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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전자책 앱)

by 만술[ME] 2013. 4. 9.

올해 전자책 관련해서 가장 큰 사건을 꼽으라면 열린책들에서 발매한 세계문학전집 앱이 아닐까 합니다. 앱 자체도 훌륭했지만 열린책들에서 나온 (그리고 나올) 세계문학전집 200여권의 전자책을 단돈 15만원 정도에 모두 구입할 수 있었으니까요.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 단행본 종이책이 1만원 내외, 전자책 가격이 5천원 정도 하니까 종이책으로는 15권, 전자책으로는 30권 정도 구매할 돈으로 전자책 200권 구매하는 제법 그럴듯한 조건이죠. 덕분에 폭발적인 구매가 이어졌고, 전자책, 그것도 세계문학전집이 애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기까지 했습니다. 더구나 일정기간 한정이었으니 다들 뭔가 쫒기듯 지른 부분도 있죠.


저도 사실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이런 저런 지름질을 많이 하기는 해도 함부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일단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우선 테스트 해보기로 했습니다. 전자책을 Gramophone을 정기구독 한 것 빼고는 읽어 본 적도 없었는데 열림책들에서는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인지 “그리스인 조르바”와 “세계문학전집 해설집”을 무료로 다운 받아 볼 수 있게 하더군요. “조르바”를 다운 받아 읽어 보았습니다.


우선 앱 자체가 참 잘 만들어졌다는 것이 매력적이더군요. iBooks 같이 책장을 넘기는 맛은 없지만 배경을 희색이나 검은색 뿐 아니고 종이결이 나타나는 아이보리 계열로 세팅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배경을 이렇게 세팅하고 밝기를 조정하면 아이패드에서 읽어도 눈이 좀 덜 피곤하더군요 (그래도 종이책이 아직 눈에는 덜 피로합니다) 본문에 주석이 달린 경우는 주석 숫자를 탭하면 하단에 내용이 나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편리하면서도 전자책의 장점을 잘 살린 방식이라 생각됩니다.


북마크, 밑줄기능, 주석기능이 있어 원하는 곳에 생각을 적어 두거나 메모를 해두고 나중에 찾아보고, 공유하고 할 수 있습니다. 공유는 트위터, 페이스북, 이메일로 할 수 있죠. 사실 이렇게 자기가 단 주석등을 언제건 열람할 수 있으면서 책은 더럽혀지지 않는 점이 전자책의 장점이고, 또 타이핑 안해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전자책의 큰 장점입니다. 단하나 불편한 점은 글씨 크기가 변하면 페이지가 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400쪽을 읽고 있다 글씨를 키우면 500쪽이 되는 식이죠. (iBooks도 같습니다) 아마 제가 종이책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쪽 부여 방식이 생소해서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


“조르바”를 다 읽고 나서 전자책으로 독서를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패드를 늘 가지고 다니니 곁들여 책도 늘 가지고 다닌다는 거니까요. 그렇게 따지면 무게상으로 공간상으로 참 효율적이죠. 눈의 피로, 집중도는 독서하는데 생각보다 큰 문제가 없더군요. PC화면으로 책 읽는 것은 불편해서 못하겠던데 아이패드로, 특히 앞서 말한 것 처럼 바탕과 밝기를 조정하니 제법 편안한 독서환경이 되었습니다. 집에 늘어만 가는 음반, 책 때문에 골치가 아파 (더구나 아이들 책도 엄청나게 늘어서 아이들 책이 거실 벽면하나를 넘었습니다) 퇴사하면서 회사에 두었던 책들도 대부분 기부하고 온 마당에 문학서적을 늘려나갈 엄두도 안났는데 그냥 200권을 아이패드에 담아두면 편리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의 지를 뻔한 이 프로모션을 지르지 않은 것은 세가지 이유에서 였습니다. 첫째로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은 “전형적”인 전집이 아니란 것이었습니다. 열린책들의 취지 자체가 말해주듯 흔히 말하는 필수아이템이 빠졌는가 하면 뜻밖의 책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이건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 책을 알게 되고 읽게 되는 장점이 될 수도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읽고 싶은 고전이 빠졌다면 다른 출판사서 사봐도 되니까요.


두 번째는 번역의 문제였습니다. 세계문학전집의 특성상 어떤 책에 대해 다양한 번역본이 존재하고 그 번역에 따라 책 읽는 맛이 달라집니다. 어떤 번역은 오역투성이고, 제대로 번역되었지만 읽히지 않고 어떤 책은 술술 읽히지만 의역이 많을 수도 있죠. 이건 책에 따라 선택해야할 문제입니다. 경우에 따라 조금 의역이 많지만 술술 읽히는 책이 좋을 수도 있고, 또 좀 읽기는 까끌까끌해도 정통파 번역이 좋은 경우가 있죠. 헌데 열린책들의 번역이 제 구미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문제죠. 종이책이라면 일관되게 200권 책장에 넣어두는 맛에 번역에 관계없이 지를 수도 있지만 전자책인데 그런 맛도 없죠.


셋째는 세계문학이면 지금 시우가 초등학교를 들어갔으니 빠르면 향후 5~10년안에 시우도 한두권은 보게 될 텐데 그때까지 애플과 아이패드가 건재해서 전자책으로 구입한 세계문학전집이 보존된다 해도 시우도 아이패드 가지고 다니며 보기전에야 200권은 아니어도 종이책으로 책장에 있는 것이 손에 잡히고 읽게될 확률이 높을 것 같더군요. 


문제는 종이책의 수명, 특히 몇 년만 지나도 낡아서 읽기 싫게 삭아버리는 경우인데 열린책들에서 나온 페이퍼백으로된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추”의 경우 변색되었지만 (거의 20년 된 듯) 2002년 초판을 보유하고 있는 “바우돌리노”를 보니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이 비슷한 방식의 종이와 사철제본 하드커버 편집입니다) 10년이 지났지만 거의 새책 같고 읽기도 문제 없더군요. 지금 상태를 보면 앞으로 10년은 더 갈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전집”의 뽀대도 없고, 전집을 구매함에 따른 “의외의 책”이나 “책이 있기에 읽게 되는 책”은 없겠지만 앞으로 시우, 가빈을 생각하면 번역과 제본 상태 등을 골라가며 조금 공간을 차지하더라도 종이책으로 다양한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을 구입해가는게 합리적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론 : 열린책들 전집 구매 패스. 


MF[ME]


*다지난 이벤트를 왜 지금 올릴까요?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인 열린책들에 민폐가 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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