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드 “로스트” 전시즌을 끝냈습니다. 저는 영화나 미드를 주로 DVD가 할인으로 풀릴 때 구입해서 보고 있는데 “로스트”의 경우 몇 년전 할인할 때 1~5시즌을 구입했고 (일부는 무할인) 와이프와 시즌 5까지 끝낸 뒤 시즌 6의 할인을 기다리다 2년 정도를 건너뛰고 어느날 갑자기 지금쯤이면 할인으로 풀리지 않았을까 해서 검색했다 시즌6을 구입한 케이스입니다.
문제는 시즌6을 시작하는데 2년만에 시즌6을 시작하려니 시즌 1~5까지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시즌 1~5를 다시 본 뒤 시즌6을 시작해서 얼마전 마무리 지었습니다. 제 블로그의 포스팅들이 늘 그렇듯 실시간으로 불법 다운 받아 즐기시는 분들과 비교해서는 유행이 한참 지난 포스팅입니다.
--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제법있습니다 --
1. 드라마로서의 로스트
로스트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주축으로 하는 미스테리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주요 (또는 부수적) 캐릭터들의 과거, 현재, 미래와 성장 등을 보여주는 캐릭터 드라마로서의 측면입니다. 재미 있는게 다음회를 보게 만드는 밑밥과 드라마 자체를 지탱하는 틀은 미스테리의 측면이 담당하지만 실제로 각 에피소드 마다의 재미는 캐릭터 드라마의 측면이 제공하고 있는 점입니다. 섬에 오기전의 삶은 물론 섬에서의 삶에서도 개성이 분명한 캐릭터들이 재미를 제공하죠.
섬 밖에서의 캐릭터들의 삶과 섬에서의 삶은 교묘하게 로스트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결되는데 바로 캐릭터들이 늘 다투는 “운명론”과 “자유의지”의 대립입니다. 그들이 섬에 오게된 목적, 그리고 그 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도 다 이유와 목적이 있다는 측과 그런소리 집어 치우고 섬이나 탈출하자는 측이 나뉘죠. 물론 캐릭터들도 이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제작진은 결국 “운명론”과 “자유의지”를 교묘히 합치시키는데 섬밖은 물론 섬 안에서도 그냥 따라가기만 했던 헐리(휴고)가 떠밀림(잭의 대안으로 아무도 없었죠)과 선택(어찌되었건 본인의 의지로 선택을 한거죠)에 의해 최후의 “그 사람”이 된다는 겁니다. 인생이란 결국 운명이던 의지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실을 “인정하고” “놔주는 것” (let it go)의 연속이라는 거죠.
저는 미스테리도 즐거웠지만 캐릭터 드라마로서의 “로스트”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사이드웨이에서 펼쳐지는 셀프 패러디적 대사들, 행동들, 이벤트들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좀 허망하게 보일지 몰라도) 무척 재미 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줄리엣이 (섬에서) 죽으며 말하려 했던 "It worked"가 사이드웨이에서 소이어와의 자판기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말 멋지더군요. 줄리엣이 죽으며 "중요한 말"이라 했던 것은 처음 시즌이 진행되면서 누구나 생각했던 대로 새로운 삶 하나가 펼쳐졌다는 의미에서 핵폭탄의 터뜨렸던 것이 "성공했다"는 뜻이 아니라 바로 사이드웨이에서 언젠가 소이어와 자신을 다시 이어줄 말이 바로 "It worked"이기 때문에 중요하다했던 겁니다. 소이어는 줄리엣이 스완에 떨어지기 전에 손을 잡으며 하던 "I got you!"로 답하죠. 이런 셀프 패러디가 너무 좋아요.
2.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들 - 간략한 의견
시즌이 진행되면서 내놓았던 떡밥들이 시즌이 진행되면서, 그리고 막판에 이르러 거의 대부분 해소 되었다는 건 매우 놀랍습니다. 처음부터 계산하고 한 것인지 아니면 진행하면서 끼워맞춘건지는 몰라도 큰 무리 없이 미스테리들은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큰 줄기와 연관 되지 않는 경우에 해결 안된 미스테리들이 있기는 합니다. 나름대로 답을 구해봤습니다.
①월트는 어떤 능력을 지녔고 왜 특별한가?
