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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오브리-머투린 시리즈 (마스터 앤드 커맨더 / 포스트 캡틴 / H.M.S 서프라이즈 호)

by 만술[ME] 2013. 7. 23.

오늘은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오브리-머투린 시리즈에 대한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특히 번역본에 대한 이야기인데 번역되어 나온지 제법 오래된 책에 대한 이 포스팅을 올리는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1. 이렇게 재미 있고, 멋진 책이 안팔려 21권의 시리즈중 세권만 번역되어 나온게 안타깝습니다.


2. 원서로 읽기 어려운 책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좀 늘어서 시리즈 다음권들도 일년에 한두권이라도 좀 나와주었음 좋겠습니다. (이원경님의 번역이 좋으니 번역은 이원경님을 꼭!)


3. 첫 번째권인 마스터 앤드 커맨더 1권이 교보에서는 품절이더군요. 다른 곳은 아직 있으니 절판되기 전에 (우리나라는 절판되면 끝인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구입해 두세요. 2쇄 한번 찍어 봅시다!




본론에 이은 긴 사족들


1. 이미 예전에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를 소개해 드릴 때 이야기 했지만 영화는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오브리-머투린 시리즈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미완성 유작인 The Final Unfinished Voyage of Jack Aubrey를 포함하여 총 21권이며, 국내에는 1권 “마스터 앤드 커맨더”, 2권 “포스트 캡틴”, 3권 “H.M.S 서프라이즈 호”의 세권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시리즈는 나폴레옹 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영국 해군 함장 잭 오브리와 의사이자 과학자인 스티븐 머투린의 모험과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1권에서 21권까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기술되면서 각권의 내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 번역판 1권이 출간된지는 거의 5년이 되어가고 3권이 번역 출간된지도 2년이 되가는 상황임에도 1권의 초판 2쇄도 못찍고 있는 것을 볼 때, 4권인 The Mauritius Command(모리셔스 작전)이 번역되기는 거의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3권까지 번역되어 나온 것도 출판사가 저작권 계약을 3권까지 했었고 번역자인 이원경 씨가 세권을 묶어 번역하는 계약을 체결했기에 가능 했던 것도 같더군요.


3. 오브리-머투린 시리즈는 3권으로 마무리 하기에는 무척 아쉬운 시리즈입니다. 책의 내용 자체가 실제 역사와 허구를 적절히 배합하면서 그 허구의 상당부분은 실제 역사의 한 장면에서 따와 읽는 내내 1800년대의 해전을 곁에서 체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시대상, 언어, 모든 상황 묘사까지 너무나 자연스럽죠. 번역으로도 느낄 수 있지만 원문으로는 그냥 그시대 사람이 쓴 기록 같은 느낌일 정도입니다.


두 주인공의 우정과 갈등, 지금 보면 황당한 애정행각들, 곳곳에 넘치는 유머들, 아름다운 풍광 묘사 등 시대 문학작품으로 더할 나위 없고, 재미와 고급스러움이 함께 녹아 있는 시리즈입니다. 또한 그 시대의 역사, 시대상, 범선의 구조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됩니다. 조금만 인터넷 등을 뒤져가면서 배우며 읽으면 더욱 큰 재미를 주지만 그냥 모르는 용어는 그런갑다 하고 읽어도 재미 있습니다.


4. 캐릭터가 매력적입니다. 나폴레옹 시대의 영국해군 함장이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무결점의 엄청난 용장이거나 지장이 주인공으로 연상되는데 잭 오브리의 캐릭터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척 세속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돈 보다는 군대에서의 명예를 생각할 정도로 강직하기도 합니다. 어려움에 봉착해서도 그게 항해와 관련되는 일이라면 고민하지만 그 외 육지와 관련된 일이라면 잠시뒤면 또 잊어 버리죠. 잘생겼지만 뚱뚱한 거구에 (오죽하면 엉덩이가 씰룩거린다는 이야기를 들을까요) 남들 6인분의 식사를 한번에 해치우고, 틀린 외국어를 남발하며 잰채하기도 좋아하죠. 


함내에서는 훌륭한 리더이고 운빨도 있지만, 막상 해군내의 복잡한 정치적 문제에 들어가면 답이 안나오는 상황입니다. (자기의 프로모션에 가장 중요한 사람중 하나인 주둔지 사령관의 아내와 바람을 피는 짓까지 합니다) 걸핏하면 포로로도 잡히고, 곰가죽까지 뒤집어쓰고 곰흉내를 내는 굴육을 당하기도 하는가 하면 빚쟁이들에 쫒겨 해군본부 출입도 함부로 못할 지경이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천하무적 같지만 때로는 안습인 그야말로 살아 있는 캐릭터입니다.


