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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윤유진 피아노 독주회 간략 후기

by 만술[ME] 2013. 3. 13.

지난 6일 금호아트홀에서 있었던 윤유진 피아노 독주회 후기입니다. 제가 전에 포스팅 한 것처럼 저는 연주회의 후기에 대해 별로 필요를 못느끼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그냥 그림의 떡이고, 설사 같이 한 사람에게도 이미 재현될 수 없는 과거일 뿐이기에 그냥 그냥 “좋았다”, “별로다” 정도의 감정의 교환 뿐이고, 그 감정의 교환이 다른 사람이 느낀 것을 바꿔 놓을 수도 없는 이상 무슨 소용이 있겠냐 하는 것이죠.


아무튼 그럼에도 블로그에 이날 연주회에 대해 언급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근래에 참석한 연주회중 최고의 만족을 주었던 연주회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윤유진은 전혀 모르는 연주자였고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664, 쇼팽의 안단테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었기에 매우 좋은 레파토리로 묶여 있었죠.


프로그램을 받아보니 노트를 연주자가 직접 작성했더군요. 레파토리 선정의 이유, 개인적인 주안점 등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정성껏 쓴 노트입니다. 읽는 순간 연주에 대한 기대가 커집니다.


첫곡인 슈베르트 - 전반적으로 무난했습니다. 약음이 좀 더 아름다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뿐 구성도 탄탄했습니다. 들으면서 (저는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반복구 생략을 싫어하기에) 반복구를 모두 연주한다면 브라바를 외쳐주마란 생각이 들었죠. 아쉽지만 반복구는 제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니 리히터, 시프의 연주를 좋아할 수 밖에요^^)


두 번째 폴로네이즈는 쇼팽스런 리듬감이 약간 부족했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듣는내내 “오! 오!”를 연발하게 되더군요. 강약의 대비도 훌륭했고 전반적으로 즐거움이 듬뿍 담겨 있었습니다.


휴식후 메인인 무소르그스키. 프롬나드의 첫음이 진행 될 때부터 깜짝 놀랬습니다. 이 아줌마가 처음부터 이렇게 연주하면 나중에 키로프의 대문에 이르면 힘을 어찌 감당하려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힘든곡 첨부터 오버페이스 하다 후반에 무너지는 경우 많거든요. 헌데 그 강력한 터치와 빠른 페시지에서 날아가는 듯한 속도는 후반부로 가서도 조금도 처지지 않더군요. 오히려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더 강하게 밀어 부칩니다. 나중에는 다소 거친 그녀의 숨소리까지 음악과 어우러져 감동을 배가 시키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브라바”를 외쳤습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실황”이었기에 녹음이 별로인 리히터의 실황 음반들과 견주어서도 처질게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같이 갔던 B부장과 함께 2003년 관현악 축제 때의 손열음 사건 이후 최대의 수확이라 자평했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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