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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 F&B

[여행]노르웨이 (오슬로-베르겐) 출장기⑧ - Norway in a nutshell

by 만술[ME] 2004. 10. 25.

질질 끌면서 업데이트하는노르웨이 출장기 제8탄, 오늘은 2002년 9월27일 금요일 이야기입니다. 노르웨이 여행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피오르드 해안을 방문하는 Norway in a nutshell 투어 이야기죠.

노르웨이 여행에 있어 단 하나의 패키지를 꼽으라 한다면누구나 언급할 노르웨이 인 어 넛셀 (Norway in a nutshell) 투어는 말뜻 그대로 노르웨이 알짜배기 투어입니다. 노르웨이의 가장 큰 관광자원인 피오르드를 포함한 절경에 오슬로와 베를겐을 돌아보기 때문이죠.

이 투어를 위해서는 비수기라도 예약이 필요합니다. 보통 여름이 성수기기 때문에 9월말이면 좌석이 없지는 않지만 주말이 끼어 있기 때문에 전날 예약했습니다. 오슬로 같으면 오슬로역에서 예약하면 되죠.

Norway in a nutshell 투어는 보통 오슬로나 베르겐에서 시작합니다.오슬로 - 베르겐 또는 반대를이동하는 동안 열차-플람 산악열차-피오르드 크루즈-산악 버스투어 등이 포함되죠. 여기에 필요에 따라 오슬로나 베르겐의 숙박 또는 돌아오는 열차편이 포함되죠.말하자면 필요와 선택에 따라 교통편, 숙박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패키지 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하면 중간에 열차 시간을 봐가면서 쉴 수도 있고, 숙박을 해도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다음날 귀국 항공편이 잡혀 있었으므로 좀 무리가 되는 루트를 잡았습니다. 아침일찍 투어를 하고 저녁에 베르겐에 도착, 베르겐을 간략하게 돌아본 후 밤차를 타고 아침에 오슬로로 돌아오는 여정이었죠. 만약여유가 있으면 베르겐에서 1~2박 정도를 하고 여유있게 오슬로로 돌아오는게 좋을 것이란 생각입니다.아름다운 도시인 베르겐을 밤에만, 그것도 잠시밖에 볼 수 없었던게 늘 아쉽더군요.

출장 일정중 가장 기대가 되었던 날이었기 때문에 아침 6시에 잠에서 저절로 깨지더군요.^^ 아침을 호텔 부페로 먹고 편의점인 Narvessen에서 샌드위치와 물을 준비했습니다. 오슬로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꽤 멋집니다. 어디에도 싸인은 없지만 열차의 이름이 Signature 시리즈라네요.^^

이 멋진 열차를 타고 오슬로(Oslo)에서 뮈르달(Myrdal)까지 가게 됩니다. 약 5시간정도 소요되는 Norway in a nutshell 첫째 코스는 왼쪽에 앉는 것이 경치가 더 좋습니다. 저도 왼편에 앉았죠. 좌석상은 왼편의 내측이었는데 창가쪽에 아무도 없어 그냥 앉았는데 문제는 바로 옆에 창문틀이 있어 구경하는데 조금 불편하다는 것이었죠. 한칸 앞 아랍녀석이 앉은자리는 좋았는데...

혼자하는 이런 열차여행은 항상 옆자리에 대한 묘한 기대를 불러일으키죠.^^ 영화를 봐도 옆자리의 인연이 사건(?)을 일으키니까요. 물론, 유부남으로서 그러면 안되지만...^^ 헌데... 잠시 뒤 제 옆자리(사실은 제자리)의 주인이 왔는데... 허걱, 아리따운 아가씨는 고사하고 군인녀석이네요..ㅠ.ㅠ군에 있을 때도 군인은 싫었는데 노르웨이까지 와서 군인이라니!

오슬로-뮈르달의 초반은 볼거리도 별로고 그렇다고 앞자리 아랍녀석 처럼 옆의 아줌마랑(저는 군인)이야기 할 기분도 아니고 해서 눈을 붙였습니다. 노르웨이 군인녀석도 잠을 자더군요. 좀 자다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니 녀석도 일어나 있더군요. 심심했던지 "일본인"이냐 묻네요. 한국사람이란 얘기에 녀석은 갑자기 신나서 태권도 하냐, 한국군은 총으로 뭘 쓰냐, 권총 쏴봤냐 등을 묻네요. 저도 현역생활을 한지라 이것저것 대답해주니, 녀석은 잘됐다 싶은지 K2소총의 유효사거리, 무게 등의 제원에서 부터 군의 편제 등등등 군사전문가도 아닌 제게 이것 저것 묻네요... 하여튼...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양국의 군사기밀(?)에 대해 주고 받으며 노르웨이와 대한민국의 상호방위조약을체결하고...^^

노르웨이도 우리처럼 의무병제도를 시행하는데 녀석은 이제 시작한지 얼마안되었고, 지금은 휴가로 고향에 가는 중이라네요. 헌데 앞으로 까마득하게 남았다는 녀석의 의무복무기간은 고작 1년...