작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미스테리들을 기억나는대로 적어보면 우선 월트의 초능력에 대한 것이 가장 큽니다. 월트는 시즌1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그 역할은 시즌2에도 이어집니다. 그의 능력은 뭔가 “섬”의 미스테리와 연관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들죠. 더구나 시즌1 끝에서 월트는 “아더스”에 의해 납치까지 됩니다. 그런데 그게 끝입니다. 알고보니 특별해서가 아니라 어린애여서 납치된 것 같다는... 그는 섬을 나가서 잘 살고 "마지막"에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나이가 있으니 아직 죽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그의 인생에 있어 “섬”은 큰 의미가 없었던 거죠. 아마 제작진이 뭔가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월트가 부쩍 커버리고 외모도 그리 호감적이지 않게 변하자 포기한게 아닌가 싶네요.
아울러 섬에서 애를 못낳는 이유도 그냥 흐지부지 정리 되는데 아론도 탈출하고 선도 탈출하고 줄리엣은 죽었으니 애와 엮일일이 없게 된거죠. 그냥 섬의 전자기장이 태아와 임산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방사선과에 붙은 문구로 땜빵하죠.^^
②제이콥의 오두막의 신비
뭔가 그럴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별거 없고 해명도 없었던 것 중에 하나는 제이콥(원래는 호레이스)의 오두막의 이동입니다. 이 움직임이 뭔가 심오한 이야기를 내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냥 아무것도 없죠. 추정되길 원래는 아마 제이콥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어느순간 동상 발밑에 더 좋은 안식처가 있음을 알고 그리 옮겼고, “틈”을 찾으려는 검은연기가 차지하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두막의 이동원리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③오세아닉 6가 섬에 돌아왔을 때 왜 선만 현재에 남았는가?
선(김윤진)과 벤, 로크의 시체만 현재에 남겨지고 나머지 오세아닉6가 과거로 간 까닭은 아마도 두명의 권중에 진수가 제이콥의 후보자고 선은 아니었기 때문인 듯 한데 자세한 설명이 없어 모르겠습니다. 동굴에 적힌 후보자 중 제이콥의 말대로 케이트가 애엄마여서 후보에서 지워졌다면 선도 (만약 후보자였다면) 애엄마라는 이유로 지워져야했는데 아닌걸 보면 진수가 후보자인 듯하네요. 따라서 선은 꼭 와야되는 캐릭터는 아니었고, 괜히와서 지연이만 고아가 됬죠.
④“아더스”의 리더는 누구인가?
리처드야 끊임 없이 자기는 조언자고 리더가 아니라 했으니 리더는 아니고, 나중에 들어나지만 초반시즌에 각잡고 나타났던 것과는 달리 섬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어찌되었건 출신도 하층민에 노예로 섬에 난파되어 제이콥에 의해 섬의 “아더스”와의 매개자로 지명되었지만 막상 제이콥의 의도가 뭔가도 모른고 수백년을 살아왔죠. 그리고 그걸 궁금해 하지도 않은 것 같더군요. 그냥 머리 나쁘고 충직한 부하일뿐. (이 인간 검은연기에 속아 로크를 리더로 옹립하려는 짓도 하고 제이콥을 죽이려는 벤을 제이콥에게 안내까지 하죠) 다만 그 충직함에 대한 보상인지 무려 섬을 탈출하게 됩니다.
문제는 벤 라이너스가 리더였나, 아니면 생뚱맞게 사원에 등장해서 언어를 편식하는 (영어는 입에 껄끄럽게 걸린다니^^) 도겐이 리더였냐는 겁니다. 시즌4 마지막에 벤과 로크가 모두 떠난 뒤 새롭게 지명된 리더라 생각하면 편한데, 도겐이 섬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 제이콥과의 왕래 등을 생각하면 (리처드는 오래만 살았지 아는 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듯) 몇 년만에 터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사이드가 도겐을 죽였을 때 벤이 시체를 보고는 “도겐이 죽었다” 표현하는 것을 봐서는 벤이 도겐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냥 벤이 리더였고, 그 뒤 로크가 리더였지만 둘다 사라지고는 제정분리에 의해 사원쪽을 맡고 있던 도겐이 임시로 (로크가 올때까지) 제정일치의 사회를 구현했다고 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⑤도겐의 능력?
