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9월8일자 블로그에 올린 글중에 "잡음과 음악사이- 복각의 예술"이란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옛레코딩을 새롭게 CD화 하는 작업도 하나의 예술이라 할 정도의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고 또 장인정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오늘은 그글 마지막에 언급한 Marston이란 레이블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Marston은 Ward Marston이란 리마스터링(복각) 전문가가 감춰져 있는 성악과 피아노음반을 복각하기 위해 자기의 이름을 내세워 세운 레이블입니다. Ward Marston은 리마스터링의 기술에 있어 중도파의 대표주자로 매니아들 사이에선 아무리 낡은 녹음이라 할지라도 그의 이름만 보고도 일단 음질을 믿고 살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사람이죠.
리마스터링 또는 복각에는 크게 두가지 경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가능한 최신 기술을 사용하여 잡음을 제거하고 깨끗한 소리를 들려주려는 측이고, 다른쪽은 인공적인 기술을 최소화하여 가능한 자연스러운 원음을 추구하는 대신 잡음에 대해서는 관대한 쪽이죠. 첫번째 경향의 대표주자가 마이클 듀튼 같은 사람이 이끄는 Dutton Laboratory 같은 레이블이겠고, 두번째 경향이 지글거리는 잡음속에서 원음의 향기를 간직하는 Pearl로 대표되는 경향이라 하겠습니다. Ward Marston의 경우는 이 중간을 택하여 가능한 원음을 살리면서도 잡음 또한 최대한 줄이는 입장이죠.
[△Dutton Laboratory 레이블로 나온 발터-비엔나 필의 말러 9번 - 이 유명한 교향곡의 세계최초 녹음이죠.]
[△Pearl 레이블에서 나온 쉬나벨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중 "이름붙은" 소나타들을 묶어낸 CD - 잡음과 함께 원음도 제거한 EMI의 (최초) 복각 보다 훨씬 뛰어난 음질을 자랑합니다.]
Marston은 자신의 이름을 건 레이블을 만들면서 일단 소수의 매니아들을 위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일반 콜렉터들은 별로 관심이 없지만 골수들은 열광하고 또 관심을 갖을 녹음을 발굴하기로 한 것이죠. 그래서 한쪽에서는 그가 리마스터링하여 VAI에서 발매하던 Josef Hofmann 전집을 제5집 부터는 Marston레이블을 통해 발매하고, Hohanna Gadski 같은 희귀 레파토리를 발굴하여 발매했습니다.
[△평단의 엄청난 반응을 불러온 Hofmann 제5집]
[△역시 평단의 엄청난 반응을 불러온Gadski 제1집 - 전 특별히 Marston에게 부탁해서 표지에 싸인을 받았습니다. (아마 프로듀서에게 싸인 받은 경우는 처음일듯)]
이런 시도가 성공했을까요? 클래식 시장의 상황을 모르시는 말씀! 평단과 매니아들의 엄청난 호응에도 불구하고, 그리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죠. 이런 전문적인 레이블은 우선 유통망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클래식을 듣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특수한 아이템을 찾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니까요. Marston에 의하면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1000장도 안팔렸다고 하니...
때문에 Marston은 특별한 전략을 세웁니다. Preferred Customer라는 일종의 정기구독(?) 방식을 취한거죠. 즉, Marston에서 나오는 음반은 무엇이건 간에 무조건 구입하는 클럽을 만들고 (카드를 오픈합니다) 발매될 때마다배송해주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 추가하여, 년간 아이템을 미리 뉴스레터로 알려주고, 이에 대한 프리오더를 받아서 (Preferred Customer 포함) 100장 이상의 선주문이 없으면, 그 발매는물량이 확정될 때까지 보류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이렇게 볼 때 Preferred Customer가 전세계적으로 100명이 안된다는 얘기고, 전 이 100명의 골수매니아에 들어가 있는 샘입니다.
또한몇백불만 지원해주면 원하는 녹음의 복각에 스폰서로 참여할 수도 있는 스폰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스폰서쉽에 의해 몇건의 음반이 빛을 보기도 했고요. 솔직히저도 여유가 쫌되면 이런 스폰서쉽을 발휘, 음반에 이름도 남기고 쉽지만, 우선은 Preferred Customer를 통해 미공개 음원이 발굴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것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랍니다.
참고로 Ward Marston은 맹인인데, (싸인을 보면 앞이 안보이는 사람스럽게 싸인을 했더군요)아마 그렇기 때문에 더 귀가 민감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암튼, 클래식계의 숨겨진 보석과 같은 레이블 Marston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MF[ME]
*Marston레이블 홈페이지 : http://www.marstonrecor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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