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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카메라 - IT

[사진]취미로서의 사진에 대하여

by 만술[ME] 2013. 4. 10.

인터넷을 보면 사진에 대해 이런 저런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경험이 많은 분들, 경험이 많은 척 하는 분들. 어디서 배낀 분들까지... 그런 글들을 가끔 읽으면서 문득 “취미로서의 사진”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취미로서의 사진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는게 정답일까란 의문이죠.



[나도 사진이다 - 흔들리고, 초점도 나가고, 무려 아이폰으로 찍었지만 추억의 한 순간] 


1. 사진을 취미로 하는 제대로 된 방법?


A씨는 가족들과 나들이를 자주 갑니다. 가서 아이들, 와이프 사진을 찍어주는게 취미입니다. 그냥 그 순간의 기록을 더 이쁘게, 나중에 추억하면서 그날의 느낌이 잘 살아나게 찍는게 전부입니다. 물론 가끔 이사람 저사람 보여주면서 사진 잘나왔다. 잘찍는다 소리 정도는 듣고 싶습니다.


B씨는 등산을 좋아합니다. 등산을 다니다보니 사진장비 챙겨다니며 야생화 찍는 사람들을 자주보게 되었고, 취미삼아 등산도 할겸 사진도 찍을겸 해서 야생화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철에 맞춰 야생화를 찍으러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출도 찍고, 일몰도 찍고 소위 포인트에서 남들이 찍는 그런 사진들도 찍게 됩니다. 그냥 남들 다찍는 위치지만 그 멋있는 장면을 B씨도 자신의 손으로 찍어내고 싶습니다. 


C씨는 원래 기계를 좋아합니다. 남들보다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지만 좋은 장비를 쓰고 싶습니다. 그나마 좋은 장비로 찍으면 사진도 좋아보이고 만족도도 높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사람들과 어떤장비는 어떻고 이야기 하고 어디가서도 다른 사람들의 장비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사진을 보면 어떤 장비로 찍었을까가 제일 궁금합니다.


D씨는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취미로 갖게 되었지만 이 사람 저사람을 알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에 대해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책도 사보고, 강의도 듣고 하면서 화각, 초점거리, 렌즈의 특성, 빛, 구성 등을 생각하며 연습하고 찍어보는게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가끔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잡아낸 사진도 찍곤 합니다. 


A~D씨중 누가 진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일까요? 사진을 음악감상, 독서, 그림, 등산 등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저는 모두 진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E, F, G씨의 또다른 경우도 있겠고, 그들도 진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취미”의 영역이니까요.


A씨의 경우 똑딱이를 쓸 수도 수백만원짜리 DSLR을 쓸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쓰건 어느 정도의 테크닉을 보유했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사진의 형태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사진이 취미인게 맞습니다. 그리고 어줍지 않은 아마추어 능력자가 찍어주는 것보다는 최소한 자기 가족들의 순간을 기록한 사진은 더 멋지게 찍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사진에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옆에서 누가 한수 가르쳐 주거나 책한권만 읽으면 일취월장 할 수 있는 케이스죠.


B씨의 경우 남들이 다찍는 장소에 가서 어디선가 본 듯한 사진을 찍어내지만 사진이 취미인건 맞습니다. 피아노치며 체르니30번을 최소한 안틀리고 쳐봐야지 하면서 연습한다고 피아노가 취미가 아니라 할 수 없쟎아요? 저는 그런 똑같은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장소로 이동하는 노력, 그 포인트를 찾아내는 노력, 그 상황이 되기를 기다리는 노력, 그리고 그런 장면을 위해 셔터를 누르고 리뷰하는 노력도 무척 소중하다 생각합니다. 흔한 오메가 일출을 찍기 위해 서울에 사는 사람은 몇 번을 새벽에 차를 타고 동해를 찾아가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넌 제대로 사진을 취미로 하지 않고 있다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장비를 좋아하는 C씨의 경우도 장비만 모으는게 아니고 사진을 찍기는 하는 이상 사진이 취미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 감상이 취미라 할 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음반을 피아노 종류별로 구매하면서 “역시 발터 카피 포르테 피아노 소리”가 좋아라면서 감상한다거나 베토벤 교향곡을 카라얀의 시대별 음반들을 모아 듣는다고 음악감상이 취미가 아니라 카라얀 감상이 취미라고 할 수는 없죠. 또는 오디오를 바꿔가며 인터 케이블을 바꾸니 현의 질감이 살아난다는 사람이라고 오디오 감상이 취미지 음악 감상이 취미가 아니라 할 수는 없습니다.


D씨의 경우 흔히들 제대로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저는 D씨의 경우도 그냥 사진을 취미로 하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씨도 언젠가 D씨 비슷하게 취미가 바뀔 수도 있고, D씨도 렌즈를 바꾸니 사진이 바뀐다는 것을 느끼고 C씨 비슷해 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냥 A~D 섞여 있어요. 그래서 누가 A~D 중 하나라도 비난하는 스타일로 이야기 하면 싫습니다. 그냥 취미인데 민폐끼치고 다니는게 아니라면 뭐 크게 고민하고 싸울 필요 없죠.


2. 피사체 지상주의


“제대로 된 사진 취미”와 연관해서 피사체 지상주의에 대한 경고, 또는 비아냥도 제법 보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주위에서 평범한 일상에서 수 없이 많은 사진꺼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요. 그런데 그런 눈을 갖고, 습관을 갖게 되는건 쉬운일이 아니죠. 와이프 얼굴도 자세히 뜯어본지 오래된 사람이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알게 된다면 기적이죠. 카프카의 변신에 영감을 받은 로렌스 데이비드의 동화처럼 아이가 딱정벌레로 변해도 부모도, 동생도, 친구도, 선생님도 못알아보는게 현실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피사체가 중요합니다. 와이프의 얼굴과 몸매에 감동을 못받는 사람도 모터쇼에 나온 분들을 보면 감동 받고 사진을 찍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피사체가 나를 매혹적인 눈길로 쳐다봐도 외면하지 말고 직시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배우죠. 못가본 곳에 가거나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사진 찍어달라 조르는 것 같습니다. 찍을 것 투성이죠.  


많은 분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함에 있어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을 터득하는게 중요합니다. (어디 돈들여 나갈 필요 없고 모델료도 안드니) 돈 더 적게 들고, 시간도 적게 들고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헌데 그런 “눈”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배우는건 쉽지 않습니다. 노력이 필요하고, 연습도 필요하죠. 힘도 많이 들고요. 피사체는 평범한데 보는 눈이 없다면 어떻하나요? 죽도록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음 답이 나오나요? 아님 싫어도 이거 찍어야되 하면서 달걀만 50mm, 70mm, 105mm로 8시 빛, 9시 빛, 10시 빛 구분하며 찍나요? 그냥 피사체를 찍고 싶은걸로 바꾸는게 정답이죠. 바흐의 평균율만 들으며 이해는 안가지만 꾸벅꾸벅 졸면서 “내 피아노의 구약을 정복하리라” 하는 것 보다는 그냥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는게 좋을 수도 있다는거죠. .       


동네 사진도 못찍으면서 알래스카 가면 잘찍냐? 와이프 사진도 못찍으면서 모터쇼 가면 잘찍냐? 네 잘찍습니다. 피사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거든요. 알래스카 갈 돈이 없거나, 와이프가 모터쇼 못가게 하면 사는 동네와 와이프에 애정을 가져보세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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