워낙 갑툭튀 캐릭터인지라 도겐에 대해서는 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그의 능력에 대한 것인데 사원이 “검은연기”로부터 안전한 이유는 바로 도겐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간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검은재가 검은연기를 막아주기는 했지만 말로는 도겐 만큼 엄청난 힘을 지닌 존재는 없었습니다. (처음에 잭이나 사이드랑 싸울 때는 잘만 싸우더니 오염된 사이드와는 힘도 못쓰다니!) 검은연기를 막는 것은 리더인 벤이나 무지몽매 리처드도 못했던거죠. 제이콥은 아마 일종의 3권 분립을 해왔나 봅니다. 섬의 사람들의 정치적 리더(위드모어-벤), 리더의 조언자이자 자신과의 매개체(리처드), 사원의 수호자이자 검은연기를 막을 수 있는 자(도겐)로 말이죠.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사이드가 죽고 사이드를 살린 것은 사원의 힘이 아닌 검은연기의 힘으로 나오는데 (이점에서 죽은이는 살릴 수 없다고 리처드에게 말한 제이콥 보다 검은연기가 능력자죠) 도겐 때문에 검은연기가 사원으로 침투할 수 없는 와중에도 사이드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건 검은연기가 대단한건지, 아니면 도겐이 무능력한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사이드의 총격으로 죽기 직전에 몰린 어린 벤의 치유와 관련해서도 의문이 있죠. 리처드는 (뭘 알고 이야기 하는지는 모르지만) 벤을 받으며 벤은 앞으로 "아더스"에 귀속되며 "순수함"
(innocence)
을 잃게 된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그 치유가 우리가 로스트 내내 보아온 벤을 창조하게 되는데 리처드가 순수함의 상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벤의 타락이 사이드처럼 검은연기와 관련있는 것은 아닌 듯하고... 니들 어린애에게 무슨짓을 한거냐????
⑥검은연기가 제이콥의 추종자들인 “아더스”를 놔둔 이유?
달마의 경우에 아마도 전자기 방어막은 나중의 위드모어가 검은연기를 상대하기 위해 끌고 온 장치로 미루어 “아더스”를 막기 위한 목적외에 검은연기를 막기위함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이유로 아더스가 달마막사에서 살면서 부터는 검은연기가 함부로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블랙록이 난파했을 당시 검은연기는 리처드를 유혹해서 제이콥을 죽이려 시도했으나 제이콥과 조우한 리처드는 물리적으로도 제이콥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뿐더러 멘탈로도 한방에 제이콥의 휘하가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검은연기는 제이콥을 상대하기에는 좀 더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치밀한 계획에는 제이콥이 후보자를 뽑고 아더스를 통치하는 계획을 역으로 이용하기 위한 내부에서 “아더스”를 침투해 들어가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희생양이 벤이구요. 따라서 자신의 계획이 완성될 때까지는 일단 섬에 정착한 사람들을 놔두고 자신의 계획을 위한 후보를 물색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⑦섬의 수호자인 제이콥은 왜 섬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까? - 제이콥의 음모
검은연기와 제이콥의 대화를 보면 제이콥은 계속 사람들을 섬으로 끌어들입니다. 오히려 검은 연기가 인간들은 어차피 타락할 것이며 섬을 파괴할 것이라며 섬을 지키려 하죠. 섬의 수호자가 섬을 파괴할지 모르는 인간을 자꾸 끌어들이는건 좀 모순이죠.
