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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브람스 <독일 레퀴엠> - 카라얀 64년 녹음

by 만술[ME] 2013. 11. 27.

아무리 오랜기간 음악을 들었어도 흔히 말하는 ‘필수 레파토리’ 중에도 즐겨 듣지 않거나 아예 듣지 않는 음악들도 있습니다. 브람스의 음악들 중에서는 <독일 레퀴엠>이 그런 곡이었습니다. 음악을 듣던 초창기인 LP시절 듣고 공감을 못한 이래 그 인상이 남아 잘 듣게 되지 않고 듣더라도 성의 있게 듣지도 않았죠. 때문에 아마 브람스의 모든 곡들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감하지 못했던 곡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우연히 카라얀의 64년 녹음을 들으면서 전혀 다른 체험을 했습니다. 물론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요즘의 취향대로 좀 더 깔끔하고 투명하게 녹음되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우선 들었지만 (솔직히 합창은 가사를 제대로 듣기가 힘들더군요), 첫곡부터 마지막까지 거의 숨을 쉴수 없을 만큼 몰입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이곡을 처음 듣는 것도, 이 음반을 처음 듣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렇게 ‘득도’를 하는 순간에는 앞서 언급한 녹음의 문제나 바리톤 베히터의 노래에서 모두 좋은데 어딘지 2% 가슴을 휘어 때리는 맛이 부족한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야노비츠는 카라얀과 호흡을 맞춘 최상의 음반들에서 늘 그렇듯 그야말로 천상의 노래를 들려주며, 베를린 필은 다소 느린 템포를 취한 카라얀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전달해주고 있었습니다. 


이 음반의 최대 매력은 약간 뭉뚝한 녹음과 함께 가사하나 하나의 전달이나 한음한음의 전달이 아닌 몰려오는 음의 파도의 질감으로 승부하는 연주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날은 제 상태가 이런 음의 소용돌이에 푹 빠져들기에 적당한 날이었기에 그야말로 온몸으로 음의 파고를 넘나들며 <독일 레퀴엠>을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이렇게 한번 ‘접신’한 음악은 이후 ‘접신’의 상황이 오지 않아도 즐기게 됩니다. 드디어 제 CD장에서 어느정도는 구색맞추기나 전집에 딸려오기 같은 방법으로 제게 와서 성은을 입지 못하던 <독일 레퀴엠> 음반들이 빛을 보고 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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