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미드 로스트 결말에 대한 추가적인 해설

제가 가졌던 의문보다 더 심오한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주신 꽃만두님을 위한 포스팅입니다. 질문이 좋아서 아마 다른 분들도 좋아하실 듯. (좀더 자세한 의문들에 대한 해석이 담긴 이전 포스팅은 여기 참조)

1. 헐리의 복권 숫자 = 해치 숫자 = 후보자 번호인 것 같은데 후보자 번호가 복권까지 당청시키는 힘을 갖고 있는건가요?

아시는 것처럼 로스트의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4, 8, 15, 16, 23, 42의 여섯 숫자는 수많은 제이콥의 후계자 후보중 여섯명의 번호죠. 그 번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4 - 로크

8 - 헐리 (휴고)

15 - 소이여 (포드)

16 - 사이드

23 - 잭

42 - 권 (이전 포스팅에서 제가 주장한 대로 진수로 생각됨)

어떤 경로로 이 숫자들이 섬밖으로 방출되어 미해군의 감청반에 잡혔는지는, (덕분에 병원에서 휴고가 그 숫자를 듣게되죠) 달마에서는 송신탑에서 해당 숫자를 전송해왔다는 것입니다. 루소가 그것을 조난신호로 바꾸기 전까지는 말이죠. 달마가 왜 이 숫자를 스완 해치에도 박고 스완에서의 방출 코드로도 썼는지는 의문입니다. 첫째는 우연히 해치의 시리얼 넘버가 여섯숫자였고, 때문에 그냥 그 숫자를 코드로 썼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108분마다 전자기장을 방전시켜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4+8+15+16+23+42 = 108입니다. 따라서 (기억하기 쉽게) 6개의 숫자조합이 108을 만족시키는 해를 구해 코드로 사용하고 그 코드를 입력시켜야 하는 해치에도 시리얼을 박아 두었다고 생각 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 숫자가 정말 “힘”이 있냐는 것인데 달마의 자료에 의하면 (물론 로스트 설정에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인류의 종말을 예측할 수 있는 발렌제티 방정식을 만족시키는 해가 바로 이 6개의 숫자라 합니다. 우연이건 아니건 제이콥의 최종후보 6명의 번호이기도 하죠. 아무튼 섬이 108분마다 엄청난 힘을 (나는 비행기도 떨어뜨리는) 방출해 왔다고 할 때 그 방출의 숫자 조합이 헐리가 당첨된 로또장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는 6명의 후보는 제이콥이 애초부터 점찍어둔 상태였으며, 등대에서 제이콥이 주구장창 해당번호의 후보를 관찰한 덕분에 그 힘이 방출되어 로또 당첨 번호로 이어졌을지도 모르죠.

황당하다구요? 우리는 우리가 태어난 생년월일시가 우리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 이름의 획수와 발음이 또한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요? 하물며 인류의 운명을 짐어질 정도의 후보자 번호라면 로또 정도 당첨되게 하는거 문제도 아니죠.

2. 연옥(맞죠?)에서의 에피소드가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그냥 잭이 사람들 구하는 걸로 마무리 지었다면 더 좋았지 싶네요.

종교적인 의미의 연옥이건 뭐건, 시즌6에서 마치 줄리엣의 핵폭탄 신공이 성공한 (또는 무슨 방법이든 섬에서의 삶을 바꾼 뒤의) 미래인 듯 보인 장면들은 죽은 뒤의 장면들이 맞습니다. 다만 죽은 뒤에는 “시간”의 개념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죽은 시점과 상관없이 얽혀있을 뿐이죠.

저는 이 에피소드들이 잭이 드디어 동료들을 탈출시키고 검은연기도 무찔렀다는 영웅적 스토리의 진행과는 관계 없다는데는 동의하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에피소드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동안 1-5시즌 동안의 편집 구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1-5까지 섬 이전에 주인공들이 뭐하고 살았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 중에 섬의 스토리 라인에 필수적으로 끼워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반이하라 생각합니다만 그 에피소드들이 정말 소중하듯, 시즌 6의 사후세계도 소중합니다.

자기 패러디, 오마쥬적 내용이 많아서 1-5시즌까지 보아온 시청자라면 즐거워할 장면들이 많습니다. 찰스 위드모어가 데스몬드에게 맥커천 위스키를 주면서 “가치”를 이야기 한다던가, 늘 잭과 아웅다웅 하던 소이어가 자판기에서 초코바를 뽑을 때 잭이 제이콥을 만나던 장면과 같이 걸려서 안나온다던지 하는 장면들이죠. 

섬에 떨어졌을 때 모두 섬을 탈출하려 합니다. 그들은 밖의 삶이 가치 있고, 섬은 벗어나야 할 곳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그곳을 벗어나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죠. 그런데 그렇게 벗어나서 자신들이 꿈꾸었던 것 같은 삶을 사는 모습은 어떤가요? 로크는 여전히 반신불수에 아버지에 대한 다른 트라우마를 가지고 수술로 치유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합니다. 소이어는 사기꾼이 아닌 형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진짜 소이어를 찾아다니죠. 사이드는 여전히 죄를 용서 받지 못하고 또 살인을 저지릅니다. 나디아는 여전히 그가 가질 수 없는 여인이구요. 