보기에 따라서는 제이콥은 사람들의 인생에 개입하여 섬에 올 수 밖에 없는 인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이드의 경우 리디아를 죽여 삶에 미련이 없게 만든 뒤 납치를 해서 다시 섬으로 끌고오죠. 소이어의 경우 어린 시절 자신의 인생을 결정 짓는 편지를 쓸 때, 제이콥은 펜을 빌려줌으로써 부모의 죽음을 놓아주지 못하고 (let it go)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 헛된 것을 찾는 인생을 살게 됨에 따라 호주에 가고 815편을 타게되죠. 로크는 추락으로 타의에 의해서지만 삶을 놓을 수 있었는데 제이콥은 이때 나타나 다시 비참한 인생을 살도록 살려주죠. 케이트의 경우 제이콥은 바늘도둑 시절 소도둑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결국 제이콥은 후보자의 인생에 개입하여 망쳐 놓고 세상에 더 이상 미련이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는 815편에 태운 뒤 추락시켜 섬으로 데려온다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실행한겁니다. 어쩌면 그 이유는 빨리 자신을 이을 후보자를 만들어 두고 자신은 그 원래는 동생(검은연기)에 주어지기로 되어 있으나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 “선택의 여지 조차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섬의 수호자라는 의무를 벗어버리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이콥의 탈출 시나리오가 거의 완성되어 갈 즈음 벤이 그 앞에 칼을 들고 나타났을 때 저항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잭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이제 자신을 볼 수 없을 것이라 한 것, 섬의 기능을 중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데스먼드를 섬으로 끌어들인 점에서 이런 심증이 강하게 듭니다. 섬에서는 자신의 규칙 때문에 죽어서도 나갈 수 없지만 제이콥은 잭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데스먼드가 섬의 마개를 뽑아 무력화 시킨 틈을 타서 섬을 탈출하는거죠.
이런 제이콥 탈출을 위한 “음모론” 은 무려 십여년간 “아더스”의 리더인 벤과 소통을 하지 않고 버려두었다던가, 벤이 제이콥을 죽이기전 마지막으로 “What about me?"라고 묻자 ”What about you?"라고 대답해서 도발한다거나 하는 점에서 더 강화됩니다. (물론 좋게 보자면 제이콥의 대사는 (나나 섬의 의지를 빙자해서 행한) “니 한짓은 어떻고?”의 뜻이거나 섬을 위해 봉사하기로 한 “니 인생은 어떻하고?”의 뜻일 수는 있겠습니다.)
솔직히 수백년간 제이콥을 섬겼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여긴 지옥이야" 따위의 말을 해대는 어벙한 리처드를 볼 때 찰스 위드모어 조차도 제이콥과 의사소통 했는지 의문입니다. 위드모어는 제이콥과 섬의 의지를 들먹이는 벤에게 냉소적으로 니가 섬과 제이콥에 대해 알긴 하냐는 식으로 말한적이 있는데, 어쩌면 자신의 리더쉽 기간동안에도 제이콥을 못만났기 때문에 “선수끼리 이러지 말자”는 차원으로 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오직 리처드만이 제이콥의 거주지를 알고 후보자 수호를 위해 파견된 일레나 조차도 제이콥이 있는 곳을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제이콥이 “소통하지 않는 리더”임은 명백하죠.
⑧왜 벤은 찰스 위드모어를 죽일 수 없나?
벤과 위드모어는 “규칙”에 대해 말합니다. 마치 제이콥과 검은연기처럼 서로를 죽일 수는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죠. 아울러 알렉스를 죽인게 위드모어가 “규칙”을 바꾼 것이라 말합니다. 이 때 정말 규칙이라는게 있는지 의문입니다. 뭐 제이콥에 의해 리더는 전리더 또는 리더 후보자를 죽일 수 없다는 규칙이 있는지도 모르죠. 아니면 “아더스” 멤버는 다른 아더스 멤버를 죽일 수 없는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벤이 카일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암시되는 것을 보면 단순한 공포정치인지 아니면 실제 집행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미하일이 “거울” 스테이션에서 보니와 그레타를 죽이는 것을 보면 자기들끼리 죽일 수도 있는 듯. 아무튼 키미가 알렉스를 죽이겠다는 협박에 별로 동요 안하다가 실제로 알렉스가 죽자 벤이 놀라고 분노하는 것을 보면 뭔가 규칙이 있기는 한 듯합니다.
⑨로크는 리더이기는 했나?
로크의 리더로서 선출과정은 로크의 몸을 빌린 검은연기의 조작에 의해 리처드가 뻘짓하는 과정입니다. 로크는 전혀 “특별하지" 않았죠. 리처드는 속아서 로크가 리더로 제이콥에 의해 선출 되었다고 믿습니다. 그 결과는 리더였던 벤을 타락시키죠. 벤은 실제로는 제이콥과 만나본적이 없었는데, 로크가 첫 만남에서 제이콥(실제로는 검은연기의 수작)과 교류하자 충격을 받고 제이콥에 배신감을 느낍니다. 벤에게 로크를 제이콥이 리더로 선택했다고 믿게 만든게 리처드입니다. 그리고 알렉스의 죽음으로 그 배신감은 극에 달하죠. 결국 로크를 (가짜) 리더로 만든건 “틈”을 찾기 위한 검은연기의 멋진 작전이었던거죠.
