 하기 좀 어려워서 망설이니까 집요하게 물어보기에 사실대로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시우가 친구에게 가서 “니네 엄마, 아빠는 도둑놈이야!”라고 할까봐 걱정되어 좀 순화해서 이야기하느라 곤욕을 치루었지만 그럭저럭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아 영화를 보는 게 왜 잘못된 행동인지를 이해시키기는 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국내에 발매되면 꼭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왜 제가 아이 친구 엄마, 아빠의 위신을 생각 하느라 진땀을 흘리며 돌려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친한 사람들에게 ‘도둑놈’ 또는 ‘범죄자’라 말하기 힘든 건 사실입니다. 묘한게 누군가 옷가게에서 옷을 슬쩍 했다거나 지하철에서 어느 아가씨 핸드백에 지갑이 삐져 나와 있길래 슬쩍 해왔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돈으로 밥이나 먹자고 하면 욕 한바가지를 해줄 수 있는데 최신영화를 ‘돈주고’(물론 웹하드 사이트를 말합니다) 100원에 다운받아 봤다고 자랑할 경우 욕을 한바가지 해주기는 쉽지 않더라구요. 솔직히 불법으로 다운 받아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 불법으로 제작된 이북을 보는 사람들 모두와 각을 세우면 주변에 남아 있을 사람은 몇 명 안될 듯합니다.


어릴적부터 음악이건, 미술이건, 영화건, 게임이건 창조적인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작품들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자랐기 때문인지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이후, 완전히 합법의 틀에서만 살았다고는 할 수야 없지만 합법이 가능한 한에는 합법적인 경로로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등을 취득해왔습니다. LP는 제가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보급되어 있었으니 비교적 음악은 빨랐고 영화는 극장과 VCR 렌트로 시작해 DVD, BD 구입으로 이어졌으며 소프트웨어는 90년대 초부터 정품을 사용해왔던 것 같습니다. 기억에 주변에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오리지널>과 <브루드워>를 정품으로 구입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불법 복제 등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창조력에 대한 경외감에서 비롯된 다른 사람의 창작품의 도둑질에 대한 혐오감, 특히 다른 사람의 노력을 아무런 대가 없이 취하는 것에 대한 혐오감이 있기는 하지만 제게 있어 이 대가는 단지 금전적인 대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즉, 이 대가가 꼭 금전이 아니라 어떠한 의미로든 대가를 치루는 것에 대해서는 의외로 관대한 입장이란 것입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영화나 음악이 너무 좋은데 돈이 없거나 그것을 돈 주고 사는 것이 자신의 철학과 배치되기 때문에 공짜로 취해야 한다고 믿는 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 돈을 내서 구입하기 싫거나 그게 자신의 철학과 배치 된다면 최소한 음반점이나 서점 같은 곳에서 물리적인 것들 ㅡ CD나 DVD 등을 직접 훔치라는 것입니다. 그로인한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그 결과도 책임지는 정당한(?) 행위를 하라는 것이죠. 


이에 비해 불법 복제를 다운 받아 즐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전혀 위험을 감내하지도 않고 어떤 금전적 리스크도 가지지 않습니다. 만약 불법으로 다운 받는 사람들 중 30%정도만 처벌 받아 건당 최소 교통 위반 정도의 범칙금만을 부과 받는다 해도 불법으로 다운 받을 사람들이 있을까요?


불법 다운로더들은 마치 천재지변 등의 혼란으로 무방비 상태가 된 상점을 터는 폭도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결코 평상시라면, 그리고 자신들이 적발될 위험이 있다면 훔치지 못할 것을 자기들이 안전하다고, 남들도 한다고 무방비 상태의 물품들을 약탈하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이런 ‘약탈’이 싫습니다. 이건 ‘금전’의 문제가 아닌 최소한의 도의 또는 정당성의 문제죠. 그리고 매장에서 음반을 슬쩍 하는 행위에 비하자면 정말 치사한 짓거리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제가 불법 다운로더를 싫어 하는 것은 불법성은 차치하고 비싸다는 둥, 아직 시장에 안나와 있다는 둥, 들어보고 좋으면 산다는 둥 온갖 그럴듯한 이야기를 해도 결국은 제대로 훔칠 배짱도 없는 주제에, 한번 걸리면 질질짜면서 사정사정 할 주제에 안전한 곳에 앉아 남의 것 훔치는 치사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너무나 쉽게 남의 것을 훔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죄책감 조차 느끼지 못한다는거죠.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람을 죽이려면 칼을 들고 찌르면서 칼이 살을 파고들고 뼈어 부딪치는 소리를 느끼고 손에 흐르는 피의 느낌, 피의 향기, 그리고 살해당하는 사람의 고통과 분노에 찬 눈길을 마주하며 죽여야지 치사하게 아무런 더러운 꼴 안보고 ‘데쓰노트’에 이름 한자 적어서 편하게 죽이는 치사한 짓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을 죽이고도 죄의식 조차도 없다니까요.   


아울러 그 불법으로 마련한 파일을 자랑스럽게 공유하고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그건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훔친 옷을 아이들에게 입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요? 훔진 영화나 음악을 아이들과 함께 향유할 정도라면 아예 아이와 함께 매장에 가서 아이더러 망을 보라 하고 훔치거나 극장에 몰래 들어가 영화를 보라는 말입니다. 아마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자기 자식들에게 망을 보라 안할꺼고, 극장 뒷문으로 아이들과 몰래들어가 영화 보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불법 다운로드 된 영화를 애들과 보는 것과 뭐가 다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부모에게서는 애가 갖고 싶은 물건 훔쳐오면 칭찬 받겠네요. 


차라리 극장 출입구에서 내 새끼 영화 보여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 그러니 돈 좀 보테 달라거나 극장에 가서 구걸을 하라는 말입니다. 최소한 그런 쪽팔림이 훔치면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것보다는 덜 쪽팔리는 일이니까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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