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Wonderful Life

경기학생건축물그리기대회

by 만술[ME] 2013. 11. 22.

지난달 시우에게 경험을 시켜줄 겸 해서 경기도청에서 있었던 경기학생건축물그리기대회에 참석했었습니다. 가서 그림도 그리고 점심도 먹고, (이런 대회가 보통 이런 저런 행사와 체험도 겸하기에) 좀 놀다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시우로서는 처음 참가하는 미술대회인데 주제가 시우가 좋아하는 건축물 그리기였기 때문인지 점심도 늦춰가며 열심히 그렸습니다. 그리고 상금도 있다는 이야기에 시우는 무척이나 고무되었죠.




이런 대회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그림이 있고, 주최측에서 “배려”하는 대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와이프는 시우에게 100% 뽑히지 않을 테니 기대하지 말라했죠. 더구나 시우는 1학년이니 아무래도 고학년이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어제 시상식이 있었는데 시우가 경기 건축사회 회장상(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고학년과 저학년으로 나누어 시상했나 봅니다. 덕분에 시우는 엄마가 100% 안되다는데 자기는 상을 받게 됐다면서 엄청나게 고무되어 있습니다.


중요한건 이 대회에 참관하면서 교육문제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인데 제가 대회장에서 느낀 느낌입니다.




1. 부모들이 과정 보다 결과에 집착합니다


저희는 그냥 가족 나들이도 하고 시우에게 이런 대회도 있다는 것을 경험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많은 부모들이 수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선 건축물 그리기로 주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인지 엄청나게 미리 준비한 티가 납니다. 아이들의 생각은 중요치 않고 일단 종이를 받자마자 미리 연습한 그림을 도화지에 옮기는 것 뿐입니다. 어떤 부모는 아예 집에서 미리 그려온 완성된 그림을 현장에서 받은 제출용 도화지에 보고 옮기게 하더군요. 


아이들에게는 그림을 그리고 대회에서 추억을 만드는 것 보다 “결과”만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 분명합니다. 고흐가 미술대회 입상을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고흐는 설사 그림을 또다시 그리면 손가락을 다 잘라버린다 해도 그림을 그렸을 텐데 이런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부모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장 같은 “당근”이 동기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연구결과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아이들이 부모의 자랑거리 또는 악세서리로 여기는 것인지? 


아이들이 상을 탄 것은 덤이고 아이들이 그림을 좋아하고 그 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 나아가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를 알아 나가고 자기의 인성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 부모들의 자랑이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2, 아이들에게 전혀 자율권을 주지 않습니다


미리 준비된 것을 그리는 것도 모자라 부모들은 아이의 옆에서 아이의 붓질 하나까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하고 수정시킵니다. 여기는 무슨색으로 칠해야지, 저기는 좀 더 촘촘하게 색칠해라 등등. 어느 학원에서는 학원 선생님이 아이들 모아놓고 그림들 하나하나 지시하고 가르쳐주고 하더군요. 말만 자기주도 학습이지 결국은 자기주도 학습을 타인 주도로 강제로 주입 받는 것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넌 사과를 좋아하는 아이야, 그러니 이 사과 니 스스로 손에 쥐고 먹어, 맛있다고 말해!!!!”


3. 많지는 않지만 다행히 다른 생각을 지닌 부모들도 있습니다


대다수는 1과2 같지만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강제하기 보다는 곁에서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이 날아 오를 수 있을 정도 까지만 도와주는 부모들도 있더군요. 또한 아이들이 지루해 하거나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림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냥 참가에 의미를 두고 가족들이 함께한 시간을 즐기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고 희망이 보이는 일이죠. 부디 점점 과정의 즐거움을 알아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부모들이 능어났음 좋겠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안 포함하면 돌 날라 올까봐 포함시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문제없이 공부하고 명문대를 좋은 성적으로 나와서 대기업에 들어간 사람이라면 “지시에 순응하며, 창의적 활동 보다는 단순노동에 매우 적합함” 인증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명문대 들어가려면 무진장 지루하고 뜻도 모를 책들을 달달 외우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학교와 학원만 왔다 갔다 하면서 주어진 범위 내에서만 사고하고 지내야 하니까 틀린 이야기는 아니죠.


과연 이런 아이들이 5년 10년 뒤에도 각광을 받을까요? 아마 그때도 기업은 말잘듣는 사람들을 선호할지도 모릅니다만, 그렇게 말만 잘듣고 시키는대로 잘하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그때까지 남아있지 못할 것 같다는게 함정이죠^^.


MF[ME]     

'My Wonderful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근의 득템  (6) 2014.04.07
이런 저런 이야기  (2) 2013.12.18
먹고 살고, 거짓말하며, 추억하고 혁명을 꿈꾸기  (0) 2013.11.13
우리 좌빨은 왜 성공하지 못할까?  (2) 2013.10.18
오늘의 사건  (2) 2013.09.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