그렇다면 제이콥을 죽이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벤은 “아더스”의 리더였던 겁니다. 제이콥과의 첫 만남에서 “제이콥을 만날 수 있도록 하락된 건 리더뿐”라는 “규칙”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을 벤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때까지 진짜로 리더였기 때문이죠. (제이콥은 규칙, 그것도 규제형 규칙을 만드는게 취미인듯) 제이콥도 벤에게 넌 리더도 아닌 놈이 왜 왔냐 같은 얘기 안하죠. 아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할 뿐입니다. 즉, 검은연기는 로크가 제이콥에게 선발된 운명적인 리더인 듯 보이게 리처드와 로크, 그리고 벤까지 속입니다. 그리고는 로크가 죽은 뒤 그로 변해서 리처드에게 자기를 제이콥에게 안내해 달라하죠. 규칙상 리더만 만날 수 있었던 제이콥에게 로크(검은연기)를 안내했다고 리처드는 생각했지만 사실은 리더였던 벤을 안내한거죠. (제이콥은 치사하게 리더만 자신을 만날 수 있게 규칙을 정해 검은연기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틈을 찾기 거의 불가능하게 규칙을 세팅한겁니다) 검은연기는 어디 제이콥이 있는지 아니까 제이콥이 있는 위치를 몰라서 이런 방식을 취한게 아니라 제이콥을 만나도록 허락된 유일한 사람인 벤이 제이콥을 만나고 또 죽일 수 있게 틀을 짠거죠.
⑩마이클은 자살할 수 없나?
블랙락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리처드와 잭의 경우를 볼 때, 후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습니다. 마이클도 아마 후보자 리스트에 있었기에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없었던거죠. 다만 사이드의 경우나, 진수의 경우를 볼 때 죽음을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하지 않는 선택은 가능한가봅니다.
⑪리처드는 사이드웨이에서 왜 안나오는가?
크리스찬의 이야기에 의하면 사이드웨이에는 소중했던 인연들이 엮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는 섬이었죠. 아마 리처드는 와이프와 함께 했던 그 시절이 소중했나봅니다. 잠시 머물렀던 모든 사람들도 섬이 소중했고 그 인연을 찾는데, (도겐까지 나오죠) 리처드는 안보이죠. 그에게 아무리 오랜 시간이었다 하더라도 자기가 뭘하는지 모르고 목적없이 살았던 그 수백년의 시간은 의미 없는 시간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로스트의 주역들에게는 섬밖에서 얼마를 살았건 분명한 목적과 사명이 있었던 그리고 진실로 의미 있는 사람들을 만났던 섬에서의 시간들이 소중했기에 다시 만나게 되는거구요. 의미 없이 사는 수백년 보다는 의미 있는 몇 년이 인생에 있어 가치 있다는 교훈.
⑫결국 제이콥과 검은연기는 게임을 한 것 인가?
제이콥과 검은연기의 어린 시절 검은연기가 발견한 게임을 둘이 하면서 제이콥이 규칙에 대해 항의하자 검은연기는 이건 내가 발견한 내 게임이니 규칙도 내가 만든다 억울하면 니가 게임을 만들라고 댓구합니다. 섬에서의 이야기들 제이콥이 만든 검은연기와의 게임이 아니었겠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람들은 둘의 게임에 사용된 말들이란거죠. (지네 놀자고 몇명의 인생을 망친거냐 니들!)
