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오페라 "돈 반니"

by 만술[ME] 2003. 11. 28.
 
 
어제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11/25~29일까지 예정된 모짜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보고 왔습니다. 오늘은 간략한 공연평과 함께 "돈 조반니"의 추천 DVD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돈 조반니" 공연은 캐나다의 "오페라 아틀리에"의 전 단원이 내한하여 펼치는 뜻 깊은 무대였습니다. "오페라 아틀리에"는 Marshall Pynkoski의 연출로 바로크 시대의 무대를 재현하는 것을 주무기로 하는 오페라단인데, 이번 "돈 조반니" 역시 모짜르트 시대의 오페라를 재현 했다고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요 캐스팅 및 스탭은 아래와 같습니다.
 
 
스탭
지휘 | 데이비드 팰리스 (David Fallis)
연출 | 마샬 핀코스키 (Marshall Pynkoski)
안무 | 자넷 징 (Jeannette Zingg)
무대디자인 | 윌리엄 쉬먹 (William Schmuck)
의상디자인 | 도라 루스트-다이 (Dora Rust-D’Eye)
조명디자인 | 케빈 프레이저 (Kevin Fraser)
연주 |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출연진
돈 조반니 | 다니엘 벨처 (Daniel Belcher)
돈나 엘비라 | 제니 서치 (Jennie Such)
돈나 안나 | 제컬린 쇼트 (Jackalyn Short)
체를리나 | 나탈리 폴린 (Nathalie Paulin)
기사장 | 커티스 설리번 (Curtis Sullivan)
돈 오타비오 | 매트 모건 (Matt Morgan)
레포렐로 | 올리비에 라케레 (Olivier Laquerre)
 
 
우선 무대부터 좌우와 윗편을 활용않고 가운데만 사용하기 때문에 인형극을 보는 듯할 정도로 매우 작은 느낌입니다. 처음 막이 올라갈 때는 제법 정성을 들인 무대가 좋아 보였지만, 좌우로 발코니가 있는 건물을 설치하고 뒷 배경 그림만을 필요에 따라 (그것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그림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무대변환을 했기 때문에 뒤로가면 무대가 단조로와 보입니다. 그나마 볼꺼리 있는 무대 연출은 돈 조반니가 불길에 떨어지는 장면 정도랄까? 암튼 저비용의 바로크적 무대가 이런거라면 할 수 없죠.
 
 
의상의 경우도 인형극을 보는 듯 했습니다. 솔직히 귀족인 돈 조반니와 하인인 레포렐로의 의상이 구분이 되지 않더군요. 둘다 삐에로를 보는 듯합니다. 때문에 둘이 옷을 바꿔 입는 장면에선 그리 설득력이 없죠. 더구나 돈 조반니를 노래한 다니엘 벨처가 워낙 작고, 상대적으로 레포렐로인 올리비에 라케레가 크기 때문에 별로 돈 조반니가 여성편력이 강할 것 같다거나 귀족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연출은 "아마데우스"에서 탐 헐스가 연기한 모짜르트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박하고 코믹하면서 떠들썩한 분위기죠. 부파적인 성격이 강조되어 각각의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내면의 소리가 표현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상대적으로 오페라가 별로인 관객에게는 더 어필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가수들은 모짜르트, 특히 "돈 조반니"가 테크닉 뿐아니고 그 캐릭터와 감정의 구현이란 점에서 어려운 오페라란 점을 감안해도 아쉬운점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돈 오타비오를 노래한 매트 모건의 뭔가 막혀 있는 듯한 음색은 호소력이 없었고, 돈나 엘비라, 돈나 안나, 체를리나도 전반적으로 성량이 부족하면서도 몇몇부분에서는 벅차하더군요.

