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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스티븐 허프 (Stephen Hough) 연주회 간략 후기

by 만술[ME] 2008. 6. 4.

연주회 후기를 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미 다른 포스팅들에서 이유는 말씀드렸죠) 몇가지 언급해 두어야 할 내용이 있어 적어 봅니다.

스티븐 허프(Stephen Hough)의 독주회(6/1 LG아트센타)를 다녀왔습니다. 데뷔 음반 부터 꾸준히 음반들을 구해 듣는 피아니스트 중에 하나인데 주요 레파토리 보다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작곡가들의 숨어 있는 곡들을 명징한 해석으로 내어 놓기에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지닌 연주자입니다. 물론 덕분에 싫어하는 분들도 제법 있죠.

성적 취향에 대한 편견 없이 보아도 우선 복장 부터 특이 했습니다. 먹물색(흔히 말하는 검정과는 다릅니다) 차이나칼라 수트에 청록색에 펄(pearl)기운이 감도는 구두를 보는 순간, 이거 두고두고 회자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만약 무대에 선다면 저도 한번 트라이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구두였죠. 물론 연주회 내내 구두가 신경 쓰였을 분들도 있겠습니다^^.

음반으로는처음 데뷔 음반 부터 최근 음반까지 꾸준히 들어 왔는데, 실황의 맛은 또 많이 다르네요. 허프를 두고 지인은 중심 레파토리에서는 자신 없으니까 변두리로 승부한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곤 했는데 그의 베토벤을 들어 보니 (소나타 32번을 연주했습니다) 중심 레파토리에 밀려 특이한 곡들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닌 듯했습니다. 단호하고 명쾌한 1악장에 비해 변주곡쪽은 좀 나른 했지만 개성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무도회의 권유는 애뜻한 추억속의 무도회가 아닌 졸업 파티 같은 떠들석한 무도회 분위기를 표현해 주었고 쇼팽의 왈츠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이 루빈스타인의 재녹음 음반임을 생각할 때 취향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우아함에서는 많이 부족했지만 "Brilliante"란 부분에서는 모자람이 없었습니다.생상, 샤브리에, 드뷔시는 아무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지막곡인 메피스토 왈츠는 처음 부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생각 했는데 의외로 후반부에 덜 무너지면서 요령있게 마무리 하더군요.

사실 처음 변주와 왈츠로 대조적인 미니 음악회 두개를 편성한다는 취지를 들었을 때, 오랫만에 익숙치 않은 곡들을 들으며 느끼는 연주가 아닌 음악적 감흥을 받고 싶었는데 막상 프로그램을 보니 너무 익숙한 곡들이어서 평소처럼 음악회 준비를 하지 않고 연주회 당일 마치 모르는 곡인양 새로운 마음으로 들었는데, 이런 방식의 음악 생활도 괜챦더군요.아무튼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즐거운 연주회였습니다.

프로그램:

1부 : Variations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 "엄격변주곡(Variations serieuses)", Op. 54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피아노 소나타 제32번 c단조, Op.111

2부 : Waltzes

베버 CARL MARIA VON WEBER "무도회에의 권유(Invitation to the Dance)", Op. 65
쇼팽 FRIC CHOPIN왈츠 C#단조 Op.64 No.2 "
"화려한 왈츠(Valse Brilliante)" Ab장조 Op. 34 No. 1

생상 CAMILLE SAINT-SAS"나른한 왈츠(Valse Nonchalente)" Db장조, Op. 110
샤브리에 EMMANUEL CHABRIER"소곡(Feuille d’Album)"
드뷔시 CLAUDE DEBUSSY (1862-1918) 왈츠 "렌토보다 느리게(La plus que lente)"
리스트 FRANZ LISZT (1811-1886) "잊혀진 왈츠(Valse oubli" No. 1
"메피스토 왈츠(Mephisto Waltz)" No. 1

앵콜곡

Pining for the Spring Breeze (Arr. Stephen Hough)
Osmanthus Romp (Stephen Hough)
Young Girls in the Garden (Federico Mompou)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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