머투린은 매우 유식한 박사에 의사에 (일반 군의관이 아닌 진짜 의사입니다) 자연학자이기도 하지만, 키는 작고 별로 잘생기지 못한데다 머리까지 살짝 벗겨졌습니다. 나중에는 더 처참한 외모가 되죠. 여자문제에 대해서는 바람둥이 잭 오브리 함장과 정반대로 답답한면을 보이죠. 귀한 장화가 떠내려가는 것을 잡겠다고 겨울에 물에 빠져 익사할뻔 하면서도 끝내 장화를 포기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잭 오브리와의 콤비는 멋지기도 하고 개그 같기도 하고, 가끔은 배경이나 지식이나 의외의 놀라움을 안겨주는 캐릭터죠.


둘사이의 우정도 “완벽한” 우정은 아닙니다. 둘이 엄청난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로는 서로 속이기도 하고, 속아주기도하고 여자문제로 결투까지 할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5. 번역이 매우 좋습니다. 원문이 쉬운 책이 아닌데 깔끔하게 번역되어 있습니다. 대충 전문적인 명칭 같은건 적당히 원어를 섞어도 크게 뭐라 안했을텐데 정말 가능한 모든 용어를 우리말로 옮기려한 번역자님의 용기가 대단합니다. 더구나 원문에도 없는 각주를 필요한 곳곳에 달아놓아 경이로울 지경이죠. (때로는 뭐 이런 것 까지 각주를 달아주시다니할정도?) 책 뒤에는 그 시대 도량형 환산표를 넣어서 현대적 개념으로 쉽게 거리 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그냥 1마일 = 1.6키로미터 정도로 바꾼게 아니고 1~10 마일, 그리고 27마일과 172마일에 대해 각각 변환해 놓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산기 두드릴 필요 없어 너무 좋습니다. 원서에 나온 선박의 각종 돛에 대해 그림과 함께 번역해 놓았구요.


번역과 관련해 아쉬운 점은 가끔 보이는 오탈자들이 교정 안됬다는 것이고 (현재로는 2쇄가 나올일 없으니 교정볼일도 없을 듯) 기왕 용어 해설까지 달아주시고 하실 것이면 (2권 포스트 캡틴부터 책말미에 용어 해설을 달아놓았습니다) 영문 병기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같이 인터넷에 정보가 가득한 시절이라면 영문으로 쉽게 검색해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일반 독자들이 1권에 나오는 지백 프리깃이 xebec으로 쓴다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따라서 2권부터 권말에 붙인 용어사전과 어떤 용어가 책의 본문에 처음에 등장 할 때 영문을 병기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6. 기왕 욕심을 낸다면 권말에 당시 영국해군의 계급체계에 대한 범례나 등급 및 등급외 함에 대한 설명정도를 달아 놓아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그래도 어려운데 조함장(master), 조함장 부관(master's mate), 장포장(gunner), 장포장 부관 등 부관도 너무 많고, first lieutenant를 (함장)“부관”으로 번역하는게 맞는지도 헛갈립니다.


다만 당시의 느낌을 살린다면 당연히 요즘의 계급체계인 소위/중위/대위 따위의 번역보다는 차라리 그냥 부관의 표현이 더 좋다는 생각이며, 함장부관의 경우만 부함장 정도가 어떤가 싶은데 이게 조함장(master)과의 서열에 있어서는 애매하겠네요. (이게 다 복잡한 그 시대 계급체계, 모집체계 때문임!)


7. 더 더 욕심을 낸다면 지도 몇장 부록으로 달아주면 금상첨화일 듯합니다. 원작에도 그런거 없어서 별도로 책이 나오는 형편이니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르지만 저처럼 지중해 몇 번 못가본 사람들은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거든요. 구글맵을 이용하려 해도 원어로 병기가 되어 있지 않아 좀 힘들구요. 물론 Harbors and High Seas라는 책이 있어 별도로 구매하면 간단히 해결되기는 합니다. 아울러 약간 어수선하지만 인터넷에서 구글맵을 이용해 지도를 정리한 분이 있습니다. 무려 10권까지 정리가 되어 있고 계속 진행중입니다. (http://www.cannonade.net/index.php)


8, 3권 H.M.S. 서프라이즈 호 부터는 두권으로 나눠 출판하지 않고 한권으로 출판하는 건 여러모로 반가운 일인데 앞으로도 계속 한권으로 출판했음 합니다. 그니까 황금가지는 조금(?)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이런 좋은 책은 계속 출판해 달라는 말씀!


언제나 이 시리즈의 제4권의 번역본을 보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아쉬운대로 원서를 뒤적이며 살아봐야죠. 문학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재미로나 최고의 소설로 추천하니 절판되기 전에 구입해 두세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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