커티스 설리번은 체구에서도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기사장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목소리의 파워가 없어 위력적이어야할 마지막을 장악하지 못했죠. 레포렐로의 올리비에 라케레는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좀 평범해 보였죠. 주역인 돈 조반니의 다니엘 벨처는 초반에는 좀 실망스러웠지만 갈수록 나아지더군요.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워낙 연출의도가 시대적 재현이라선지 카리스마와 드라마란 점에서는 아쉬웠습니다. 솔직히 그의 노래와 연기만으론 돈 조반니가 지옥불에 떨어질 만큼 나쁜짓 한게 뭐냐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연출의 의도가 노래의 전달 보다는 스토리의 전달이라 하던데,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가수들이나 연출이나 모두 목적을 달성했다고 하겠습니다. 스토리에 있어서는 명확하게 전달되는 측면이 있었고, 자막도 이런점에서 연출자의 의도를 많이 살린 듯 했죠. 다만, 자막이 한꺼번에 많이 보여져서 노래보다 앞서나가는 바람에 극적인 효과가 떨어지는 부분이 종종 있었던 점은 아쉽습니다.
 
 
코리안 심포니의 반주는 맥이 빠진 듯한 서곡을 제외하고는 크게 무리하지도 실수하지도 않은 좋은 반주였습니다. 다만, "돈 조반니"의 복잡하고 다양한 다이내믹을 정교하게 소화해 "드라마"를 만들어 가는데는 쫌 무리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모짜르트 시대의 오페라는 이렇게 했구나하는 좋은 경험이었고, 또 코믹한 설정과 연기는 볼만 했지만, 전반적으로 감정의 이완이나 극적전개가 평이한 느낌인데다가 가수들의 노래도 이런 연출의 틀에 묶여 있어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에 이와는 전혀 다른 "돈 조반니"를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ArtHaus Music을 통해 발매된 아르농쿠르 지휘의 "돈 조반니"죠. (DVD 2장으로 엄청 비쌉니다.) 출연진과 제원은 아래와 같습니다.
 
 
스탭
지휘 |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Nikolaus Harnoncourt)
연출 | 유르겐 플림 (Ju"rgen Flimm)
안무 | 카타리나 뤼르 (Catharina Lu"r)
무대디자인 | 에리히 본더 (Erich Wonder)
의상디자인 | 플로렌스 폰 게르칸 (Florence von Gerkan)
조명디자인 | 유르겐 호프만 (Ju"rgen Hoffmann)
연주 | 쮸리히 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출연진
돈 조반니 | 로드니 길프리 (Rodney Gilfry)
돈나 엘비라 | 체실리아 바르톨리 (Cecilia Bartoli)
돈나 안나 | 이사벨 레이 (Isabel Rey)
체를리나 | 릴리아나 니키테아누 (Liliana Nikiteanu)
기사장 | 마티 살미넨 (Matti Salminen)
돈 오타비오 | 로베르토 사카 (Roberto Sacca)
레포렐로 | 라질로 폴가 (La'szilo' Polga'r)
 
 
DVD제원
싸운드 | PCM Steeo / 돌비 디지탈 5.1
화면 | 16 : 9 와이드 스크린 NTSC
자막지원 | 이탈리아어 / 영어 / 불어 / 스페인어 / 일본어
스페셜 피쳐 | Behind the Scenes (인터뷰 등)
제작배포 | ArtHaus Music
 
 
이 DVD에서 로드니 길프리는 최상의 돈 조반니를 보여줍니다. 그의 노래는 듣는 것 만으로도 여자를 꼬시는 바람둥이에서 사악한 범죄자, 그리고 뻔히 내용을 알지만 듣는 사람을 속게 만드는 사랑에 몸살을 앓는 연인의 모습까지 완벽함을 지니고 있죠. 연기도 최상으로 눈빛과 동작 하나하나가 돈 조반니 그 자체입니다.
 
 
전 가디너의 "코지 판 투테"의 보너스로 들어 있는 암스텔담 살황(진짜 오페라가 아닌 무대 공연)을 통해서도 길프리가 노래하는 "돈 조반니"를 보았는데, 그곳서도 ArtHaus버젼과는 또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더군요. 간단한 설정을 제외하면 무대장식이 없음에도 특이한 연출기법과 함께 길프리의 연기와 노래는 가디너의 뛰어난 반주에 힘입어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이 공연이 정식으로 DVD로 발매되지 않은게 정말 아쉬울 뿐이죠.
 
