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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존 홀로웨이 (John Holloway) 연주회 후기

by 만술[ME] 2008. 4. 1.
모스크바 출장 때문에 연주회가 끝나고 바로 올리고 싶었던 포스팅을 이제야 올립니다. 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저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따라서 그 과거를 언급한다고 해서 현재에 달라질 것이 없는 음악회 후기를 올리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올린다고 해 봐야 아티스트에 대한 인상이나 기타 언급할 만한 내용이 있을 때 뿐이죠. 이번 존 홀로웨이 (John Holloway) 바로크 바이올린 독주회에 대한 포스팅은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이런 저런 이야기 꺼리가 있기에 올려 봅니다.


호암 아트홀의 기획공연 패키지가 공개 되었을 때 가장 기대했던 연주는 홀로웨이 였습니다. 물론 바로크 바이올린을그것도 호암 아트홀에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쿠이켄 때 (또 빌스마 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한 것 보다야 백번 낫지 않겠나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습니다.

연주회 당일 좀 일찍 도착한 덕에 (아마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암 아트홀로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들고 들어오는 존 홀로웨이를 만날 수 있었고, 그날 저녁 연주회가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연주회 직전에 로비에서 있었던 노승림씨의 "10분 토크"를 통해 기대는 최고치를 갱신했죠.

이런 기대는 연주회가 시작되고 바로 위기를 맞이 합니다. 첫곡인 텔레만의 판타지아 제1번이 시작되자 마자 몰려드는 네명의 여자분들이 조금 분위기를 망치기 시작하더니, 홀로웨이의 무리한 보우잉과 E현의삑사리,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과 때문인지 해석도 조금 갈팡질팡인 듯하고, 결국은 마지막곡인 바흐 파르티타 2번의샤콘느에서는 연주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되는 사태까지 벌여졌습니다.

저는 연주회내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마조마해서 도저히 집중이 안되더군요. 가끔 순간적인 번뜩임에 "진짜" 홀로웨이를 느끼기도 했지만, 연주회 내내 혼자 무대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연주자가 안타까와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홀로웨이는 프로답게 연주회를 마쳤고, 연주회에 대한 칭찬 보다는 격려와 안타까움에 대한공감일 박수에 대한 보답으로 앵콜 한곡을 한 뒤 두번째 커튼콜에서는 바이올린을 두고 나와서 인사함으로써 예를 다했습니다. 사실 한곡이라도 앵콜을 바라는 것 조차 안스러운 상황이었죠.(저는 그냥 커튼 콜만 응하고 앵콜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뒤이어진 싸인회에서는 마시금 미소를 머금고 열심히 싸인을 해주더군요. 덕분에 두장이나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싸인한 매직이 물기가 많자, 이거 물기가 많으니 손에 뭍지 않게 조심하라고 친절하게 이야기해주던 홀로웨이의 따뜻함에 연주회의 성과야 어떻던 대가에 대한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홀로웨이는 음반들만으로도 충분히 존경 받을만 합니다.)

이번 공연은 (특히나 며칠뒤 통영의 연주회에서는 유사한 레파토리였음에도 전혀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경악하게 만든 대가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허위의식을 충족시키기 위함인지 표값만 치솟으면서도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못한 우리의 공연 현실이 고음악 공연에는 얼마나 척박한 환경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환경만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아마도 서울의 공연도 재앙의 수준은 아니었겠죠.

우선 공연장이 너무 넓고, 음향이 데드한 호암아트홀이었다는 점. 그런 공간에서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맞서기에는 무리였다는 점. 아울러 기상조건도 너무 건조해서 거트현을 쓰는 바로크 바이올린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점. (통연 공연전에는 비가 내렸고 바닷가였습니다) 그럼에도 연주회장에는 어떠한 대책도 없었다는 점(물론 연주자 뒤에 음향판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은 했습니다) 연주자도 애초에 연주회장에 대한 지식이 없이 접근했기에 무리한 보잉을 해가며 연주회장에 적응하려 했지만 이런 저런 조건들이 안맞아오히려 삑사리의 연속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 등 우리의 연주회, 그리고 기획의 한계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홀 끝에 있는 사람들까지 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홀로웨이의 무리해 보이는 "선택"이 어쩌면최선이었을지도 모르죠.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바로크 바이올린 독주회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MF[ME]

*물론 궁극적으로 연주회의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은 연주자가 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공연은 연주자, 기획사, 관객 등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일회성 이벤트라는 점에서 모든 책임을 연주자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는 이야기죠. "가장 큰 책임"과 "모든 책임"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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