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백만년만에 음악회를 다녀왔습니다. (라고 하지만 지난 년말에 가족들과 다녀왔네요) 엘렌 그리모 (Hellen Grimaud)의 두번째 내한 연주회 였는데 그녀가 2010년 발매한 Resonance 앨범과 동일한 구성으로 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예당에 차를 안가지고 가본 것도 백만년만이라 지하철역에서 부터 고생했습나다. 표가격도 지금 보다 많이 싸고, S석에도 황송해 하던 옛 시절이 생각나더군요.
그리모는 그녀의 슈만 협주곡 표지에 혹해서 처음 들은 이래 지금 까지 쭉 이어지는 "외모로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 뿐더러 결국은 크게 되더라"는 제 음악가 선별법의 성공사례중 하나입니다. 솔직히 랑랑이 주구장창 DG에서 녹음하면서 매진행진을 이어가는 것, 드 라살이 십대의 나이로 나이브에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이 꼭 실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죠. 하다못해 데뷔시절 이쁜 아이였던 천재 리프쉬츠가 어디서 뭐하는지 관심 있는 분들 있나요? 무려 20세기의 위대한 레코딩의 하나라 불리는 환상의 조합이 이룬 쾌거인 리히테르-오이스트라흐-로스트로포비치-카라얀의 3중 협주곡에 대해 쏫아졌던, 그리고 지금도 회자되는 추천들은 이름빨 아니던가요?
아무튼, 실력도 좋고, 정신세계도 멋지고, 이쁘기도 한 그리모의 음반, 연주는 저로서는 추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녀의 음반들을 보면, 레조낭스 앨범도 그렇지만 그냥 평범하지 않습니다. 레조낭스의 경우 모짜르트 - 베르그 - 리스트 - 바르톡이죠. 그리모는 이들의 음악들이 서로에게 시대적으로, 지역적으로 어떻게 "공명" 하는지 멋지게 보여줍니다. 만약 모짜르트 K310 소나타를 모짜르트 피아노소나타 전집 앨범을 내면서 그리모 처럼 연주했다면 "뭥미?" 했겠지만 레조낭스 프로그램에 속한 연주로서는 거의 완벽하다 할 수 있습니다.
"소리"라는 차원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프로그램의 전달력, 그리고 훌륭했던 베르그, 빛나던 리스트와 바르톡을 생각하면 매우 좋았던 연주회 였습니다.
앵콜도 세곡을 해줬는데 쇼팽 연습곡, 라흐마니노프 에뛰드-타블로, 글룩의 오르페오와 유리디체를 연주했습니다. 앵콜을 들으며 원래 그리모는 이렇게 이쁜 소리도 잘냈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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