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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Conversations with Bill Evans

by 만술[ME] 2004. 1. 6.
어제는회사 동료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청담동에 있는 째즈바 "야누스"에 갔습니다. "야누스"는 독특한 분위기도 있지만, 오디오 매니아들에게는 전설적인 스피커인 "웨스턴 시스템" (몇십년전 모델이지만 한 2억4천만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으로 더 유명하죠. 일본에서도 매니아들이 스피커 들어보겠다고 찾아오니...

요즘의 하이파이 경향인 빠른 응답, 해상력, 음장감 등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는 특성입니다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 열중하는데는 좋은 스피커인듯 했습니다. 요즘 하이파이가 최고급 주상복합 빌딩을 연상시킨다면 웨스턴 시스템은 한적한 전원주택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삶의 여유로움에 비견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정도의 거구를 들여놓으려면 집이 엄청나게 커야겠지만...

어제 밤 "야누스"에서 째즈 음악을 들은 관계로오늘은 째즈 음반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물론, 제가 정통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정통파 째즈는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으시는게 더 좋을 것 같고, 오늘 소개할 음반은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약간 "크로스오버"한 "빌 에반스와의 대화" (Conversations with Bill Evans)라는 음반입니다.


1. Song for Hellen
2. Waltz For Debby
3. Turn Out The Stars
4. Noelle's Theme
5. Reflections in D
6. Here's That Rainy Day
7. Hulo, Bolinas
8. Love Theme From "Spartacus"
9. Since We Met
10. Peace Piece
11. Your Story
12. Lucky To Be Me


아마 째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에 대해서는 잘아실 겁니다. Andy Hamilton이 2003년 11/12월호 "International Piano"지에 기고한 대로 그는 현재 찌즈 피아노 음악에 있어 가장 중대한 영향을 끼친 연주자 였습니다. 이런 바탕에는 그가 클래식 피아노로 시작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였다고 봅니다.

빌 에반스는 클래식 음악의 트레이닝에서 습득한 노래하는 듯한 칸타빌 주법이나 페달의 미묘한 사용 등을 째즈 피아노 연주에 적용했고, 이점은 어떤 점에서는 째즈 피아노 역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물론, 빌 에반스를 이렇게 클래식적인 부분을 강조해서만 이야기 할 수도 없을 겁니다. 오히려 그는 improvisation에 대단히 능했던 연주자고, 이 improvisation 능력이야말로 빌 에반스의 음반들이 오늘날 까지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겠죠.

헌데 이런 improvisation은 그 자체가 퍼포먼스이지 텍스트는 아닙니다. 째즈의 특성이 그렇구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음반의 피아니스트인 Jean-Yves Thibaudet는 빌 에반스의 음악을 텍스트로 접근함으로써 또 다른 음악을 선사합니다. 즉, 빌 에반스가 남긴 음반들을 들으면서 그의 improvisation까지도 악보에 옮겨 하나의 텍스트를 창조한거죠. 이 텍스트의 창조에는 Jed Distler가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사실 improvisation된 음반들을 들으며 하나의 악보로 만드는게 쉽지는 않겠죠)

이후 이렇게 improvisation까지 악보화된 텍스트를 가지고,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이 하듯 해석과 연주를 통한 재창조를 한게 바로 이 앨범입니다. 따라서 이 음반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째즈음반은 아니죠. 오히려 티보데가 라벨, 드뷔시, 사티 등의 연주를 통해 얻은 경험이 빌 에반스의 텍스트를 보는 시각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접근 방법의 차이 때문에 음악을 들어보면 티보데는 좀더 확장된 템포를 취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프레이징도 원래의 빌 에반스와는 다르고 악구의 디테일에 있어서는 티보데 답게 매우 정교하게 처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점이 연주자의 "해석"이 위치하는 점이겠죠. 그리고 이런 접근법이 요즘 많이 보이는 "싸구려" 크로스오버 음반과 차별된 제대로된 크로스오버를 만들어낸 밑거름이라 생각합니다.

독특한 째즈음반 "Conversations with Bill Evans" 한번 들어보시죠.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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