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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 F&B

[F&B]빌라 안티노리 레드 IGT (Villa Antinori Rosso IGT)

by 만술[ME] 2004. 11. 16.
최근 오디오 튜닝의 신기술(?)을 발견한게 있는데 기존의 기기튜닝의 차원을 넘어서는 "청취자 튜닝"의 방법이죠.^^
방법은 우선 (1)조용한 밤에 혼자 음악을 듣습니다 (2)조명은 가능한 어둡게 해서 오디오의 불빛만 보이도록 하면 좋습니다 (진공관 앰프를 사용할 때 효과 만점이죠^^) (3)좋아하는 와인(또는 위스키) 한잔을 마시면서 음악을 듣습니다.

우습게 보이는 이 튜닝(또는 트위킹)방법이 놀라운 효과를 가져오더군요. 비싼 선재교환이나기기 업그레이드보다 더 효과가 있는 듯 하거든요.^^ 전(1),(2)의 방법은 자주 사용했는데(3)번 와인 튜닝법은 최근에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헌데 효과는 엄청나서 와인 한잔이면어떤 음악이던달콤하고 윤기 흐르는 음악으로 바뀌어 버리더군요.^^

요즈음 마시는 와인은 빌라 안티노리 레드 IGT(Villa Antinori Rosso IGT)인데 이 와인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지난 유럽-남아공화국 출장 때 로마에서의 일입니다. 저녁에 로마에 도착해서 예약 했던 호텔이 펑크나서고생하다 어렵사리 호텔을 잡은 뒤, 저녁도 먹을겸 해서 트레비 분수를 보러 나갔습니다. 몰려 있는 관광객들 틈에서 트레비 분수를 구경하고, 동전도 넣어서 다음번에는 와이프와 돌아오겠다는 다짐도 한 뒤 근처에 모여있는 레스토랑중 한곳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페투치네를 비롯한 파스타를 시켜먹으면서남자 셋이지만 분위기를 내기 위해 와인을 마셨는데이탈리아 사람들도 와인을 좋아하는지라 와인 리스트가 엄청나더군요.지배인에게 와인을 추천 부탁했죠.기왕이면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중에 너무 하드하지 않은 레드와인으로 부탁했습니다. 그때 추천 받은게 바로 빌라 안티노리 레드 IGT죠.

안티노리는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탈리아의 와인 회사입니다. 2000년까지는 "빌라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라는 이름으로 발매되던 와인인데, 워낙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다보니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안티노리 농장에서 생산되는 포도로는 충당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2001년 빈티지 부터는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을 벗어난 토스카나 지역산 포도를 사용, 이름도 "토스카나 IGT(Indicazione Geografica Tipica)"로 바뀌었습니다.
포도의 경우 토스카나 토종인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사용하지만(60%) 프랑스원산인 카베르네 쇼비뇽 같은 종류도 섞인다고 하네요. 당연히 등급도 DOCG에서 IGT로 바뀌었죠. 분류상으로는 그냥 슈퍼 토스카나로 보면 된다고 합니다.


이때 마셨던 빌라 안티노니 IGT가 다들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로마에서 크레타로 떠날 때 면세점 와인샾에서 크레타 리조트에서 마실 명목으로 두병을 샀습니다. 솔직히 들고 비행기 타거나 하기에 귀챦았지만 막내였던 L대리가 챙기니 저나 같이간 K과장은 나몰라라 했죠.^^ 아테네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크레타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인 알데마르 로얄 마레(Aldemar Royal Mare) 빌리지 리조트까지는 택시로 약 40분... 도착해 보니 아뿔사!!! 사두었던 와인을 놓고 왔네요. 머리회전이 빠른 L대리가 택시비와 와인값을 비교하더니 우릴 태워왔던 택시기사와 흥정, 공항에 있던 다른 택시기사를 시켜 와인을 가져오게 하더군요. 이리하여 와인 두병만 택시를 타고 다시 리조트에 도착했죠.^^


알데마르 로얄 마레 리조트는 하늘에서 보면 워터파크로 착각할 정도로리조트 곳곳이 풀장으로 덮혀 있고 모든 객실이 사실상 풀사이드로 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방은 1층으로 아예 풀 프론트라고 할 수 있었죠.리조트 곳곳을 돌아 본 뒤 저녁을 먹고 (드레스 코드가 있어 옷을 갈아 입어야 했습니다) 달빛속에 풀 사이드에 셋이 누워 빌라 안티노리 레드 IGT를 마셨습니다.

△앞쪽의 세자리가 저희가 누워 와인을 마시던 곳입니다^^.

당초 계획은 이곳 로얄 마레에서 한병, 다음날 이동 예정인 엘룬다 지역의 블루 팰리스 리조트에서 한병을 마시려고 두병을 구입한 것인데블루 팰리스에는 화이트 와인이 서비스로 나오더군요. 해서 블루 팰리스에서는 화이트 와인을 마셨고, 와인 한병을 들고 아테네를 거쳐 남아공 선시티 리조트로 갔죠.

선시티에서는 2박 3일간 머물렀지만 이틀 모두 카지노에서 밤 늦게까지 있었기 때문에 와인을 마실 기회가 없었고, 결국은 그 와인을 끌고 중간 기착지인 싱가포르까지 가서 관광을 했답니다.물론 L대리가 시종일관 들고 다닌 것은 아니고 기회 있을 때마다 보관소에 보관하곤 했죠.

이리하여 마지막 귀국시에 그나마 짐이 가장 적은 제가 빌라 안티노니 IGT를 챙기게 되었습니다.^^ 집에도 이미 와인 몇병이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먼지가 쌓여가던 빌라 안티노니 IGT... 최근에와인을 이용한 튜닝을 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되었죠.
빌라 안티노니 IGT의 맛은 약간 바디가 있으면서도매우 부드럽습니다. 헌데 그냥 부드럽기만 한게 아니고 약간의 탄닌맛과 함께 끝에 드라이하게 떨어지는 맛이꽤 매혹적이죠.색은 매우 고운 붉은색이고 향은 오크향이 살짝 뭍어나죠. 숙성기간은 12개월이라 하네요.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데 가격은 4만원 정도로 많이 비싸지 않고 적절한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밤에도 와인 튜닝을 이용한 음악감상을 해봐야 겠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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