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적 아버지께서 쓰시던 카메라는 당시 엄청나게 유행하던 올림푸스의 펜 씨리즈중 하이엔드라 할 수 있던 펜 F(Pen F)였습니다. 완전수동에 렌즈까지 교환해서 사용 할 수 있는 녀석이었죠. 더구나 필름 한장에 두장을 찍게 되어 있어 필름 절약도 되었구요.
초등학교 4학년쯤 아버지께서 당시의 제가 보기에는 무기쯤으로 보이는 니콘의 SLR을 구입하고 아마츄어 사진작가를 자처하시면서쓰시던 올림푸스 펜을 물려주셨기 때문에 올림푸스 펜F는 제 소유의 첫 카메라가 되었죠.
올림푸스의 히트작Pen 씨리즈는 오리지날 씨리즈, F씨리즈, D씨리즈, EE씨리즈로 이어지면서 지속적인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이중오리지널에 렌즈교환 방식을 채용하고 모든 수동기능을 갖춘 Pen 씨리즈의 절정인 F씨리즈는 올림푸수의 시그니쳐 씨리즈라는 점을 반영하듯 멋진 F자를세겨 차별점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윗 사진의 F자를 보세요^^)
당시야 AF는 물론 없었고 필름도 자동으로 감기지 않았기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엄청나게 불편한 제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렌즈교환식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SLR과 같은 뷰파인더에 펜타 프리즘을 채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전혀다른 포로 프리즘을 채용했기 때문에 사진처럼 미끔하고 작은 싸이즈가 될 수 있었죠.
이Pen F에 적용된 포로프리즘은 놀랍게도 올림푸스의 최신형 DSLR인 E-300에 채용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E-300의 외양이 SLR스럽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만 작고, 가볍고 미끈한 모습을 갖게 될 수 있었죠.(아래 E-300과 포로프리즘의 원리를 보시길)
제가 쓰던 녀석은 별도품목이던 외장형 노출계를 달고 있던 녀석입니다. (아래사진) 초등학생이 노출계가 무엇에 쓰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알려주신 셔터스피드와 조리개값을 가지고 찍거나 필름에 나와 있는 권장 값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그냥 뽀대 때문에 달고 다녔답니다.^^
개인적으로 Pen을 쓰면서 불편 했던 것은 초등학생으로서는 복잡한 노출계산 말고도 촛점 맞추기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쓰시던 니콘SLR의 경우는 중앙에 원형과 함께 십자선이 있어 피사체를 가운데 두고 포커스링을 돌려 십자선이 일치하면 촛점이 맞는 것이었는데 Pen의 경우는십자선이 없이 그냥 포커스링을 돌리다가 뷰파인더가 갑자기 밝아지면 촛점이 맞는 식이었죠.그래도 촛점을 못맞춘 사진은 없었던 것을 볼 때 아주 나쁜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아버지의 니콘에 비해 불편하기는 했습니다.
제가 Pen으로 찍었던 첫 사진은 저희 아버지와 친구분인 우씨성을 가진 아저씨(당시 무역업을 하셨는지 외국들 자주 다니시면서 장난감이나 초코렛 같은 외국 물건들을 사다주시곤 했기 때문에 제게 무척이나 환영 받던 분입니다^^)를 찍은 사진인데 나중에 결과물을 보니 아버지만 나오고 아저씨는 사진에 없더군요...^^ "그래도아빠와 아저씨중에 아빠는 제대로 찍는 구만..." 하는게 당시 제 첫 작품(?)에 대한 평이었죠.^^
이제는 한물간 카메라고 하프싸이즈 인화를 안해주는 곳도 많다지만 아직 동호회도 있고, Pen (주로 Pen의 자동화 버전인 EE 씨리즈죠)을 이용 좋은 사진을 찍는 분들도 많은 것을 보면, 전 첫 카메라로 명기를 가질 수 있었던행운아였나 봅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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