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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우리 좌빨은 왜 성공하지 못할까?

by 만술[ME] 2013. 10. 18.


제가 갑자기 오른쪽-왼쪽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장사가 안되는지 1년 정기구독하면 <르몽드 세계사>(세계史가 아니라 세계事 입니다)를 끼워준다는 이벤트를 한다고 메일이 왔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르 디플로> 10월호를 뒤적이다가 보니 “<르 디플로> 구독이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는 제목의 세르주 알리미의 독자에게의 호소문까지 실려 있고 프랑스 사정도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명색이 월간지인데 40쪽짜리 타블로이드 신문 같이 생겨서 가격은 1만원이나 받으니 무려 56쪽에 푸짐한 광고와 온갖 쓰레기를 보너스로 담아 800원에 모시는 <조선일보>류와 비교하면 무진장 비싸 보입니다만(집에서 이런 “전단 포장지”를 받아보시면 자전거도 받고 1년 정도는 공짜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기고된 기사들을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일단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사들(유료기사들이 훨씬 내용이 길고 좋습니다)로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른손 잡이였는데도 태생이 왼쪽이었습니다. 또는 최소한 오른쪽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연세 드시고 좌우의 경계에서 조금 더 우측으로 왔다 갔다 하시지만 한 때는 좌측(이라기보다는 박-전-노-김 시절에 그들에 반대하는 쪽)에 가까우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그래도 집권당을 밀어줘야 혜택 하나라도 더 본다”는 어머니의 영향 보다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치기어린 마음에 이런 형국에 뭔 대학이냐, 공장에 들어가 노동운동에 투신하련다고 부모님께 이야기하다 혼나곤 했으니까요. 


저는 그 이후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관련 서적은 대학 때 훨씬 더 많이 읽었겠지만 기본적인 시각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학 때는 (한때는 386이었지만 업그레이드해서 486세대입니다) 친구들이 모두 좌측에 많이 경도되어 (물론 아주 우편향 된 친구들도 가끔 있었지만) 저는 <자본론>, <공산당선언>, <독일 이데올로기>, <철학의 빈곤> 등에 <유물론과 경험비판론>, 스탈린의 강령들까지 읽었음에도 상대적으로 우측으로 보였는데, 지금 나이가 되니 다들 슬슬 우측으로 옮겨간 것인지 좌측에 서있는 사람이 드물어 오히려 제가 좌측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제 상대적 위치가 변한 것은 저는 좌와 우를 프레임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반면, 아버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대증적 반응으로 그 성향을 표출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독재 시대에는 다들 좌로 보이지만 (그리고 그들이 니들은 좌측에 있는 거라고 세뇌했죠) 독재자 딸 시대에는 어떤 정책과 자기 먹고 살 것과의 관계에 입각한 반응에 그치는 거죠. 예를 들면 <보편적 복지 좋아! - 그럼 세금을 좀 더 내시던가 - 그럼 반댈세!> 뭐 이런 거? 그리고 어떤 집단에 반대한다는 것이 마치 좌측에 있는 듯 치부 되죠. 뭐 좌라 부르고 싶으면 “대증적 좌파”라 부르기로 하죠.


아무튼 정치성향 테스트결과 전 좌측에 있답니다. 그것도 4각형에서 우측에 걸치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 글에서 좌파라 부르거나 우리들이라 부르는 쪽은 지금 현재시점에서 어떤 정당에 대한 “대증적 좌파”를 중심으로 “사고 프레임의 좌파”를 부분집합으로 하고 있습니다.      


좌파가 정권을 잡지 않는 한, 설사 정권을 장악한다고 해도 소련식 방법이 아니고서는 태생 상 좌파는 자본과 친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구성원의 숫자를 떠나 늘 마이너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문득 생각해본 좌파의 외로움, 답답함이랄까요? 



1. 좌파의 무기들을 그들도 사용합니다. 물론 유혹의 도구로만


그들이 마치 선거철의 핫한 트렌드 아니겠냐는 태도로 아무러치도 않게 분배, 정의, 평등, 복지 같은 말들을 구호로 내세우는데, 좌파가 어찌 당할까요? 어떤 나라 우파 여자 대통령은 무려 보편적 복지를 공약(空約)으로 내세웠죠. 우리도 반공, 대기업 보호, 경제성장, 혈맹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내세우는 대응전략이 있지만 그건 이미 유행이 지난 담론이잖아요? 더구나 5년을 주기로 리셋 되는 메모리가 장착된 사람들이 유권자라면 매우 암울하죠.


그들은 유행처럼 그런 구호들을 내놨지만, 일단 담론으로 부각되었다는 점을 이용해야합니다. 복지의 예를 들면 국민의 세금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뻘 소리는 집어 치우고, 일단 이런 담론을 끌어냈으니 그들이 “거봐 우리 한국에는 맞지 않지? 우리 아빠의 한국적 XXX가 정답이야”하더라도 왜 복지가 필요한지 그러기 위해서는 부담은 필수라는 것을 인지시키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죠.   