제이콥이 섬의 수호자인 이상 섬과 관련된 규칙은 그가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제이콥은 섬을 나가고자 하는 검은연기에게 내가 살아있는 동안는 절대 못나간다는 규칙을 세웠겠죠. 그리고 자신이 죽은 경우라도 후보자가 자신의 지위를 승계하여 존속하는 동안은 못나간다 했겠죠. 그리고는 난 이 후보자들을 섬으로 불러 올테니 넌 그동안 날 죽이고 후보자들도 모두 죽여라 그러면 나갈 수 있다. 단 후보자들은 니가 직접 죽일 수 없다는게 규칙이다. 뭐 이렇게 규칙을 세팅한 듯합니다. “규칙”은 섬의 수호자는 그냥 세팅하면 그만인 것 같은게 제이콥의 전임인 어머니가 검은연기와 제이콥에게 너희는 서로를 해칠수 없게 해놨어라고 말한걸로 규칙은 세팅된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 중요한 섬의 수호자 이취임도 그냥 액체(물이건, 술이건 상관없이) 한잔이면 끝인데 뭘 더 말합니까! 규칙의 적용은 한번 세팅되면 못바꾸나 봅니다. 또는 (헐리에게 벤은 이제 니가 규칙을 만들면 된다고 하는걸로 봐서) 제이콥은 바꿀 수 있었지만 자신의 게임을 위해 그 규칙은 그대로 유지했던 것일지도 모르죠.
이렇게 보자면 이 게임은 검은연기는 누군가를 시켜 제이콥을 죽임과 동시에 그의 후보자들을 모두 없애면 원하는대로 섬을 탈출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단, 이미 언급한대로 검은연기는 제이콥과 달리 인간의 악함을 믿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파멸하도록 해야하고 제이콥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선함을 믿기에 가능한 개입을 하지 않으며 그들 스스로 사명을 갖고 섬의 수호자어 검은연기의 탈출을 막아야 합니다.
여기에 게임의 룰에는 없는 예측못한 변수가 등장합니다. 바로 데스몬드죠. (그런데 데스먼드는 "상수"라는!) 아마 제이콥의 사후 또는 죽음을 예측한 제이콥이 준비한 복수극인듯한데 데스먼드가 전자기장에 대한 면역력으로 어느 누구도 못하는 섬의 마개를 뽑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거죠. 따라서 판을 깰 수 있는 변수를 제이콥과 검은연기가 활용합니다. 검은연기가 탈출미션중 제이콥을 죽이는 미션은 달성했고 이제 후보자들만 제거하면 되는 상황으로 유리한상황이던 때에는 판을 깰 수 있는 데스먼드는 검은연기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아마 제이콥의 생각은 자신이 죽고 검은연기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최소한 섬의 마개를 뽑아 힘을 상실한 검은연기와 섬을 함께 침몰시키거나 운이 좋으면 힘이 빠진 검은연기를 후보자들이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듯합니다. 이런 제이콥의 술수를 알고 있는 (정확이 알게되는건 훨씬 뒤의 일이지만 뭔가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는건 알았죠) 검은연기는 사이드에게 데스먼드를 죽이라 명령합니다.
문제는 검은연기의 계획대로 후보자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C4를 터뜨리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사이드의 예상못한 행동으로 (덕분에 사이드는 구원 받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천국으로 떠날 수 있게 된겁니다) 모두를 죽이는데는 실패합니다. 이제 남은 후보들은 검은연기를 더 이상 믿지 않을게 분명하고 자신은 후보들을 죽일 수 없으니 난감한 처지에 처합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검은연기가 데스먼드의 “정체”를 완벽히 파악하고는 그를 이용해 탈출하는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죠. 즉, 후보자들을 죽일 수 없다면 섬을 파괴해서 자신을 묶어두고 있는 규칙의 굴레를 벗겠다는 계획이죠. 결과는 다 아시는대로구요.
3. 마지막회 그리고 결론
마지막회를 보고 와이프가 “무슨 뜻이야?”라고 물었습니다. “글쎄 모르겠어...”라고 대답했죠. “자기가 그럴 때도 있어?” 모르겠다기 보다는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었습니다. 어쩌면 이 포스팅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삶은 짧건 길건 자기 스스로의 목적을 가지고 소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 (목적 없이 방황하던 사람들이 섬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인연과 가치를 깨닫고는 그 과거 역시 놓아줄 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에서 말하는 사다리처럼) 그리고 운명은 우리에게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늘 선택의 여지는 있다는 것 - 이게 로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 아닐까요? 주인공들은 섬에 가기전에는 삶의 의미를 모르는 lost지만 오히려 섬에서 그 의미를 found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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