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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Rudolf Serkin : A Life

by 만술[ME] 2006. 9. 14.

LP시절 부터 음악을 들었던 제게 있어 루돌프 제르킨(Rudolf Serkin)은 유명하지만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연주자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학생신분에 성음의 라이센스이외의 음반을 접하는 것은 힘들었고, 때문에 당시 지구레코드 소속(?)의 아티스트였던 제르킨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시 폴리그램 이외 소속의 연주자들에 대해서는조금 극단적인 취향을 가지게 된 듯합니다. 아주 최고로 치거나 전혀 듣지 않거나...)
아마 제가 제르킨을 음반으로 처음 접한 것은 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한 브람스 첼로소나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니면 아바도와의 모짜르트 협주곡이거나. 아무튼 제게 있어 제르킨을 쉽게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천진하게 웃고 있는 표지 이미지만으로도 그 음반은 너무나 소중했죠. 물론, 연주도 죽음이었구요.
허나 제르킨을 지속적으로 듣거나 좋아해서 집중적으로 음반을 수집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몇년전 미공개 음원을 담은 베토벤 소나타 음반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제르킨에 필이 꼿히게 되었죠. 이 음원들은 제르킨이 승인하지 않아서 묻혀있다가 아들 피터 제르킨의 허락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연주들인데 제르킨이 승인을 안한 이유가 궁금할 정도로 멋진 연주들이었기 때문이죠.
여하튼 덕분에 작년 LA에 출장을 갔을 때 싼타모니카에서 들른 서점에서 시간을 때우다 이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제르킨의 명성에 비해 그의 삶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책이 없었는데 2002년에 옥스포드에서 출판된 이 책이 있어 그나마 위안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구성은 1부는 그의 삶을 소개하고, 2부는 연주, 지도, 그리고 말보로 음악제에 대한 이야기와 관련인들의 증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록으로는 이런 종류의 책에는 반드시 포함되어야할 상세한 디스코그래피가 있구요. 덤으로 미 국회 도서관에서의 연주들에서 고른 음반이 들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프로스트나, 리처드 구드 같은이들의 증언과 같은흥미로운 자료들도 있고, 제르킨에 대한 자료가 없다보니 일단 출판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지만 아쉬움도 제법 많습니다. 저자들의 서술방식이 좀 단편적이다 보니 지루하다는 것이죠. 조금기교를 부리든지 했다면 좋았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명성에 비해 별다른 자료가 없는 제르킨의삶과 연주에 대한 귀한 기록으로서 일단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는 점에서 음악이나 이 피아니스트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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