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랍시고 브람스의 음악들을 제법 듣고 있습니다. 브람스 같은 대가에게 할말은 아니지만 그가 작곡한 실내악곡들에 비해 교향곡과 같은 대편성곡들의 경우 어진지 혼탁하고 뭉개지며 뭔가 불분명한 느낌을 받는데 이게 뵘이나 카라얀 시대의 음반들뿐 아니고 요즘의 새로운 녹음들도 그런 것을 보면 (실연도 제법 그래요) 브람스 자체의 문제거나 아직 음향적으로 브람스를 제대로 해석하기 힘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녹음에 무진장 신경 쓴 카라얀의 음반도 그런걸 보면 이게 브람스의 문제인갑다 하고 살았었습니다.
물론 현대 녹음 기술은 발전하고 음악의 해석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브람스를 들으면서 아무래도 제가 말한 "문제점"(?)을 해결한 음반들이나 실내악을 듣게 되는데 브람스 대편성곡을 이리도 명료하게 연주하고 녹음할 수 있구나하는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음반이 오늘 소개드릴 음반입니다.
7~8년전까지만 해도 그냥 아르헤리치의 친구인가보다 했던 프레이레가 샤이가 이끄는 게반트하우스와 함께한 피아노 협주곡 음반인데 연주와 녹음이 기가막힙니다. 더구나 실황으로 이런 녹음을 해냈다는건 충격이죠.
샤이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를 않는데, 그러면서도 위압적이지 않습니다. 그 긴장감이란게 삶에 활력이되는 적절한 스트레스와 같다고나 할까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전 음역대가 결코 뭉개지거나 불분명한 점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음향적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디테일도 치밀합니다. 이게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고 물흐르듯 한다는게 또 놀랍죠.
이 물흐름은 프레이레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야말로 강약과 리듬의 이완이 적절합니다. 힘이 있으되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리듬감이 살아있지만 경박하지 않습니다. 한음 한음이 뭉개지지 않고 또렸하면서 선율은 다 살아있습니다. 프레이레와 샤이의 연주는 악보의 구석구석까지 돋보기로 보여주듯 모든 디테일을 남김 없이 보여줍니다. 다른 연주들에서는 대충 넘어간 부분들이 둘의 연주에서는 살아 숨쉬고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연주의 스케일은 장대하고 여유롭기까지 합니다.
단 하나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음반을 골라야 한다면 이 음반입니다. 연주와 녹음이 모두 경이 그 자체입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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