그런데 그들은 이런 저런 사건들로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탈출하려 했던 섬에서의 삶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의 삶이 오히려 허무한 가짜라는 것을. 섬이 있었기에 로크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벗어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 믿음을 위해 죽으려 했었죠) 소이어는 섬에서 3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떠돌이 여자 등기치 전문 사기꾼이 아닌 리더이자 남편으로 살수 있었습니다. 사이드는 희생으로서 악에 물든 상태에서도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못가졌기 때문에 투라우마로 남아 있는 나디아가 아닌 쉐넌과 함께 한 시간들의 소중함을 얻게 되죠. 잭은 fix할게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세상을 구했으니 더 fix할게 있나요? (아울러 아버지의 자신에 대한 생각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형상을 취했던 검은연기 덕분에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벗어납니다)

이렇듯 그들이 그렇게도 원했던 815편이 추락하지 않았다면 일어났을 일들의 실상을 보여줌으로써 제작진은 섬에서 그들이 보여주었던 삶이 훨씬 더 가치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죠. 사실은 그들은 섬에서 오히려 그들이 그렇게 원했던 것들을 얻었던 겁니다. 잭은 환자들 하나하나 구할 필요 없이 한방에 세상을 구했고, 사이드는 용서 받고 사랑을 찾았으며, 헐리는 리더가 되어 의미있는 일을 하게 되었고, 권씨부부는 사랑을 찾고 확인한데다 결실도 맺었고, 케이트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데다 부모의 마음을 경험하고 자신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 아더스는 나쁜 사람들인가요, 아닌가요?

선과 악은 흑백논리로 결정될 수는 없는 듯합니다. 외지인 때문에 섬을 파괴할 뻔한 여러번의 경험(원자폭탄 사건, 달마의 스완 땅굴 사건)에 의해 그게 비록 조난자들이라 할지라도 아더스가 외지인을 못믿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벤이 세계평화와 화합을 내세우는 달마를 비꼬면서 이 작은 섬의 원주민들과도 화합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의미 심장하죠. 아마 달마에 대한 숙청이 일어난 이유는 그들의 연구가 섬을 파괴할 수 있는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DVD 서플을 보면 삭제된 장면중에 추락 초기에 의약품을 모으는 잭에게 에단이 가방하나를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에단은 의약품이 한가득 들어 있는 가방을 주며 약 중독자가 있었나 보라며 숲에서 주었다고 건네는데 아마 숲에서 주운게 아니라 의사인 에단이 따로 준비했던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특히 다음장면에서 만삭의 클레어를 보면서 자기도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고, 클레어가 꼭 순산하기를 바란다며 눈에 이슬이 맺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마 이 장면은 향후 “아더스”를 보다 공포스런 존재로 부각하기 위해 삭제된 듯합니다.

아무튼 “아더스”가 한 대부분의 행동은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는 것, 그리고 자기들과 합류해도 문제가 없을 사람들을 골라내려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벤은 탑승객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었으니 누굴 데려와야 문제가 없을지 알고 있었겠죠)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고 그냥 사람들일 뿐입니다. 다만 서로 “다른이들”로 구획지을 때 그 구획으로 인해 적이 된다는 것은 무섭습니다.

4. 도대체 섬은 무엇인가요? 왜 다들 섬을 지키려하고 섬에서의 권력을 차지하려 하죠?

5. 달마가 섬에서 뭐하고 있던건가요?

섬은 거대한 전자기장이 뭉쳐 있는 곳으로 덕분에 치유력과 파괴의 힘, 시공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 듯합니다. 이런 힘을 통제할 수 있다면 제법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달마는 이를 이용해 각종 유전자 변이(열대에 사는 북극곰)라든가 시공간 여행을 연구했던 것 같습니다. 위 1번 항목에서 언급된 발렌제티 방정식과 관련해서 섬에서는 전자기장의 힘의 과도한 축적을 방지하고 방출함으로써 진짜로 인류의 생존을 연장 시키고 있었던 것이죠. 다만 그들이 행한 많은 연구들이 본래 의도를 위장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큰 계획의 일환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섬"이나 제이콥 같은 경우는 로스트의 설정으로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냥 섬 처럼 뭔가 전자기장으로 특수한 곳이 있다. 그리고 그 특수함을 아주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는 어떤 집단이 그 섬을 잘못 이용하는 경우 재앙을 불러오기에 통제할 필요가 있어 비밀수호임무를 지는 사람들을 임명해왔다는 거죠.  

 6. 사원, 동상은 누가 만들었나요?

일단 로마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듯합니다. 석상이 이집트에서 출산을 관장하는 여신인 타와레트인 것을 봐서는 신전도 이집트(여기저기 상형문자들이 많죠) 시절에 만든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마 그 시절부터 섬의 특수한 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신전을 지었던 것이겠죠. 석상도 마찬가지구요. 다만 왜 출산의 여신을 섬에 세웠는가에 대해서는 수호자의 역할을 하던 여신이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니면 섬에서 일어나는 낙태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더구나 고대이집트문명이 어찌하여 남태평양의 섬까지 전파되었는지가 의문인데, 어쩌면 특정시점에 섬은 지중해쯤에도 옮겨갔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출산과 관련된 문제는 시즌1에서부터 줄기차게 중요한 문제로 제기 되다가 정확한 답이나 해결 없이 끝났는데, 아마 아론도 무사히 출산해서 섬을 탈출했고, 선도 섬 밖으로 탈출한 덕에 지연을 무사히 출산한데다 줄리엣도 죽게 되자 마무리할 내용이 없어 그냥 대충 때운 듯 합니다. 전자기장이 태아에 해로워 섬에서의 출산이 잘 안됬다고 생각하면 단순하지만 간단하죠.  

7. 섬을 움직인다는게 뭐죠?

강력한 전자기장에 의해 섬은 시공간을 뒤틀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섬을 움직이는 것은 강제적인 전자기장의 방출에 의해 의도적으로 시공간을 뒤트는 행위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강제적인 전자기장의 방출의 부수효과는 그 행위를 한 사람을 섬밖으로 이동시켜 버리는 것이죠.

개략적으로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 보았는데,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MF[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