2. 그들은 연예인 가십을 터뜨리며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데 우리는 우리끼리 우리도 알아먹지 못하는 용어로 어렵게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그냥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면 됩니다. 예전에는 무식한 사람들을 빨갱이 만드는 게 쉬웠다고 하던데, 요즘은 그들을 보수꼴통으로 만드는 게 쉬워요. 신문에 스포츠, 연예면과 TV편성표만 있으면 기사로 그냥 자기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만 채워 넣어도 아무도 뭐라 안하죠. 이름도 못 들어본 어느 나라 촌구석에서 수천명이 죽어가는 것 보다는 어제 주말 드라마 줄거리가 더 중요하구요. 더구나 요즘은 다들 알아서 때와 장소 안가리고 본방사수 하는 노력까지 하지 않나요? 


그런데 좌파는 뭐하고 있나요? 물론 우리에게는 수많은 담론들, 이글을 쓰게 된 계기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같은 신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르 디플로>와 농성장의 구호와의 사이에는 엄청난 공백과 간극만 있고 중간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쓰는 어휘를 국민의 90%가 이해 못하는 데 입에 침을 튀기며 이야기 하면 뭐하나요? 빨간약, 파란약 먹기만 하면 된다면 빨간약을 어거지라도 입에 쑤셔 넣겠지만 그게 아니란 걸 왜 모르나요? 



3. 새로운 일자리의 관점을 좀 바꾸자


한편으로는 "복지"에 대해 떠들면서 막상 현대문명의 발전에 의한 생산성의 향상과 노동시간의 절약의 과실을 남는 노동을 "소비"하려는 쪽으로만 사고하는 듯합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란 것도 결국은 이런 취지죠. 헌데 진정한 복지는 생산성 향상의 혜택과 그로 인한 부의 혜택을 공평한 분배를 통해 모두 누릴 수 있도록, 모두 일하되 더 적게,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10명이 하던 일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5명을 자르고 그 생산성의 혜택을 소수가 누리면서 그 혜택으로 조성된 자본이 "새로운" 일자리 만들어 또 다른 5명을 풀타임으로 고용하고 또 그 혜택을 다시 자본이 누리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10명이 누리고 절반의 시간만 일하면서 같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지향 하는 게 복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그 새로운 일자리들이란 게 주로 그간 국민들이 별탈 없이 누리던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해서 발생 한다던가 대기업 도움 없이 잘되던 통닭집을 프렌차이즈 치킨집으로 바꾸어 생기는거죠. <생산성 향상 - 잉여 인력 발생 - 잉여 퇴출 - 축적 자본으로 문어발(치킨 사업) - 퇴출 인원 치킨집 알바 고용 - 오! 일자리 창출> 뭐 이런 거죠. 



4. 보편적 복지 - 의식주는 해결해야 싸울 수 있지


대한민국에는 굶어 죽고 길거리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없다고요? 지금 높은 연봉 받는 사람들도 회사 잘리면 끝이죠. 그냥 끝이에요. 순간에 제로베이스까지 떨어지는 겁니다. 이 베이스를 누구건 일정수준으로는 먹고 살수 있게 맞춰 보자는 게 보편적 복지 아닌가요? 최소환 회사에서 잘려 먹고살 걱정 하게 될까봐 할 소리 못하고 살지는 않게 하겠다는 것, 그게 보편적 복지의 취지죠. 


제가 어느 회사를 다닐 때 경영자는 늘 회사가 어렵고 회사가 살아야 하니, (자기 빼고) 니들이 희생하라 했죠. 그런데 당장 이번 달 월급이 안나오면 안되니 다들 받아들이쟎아요. 경제 민주화? 우리 회장님 건드리면 갤럭시S5 안만들어 주겠다고 하니 앞으로는 드라마 본방사수 못할까 하는 두려움에 꼬리 감추는 거죠. 그리고 노예로 살죠. 젊은 친구들, 처자식 없는 사람들이 삐딱한 경향이 있으니, 청년 실업률 올려주고, 그래도 부모덕 보며 철없는 짓 하는 것 같으니 부모들 조기 퇴직 시켜 원조 끊고 뭐 그런 것 아니겠어요. 다 이해합니다. 내일부터 처자식 굶기겠다는데 창씨개명인들 못하겠냐구요.


회장님도 보편적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냐구요? 네 받으셔야죠. 대신 세금만 잘 내시면 되요. 니가 가난하니까 나님이 자애로운 마음에 세금내서 지원해줄게 하는 차원이 아니고, 국민 모두는 먹고살 권리가 있고, 또 국가는 그 재정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거죠. 기본적인 의식주 말고도 차등지어져 있고 차별 되는게 얼마나 많나요? 그러니 이 기본권에 대해서는 차등을 두지 말고 정 원하면 다른 거나 차등을 두란 얘기입니다. 


경제발전에 대한 해악? 의무교육은 보편적 복지 아니던가요? 그리고 그로 인해 교육의 보편적 복지가 아니었으면 사장되었을 지도 모를 인재들을 생각해 보면, 보편적 복지가 경제에 해롭다는 이야기를 못할껄요?


그리고 월급 반을 세금으로 내도 복지국가 실현 한다면 그럴 마음도 있습니다. 적자생존,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 그니까 장애인들은 다 수용소로 보내고, 돈 없는 친구들도 그리로 보내자구요. 기왕이면 유전자 검사해서 단일민족의 피를 더럽히는 사람들도 처리하면 안될까요?


다 필요 없고 전단지 포장용으로 배달되는 찌라시 말고 신문 좀 사보세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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