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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책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

by 만술[ME] 2013. 4. 23.

전에 회사를 다닐때만 해도 막판에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음악도 별로 듣기 싫고, 책도 안읽고 그냥 WoW만 하면서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곤 했는데 회사를 그만두고나니 WoW를 하는 시간이 줄고 (접속 안한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특히 책의 경우 업무와 관련되는 책이나 지식과 관련되는 책이 아닌 그냥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문학을 읽게 되더군요.


오늘은 그래서 그냥 책과 얽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읽은 (동화가 아닌) 책은 쥴 베른의 "해저2만리"였습니다. 한글을 모르던 시절 청소년 문고판으로된 책을 어머님께서 읽어 주셨죠. 아마 인간을 달에 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박정희 정권하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전국민이 노력하던 때라 "과학"에 대한 경외감이 어느 시절 보다 많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뭐가 뭔지 모르면서 "과학"에 흥미를 가졌고 (유치원, 초등학교때 꿈은 늘 과학자 였습니다) 부모님의 기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학교도 들어가기전에 어머니의 낭독으로 듣는 "해저2만리"는 직접 읽는 것 보다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도입부에 펼쳐지는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들으면서 이건 분명히 "크라켄"일 것이라 단정했었다가 잠수함이란 것을 알게 되고는 얼마나 경악했던지! 네모함장은 이름부터 너무 멋졌고, 결말을 들으면서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의 네모함장은 꼭 살아 있을거라 확신했죠. (네모함장과 노틸러스호의 운명은 쥴 베른의 다른 책에서 다루어지죠)


이 "첫 책"의 경험은 이후 상당기간 저의 독서 취향을 좌우했습니다. 마침 아이디어회관이라는 묘한 출판사(묘하다는게 프라모델도 만드는 회사였으니까요)에서 SF 전집을 발간했고, 계림출판사(소년소녀 명작문고 100권)를 비롯한 다른 출판사들은 홈즈와 뤼팽 등의 이야기들을 경쟁적으로 출판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장르소설들이 제 유년기 독서의 90%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뤼팽의 경우는 이름부터 괴도 다와서 알센 뤼팽, 아르세느 루팡, 아르센 루팽 등 출판사 마다 달리 불렸고 저는 발음하기 편하고 처음 접한 루팡이 좋았는데 불어를 전공하신 어머니는 뤼팽이 맞다셔서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시절 아이디어회관의 SF중 처음으로 읽은게 아시모프의 "강철도시"였습니다. 오묘한 로봇3원칙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줄줄 외고 다녔습니다. 당시 책 좀 읽는다 하는 친구들은 "로봇 3원칙" 정도는 꿰고 다녔습니다. 서로 돌려보면서 아이디어 회관의 문고 전권(60권)이나 홈즈와 뤼팽의 모든 이야기들을 다 읽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뤼팽의 경우 완역 전집으로 읽다보니 안읽은 것이 몇권 있더군요) 문방구 앞에 작대기와 공으로 구성된 테니스와 하키(우리는 축구라고 불렀지만) 전자오락이 들어 온게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으니 당시 저나 친구들이 즐길거리라는게 이런 장르소설들 뿐이었죠.


장르 소설쪽에서 그간 나오는 책은 모두 읽었던 작가들이 디버의 링컨라임 씨리즈, 콘웰의 스카페타 씨리즈, 로버트 해리스의 역사소설들, 에코의 책들 정도였는데, 지난 일년반 동안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인지 신간들 대부분을 건너뛰었더군요. 무려 2011년말에 나온 해리스의 “루스트룸”도 건너뛰었다는...


요즘의 정신적 여유 덕에 다시 장르소설들과 옛 명작고전들(흔히 말하는 세계문학)을 읽고 있습니다. SF로는 책의 내용과 품질에 비해 너무 저렴한 “SF 명예의 전당” 시리즈로 시작하고 있고, 기존에 보던 시리즈에 추가해서 유명하다는 “밀레니엄”이나 아니면 독특해 보이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를 볼까 생각중입니다. 고전은 이미 읽기는 읽었지만 아직 완역으로는 못읽은 책들 중심으로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중학교 시절 처음 읽을 때 무진장 두꺼운 책 두권으로로 되어 있어 당시 읽은게 “완역”이라 생각했는데 최근에야 당시 읽은게 완역이 아닐 것 같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열린책들 번역본을 보면 약550쪽 자리 무려 세권입니다)


지난번 11번가 도서대란 때 담아 놨던 책을 회사 PC에 인증서가 없어 결재 못하고 집에서 하려다 “사실상” 이벤트가 취소되고 가격들이 환원된거에 엄청 열받았었는데 생각해보면 집에 몇 달 읽을 책을 쌓아놓느니 그냥 좀 비싸도 그때 그때 볼 책을 사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때는 너무 읽고 싶어 샀지만 막상 한두달 뒤 읽게 될 때는 취향이 바뀌거나 더 읽고픈 책이 생겨서 더 이상 흥미롭지 못한 경우를 많이 경험했거든요. 


가끔 책조차도 “지름”의 범주에 포함되면서 허위의식을 자극하는 하나의 구성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000은 꼭 질러줘야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지름”을 부추키는 언행도 좀 보기 싫습니다. 저도 아마 블로그에 상당부분을 이런 지름을 부추키는 스타일로 썼겠지만 그냥 필요하면 구입하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죠. 다독이 능사도 아니죠. 한권의 책을 일년내내 읽으며 얻는 것이 때로는 일년에 수십권의 책을 읽으며 얻는 것보다 더 많을 수도 있구요. 가끔 블로그나 게시판에 한달에 거의 수십권의 책을 (그것도 수백~수천페이지에 이르는 장대한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리는 분들을 보면 놀랍습니다. 저는 역자 해설만 읽고 서평을 써도 그렇게는 못할 것 같은데.^^


아무튼 그냥 생각나는대로 책에 대해 이야기 해봤습니다.


MF[ME]


*혹시 아이디어 회관의 SF들을 보고 싶으시면 여기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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