 






 

[△암스텔담의 공연 실황 - "돈 조반니" 연주회 공연]

 
 

 

[△연주회 동영상이 추가되었습니다]

 
 
위 출연진리스트를 보시면 알겠지만 ArtHaus DVD는 어제의 공연과 출연진이 비교가 안되는 호화 캐스팅이긴 하지만, 가수들 하나하나가 정말 본인의 역할 그대로라고 느겨질 정도로 열창과 열연을 해줍니다. 바르톨리는 약간 오버하는 듯하지만 (처음볼때는 오버라고 생각했는데 다시보면서 부터는 생각이 바뀌더군요) 정열적인 스페인 여성인 돈나 엘비라의 화신입니다. 아마 가장 무서운(?) 돈나 엘비라가 아닐지..
 
 
라질로 폴가의 레포렐로는 돈 조반니와 호흡이 잘 맞으면서 본인의 역할을 정말 충실히 합니다. 앞에서는 아양도 떨고, 뒤에서는 욕도하는 하인스러운 역할을 잘 표현 했으며, 노래 또한 일품입니다. 마티 살미넨이 부르는 기사장의 묵직하고 파워풀한 노래를 포함하여 모든 가수들이 흠잡을데 없이 템포의 다이내믹레인지를 극한까지 밀어 부치는 아르농쿠르의 지휘를 잘 따라갑니다.
 
 
서곡에서 막이 내릴때까지 아르농쿠르의 지휘는 정말 빛을 발합니다. 과연 아르농쿠르다 싶죠. 디테일에서 파워까지 정교하게 가다듬어진 지휘는 때로는 부드럽게 사랑을 노래하고 때로는 파워풀하게 지옥의 불길을 표현합니다. 무대나 의상도 모짜르트의 시대를 재현하거나 메트 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이고, 명확하게 작품과 녹아들고 있습니다.
 
 
DVD의 화질이나 음질도 블록버스터 영화 같지는 않지만 오페라 실황을 담은 DVD로는 훌륭합니다. 더불어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아마레이 케이스에 담겨져 있다는 것도 보너스라 할 수 있죠. (더블 킵 케이스보다 확실히 무겁습니다)



 

[△오페라 아틀리에의 공연과는 다르게 이렇게 주인과 하인의 모습이 옷차림으로 뚜렸이 구분됩니다.]





 

[△그래서 옷을 바꾸어 입어 벌어지는 헤프닝이 좀더 설득력을 갖게 되죠.]



 

[△열정적인 돈나 엘비라의 모습을 보여준 바르톨리, 80년대말 오페라계의 핀업걸이었던 섹시한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군요.]



 

[△단순하지만 관객의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무대연출 - 마제토와 체를리나의 결혼 준비 장면]





 

[△길프리는 돈나 안나를 추행하는 악한에서 체를리나를 감언이설로 유혹하는 바람둥이까지 그리고, 운명에 저항하는 카리스마까지 노래와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 냅니다.]



 

[△로베르토 사카가 노래하는 돈 오타비오는 시원한 목소리로 사랑을 위해 복수를 하는 영웅적인 모습까지 잘 표현해줍니다.]







 

[△기사장의 마지막 권고를 거절하는 돈 조반니의 광기에 가까운 카리스마는 결국 그를 지옥에 떨어지게 합니다 - 길프리는 이장면에서 약간의 스턴트까지 해냅니다.]

 

[△공연 동영상이 추가되었습니다]

 
 
암튼 이렇게 국내에 공연중인 "돈 조반니"와 DVD로 발매된 "돈 조반니"를 간략하게 비교해보았습니다.
 
 
MF[ME]
 
 
*이글에 사용된 DVD 캡쳐 이미지는 제가 직접한 뒤 리싸이징만 한 것으로 저작권은 해당 저작권자에 있습니다.
*2007년 8월 보다 나은 이해를 위해 영상을 첨부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