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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이야기

[오디오]고무링 갖고 놀기

by 만술[ME] 2003. 10. 31.
오랫만에 오디오 이야기 하나 써야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앰프라는게 방식에 따라서 진공관과 트렌지스터(흔히 TR이라 불립니다), 그리고 드믈게 보는 두가지의 하이브리드형으로 구분됩니다. 제가 쓰는건 푸시-풀 방식의 진공관 앰프인데 진공관 앰프의 특징중 하나가 진공관을 바꾼다든지, 진공관에뭔가를 씌운 다든지 하는 여러 방식으로 튜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며칠간 P과장이용도(?)이외에 사용하지말라는 야릇한 말과 함께 던져준 고무링을 테스트 해봤습니다. 손가락에 끼기도 쫌 타이트한 이녀석 8개를 가지고 앰프의 앞에 쪼로록 있는 초단관에 끼워 보았죠. 소리가 달라집니다.
[시뻘건 고무링의 압박]
옆에 있던 와이프는 소리하고 상관없는(?) 부분에 고무링을 끼운다고 소리가 달라진다는게 말이 되냐며 오디오계의 또하나의 미신으로 치부해 버리더군요. 해서 소리는 진동이고, 고무링이 진공관의 불필요한 진동을 제어해서 소리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물컵을 이용한 젓가락 시범도 해주었답니다. 암튼... 고무링을 끼워본 결과 소리가 타이트 해집니다. 불륨도 더 올라가는 느낌이며 풍성하거나 산만한 부분이 많이 감소한 즉각적인 소리를 들려주어녹음이 잘된 대편성에 있어서는 확실히 가닥이 잡힌 소리를 들려줍니다.
문제는 소규모의 음악, 특히 피아노 반주의 가곡을 듣는데 발생했습니다. 제가 오디오 테스트시음색 및 음장과 홀의 잔향을 얼마나 잘 재현하는가를 보기 위해 늘 사용하는 하이퍼리언의 슈베르트 가곡집 2권 중 Fischerlied D351를 듣는데 소리의 기름기가 쫙 빠지고 매말라진데다 울림이 거의 없어지더군요. 솔직히 이곡은 Varcoe의 음색과 독특한 울림이 맛인데...
[Varcoe가 노래한 슈베르트 가곡집 제2권 / Hyperion]
하찮은 고무링이라 해도 에이징 기간이 필요할지 모르니까 싶어서 며칠간 끼고 이것 저것 들어 봤습니다. 확실히 녹음 좋은 대편성이나 10/24일자 블로그에서 이야기한 La Stravaganza 음반처럼 울림이 약간 과도한 느낌이 들던 녹음의 경우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지만 여전히 음색의 찰짐(?)과 미묘한 떨림의 디테일에 있어서는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듯 했습니다.
물론, 초단관 네개에 각각 두개씩 고무링을 끼운 상태에서 그런 상황이니까각각 하나만 끼운다거나, 양쪽에 하나에만 두개를 끼운다거나 하는 여러 경우의 수를 가지고 테스트 해보면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만 제 귀차니즘과 진공관이 일단 열을 받아야 제소리가 나기 때문에 뜨거워질대로 뜨거워진 진공관에 고무링을 끼웠다, 뺏다 하는게 만만한 일도 아니어서 이런 다양한 테스트는 관두었답니다. 이런점에서 전 오디오 매니아는 아닌 듯...
어제는 베토벤의 "피델리오"를 카라얀이 EMI에서 녹음한 조금은 낡고 리마스터링이 잘 안된 CD초기 음반을 듣는데 대편성이지만 아무리 볼륨을 조절해 보아도 예전에 듣던 맛이 전혀 나지 않더군요. 너무 타이트 해서 리마스터링 잘못된 티가 팍팍... 특히 헨렌 도나쓰가 노래하는 "O wa"r' ich schon mit dir vereint"를 듣는데 전혀 도나쓰의 목소리 같지 않더군요.아마 카라얀이 이렇게 서툴게 오케스트라를 조율 했다면 그리 큰 인물이 되지도 못했을 겁니다.
결국... 며칠간사용하던 고무링은 목재콘(다음 기회에 이이야기는 하죠)과 함께 책장 구석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이렇게 고무링 없이 "피델리오"를 들으니 울림도 살아나고, 현과 관에 윤기가 돌아오면서,도나쓰의 음색도 제대로 나오네요. 이제는 Fischerlied를 테스트 해볼 시간... 역시!!! 제대로 된 홀의 음향과 음색을 전해줍니다.
[다시 말끔해진 진공관]
이리하여 다시한번 함부로 기구는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는 것을 깨닫고 고무링 헤프닝은 막을 내렸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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