암튼, 대한민국의 군사기밀 캐내기에 여념이 없는 노르웨이 스파이를 상대하다 보니 어느덧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멋진 경치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이렇게 정신 없이 창밖에 펼쳐지는 경치를 보고 있으니 어느덧 내려야할 뮈르달역에 도착합니다. 군바리 빠이~ 하고 내렸죠. (참고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역은 바로 전역인 핀세(Finse)역입니다.)
뮈르달역의 경치는 정말 멋집니다. 솔직히 이곳에서 좀 더 있고 싶었지만 갈아 탈 열차가 대기하고 있어 사진 몇장 찍고 이동했죠. 이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멋진 열차 여행이자 선로건설의 역작이라는 플람(Fl선을타고 플람까지깍아지는 절벽을 내려가게 됩니다.


미르달-플람 코스는 약45분 정도 걸리는 플람선이라는 작은 열차여행인데 직선거리 863.5m의절벽을 타고 송네 피오르드 지류인 아우랜드 피오르드의 시발점인 플람까지 구불구불 이어집니다. 솔직히 저는 863.5m를 급강하 하는줄 알았는데 구불구불 내려가는게 큰 스릴은 없습니다. 롤러코스터 수준을 기대하는건 무리였나봅니다.^^


좌-우로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면서 내려가다 보면 터널을 지나고 중간에 한번 정차를 하는데 바로 코스포센(Kjosfossen) 폭포입니다. 무려 낙차가 93m나 되는 엄청난 녀석이죠.


5분정도 정차하는데 절경 앞에서 사람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찍어주기도 하면서구경을 하고 있노라면 다시 플람선을 타라고 합니다. 물론, 더 구경하고 싶으면 그냥 남아 있다가 다음번 열차를 타도 됩니다.

열차를 타면 다시양옆으로 절경이 펼쳐지고종착역인 플람역에 도달할 때 즈음이면 레고랜드 같은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내려다 보입니다. 이런곳에 사는 사람들이면악한 마음을 먹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침에 오슬로에서 떠났다면 플람역에 내리면 대충 점심시간이 됩니다. Norway in a nutshell 투어의 하일라이트인 플람-구드방겐(Gudvangen)까지의 피오르드 크루즈가 다음 코스인만큼 여기서 점심을 먹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노르웨이고 더구나 이런 해발고도가 높은 곳의 물가는 말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출장비 아낀다고 회사에 너무 충성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뭐 이런 재미도 있는거죠.^^

이렇게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플람의 선착장을 돌아다니는데 출발시간 30분 전부터 선착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해외 다녀보면 누구나 느끼는 일이겠지만 비행기 서자마자 일어나 짐챙기느라 부산을 떠는 것이나 관광지에서 통제하는 사람 없으면 줄안서는 것은 서양녀석들도 마찬가지죠. (로마역에서는 택시 타는 곳에서 사람들 줄서게 통제하면서 팁 받아먹는 희안한 직업을 지닌 아무머니도 봤습니다^^) 저 어렸을 때는 외국 나가봤다는 소위 지도층 사람들이 서양 녀석들은 "절대로" 안그런다고 사기치면서 모종의 사대주의를 심어주기도 했지만 우리만큼 질서 잘지키는 나라도 드믈다는 생각입니다.

암튼, 선착장에서도 제대로 줄서기 보다는 그냥 뭉쳐있는 정도더군요. 한마디로 앞쪽에 뭉쳐 있음 먼저 타는거고, 뒤쪽에 뭉쳐있음 나중에 타는 것... 특별히 할일도 없고, 잘못하다가는 고생할 것 같아 그냥 뒤편에 뭉쳤습니다^^. 헌데 가랑비지만 비가 내리네요...ㅠ.ㅠ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배에서 좋은 자리 잡으려는 것인데,비수기여도 사람은 많지만 배가 꽤 크기 때문에, 그리고 막상 타면 앉기 보다는 서서 보는게 더 좋기 때문에 그리 서두를 이유는 없더군요. 저도 그리 서두른 것은 아니지만 2층에 비 안맞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 옆자리는 인도인 신혼 부부더군요. 남편은 신나서 사진 찍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저야 당시만 해도 와이프 없이 돌아다닐 때는 그리 사진에 열중하지 않던 시절이고, 디카도 없이 필카를 사용했기 때문에그냥 초반에는 자리에 앉아 경치를 구경했습니다. 솔직히 행여 배멀미 할까 겁도 낫구요^^. 이러다보니 남편 없이 외로운 인도 미시 아줌마와 놀았습니다.속으로는 인도 남편에게 "너 사람 좋은 사람 만나 다행인줄 알아라" 하면서..ㅋㅋㅋ


노르웨이를 갈 때 추워도 적당히 추울줄안데다가 양복을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이것 저것 넣다 옷을 변변히 준비 못했고, 때문에 가져온 옷을 이것 저것 끼워 입었더니 별로 춥지는 않더군요.^^






플람에서 구드방겐까지는 약 두시간 코스입니다. 피오르드중 가장 절경이라고들 하죠. 실제로 노르웨이에 관광을 간 경우 시간, 교통 등 다른 피오르드를 구경하기는 이래저래 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이 코스외에 더 나은 대안은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앉아서 구경하다 보니 우리나라 출장객 네명이 있네요. 잠시 짬을 내서 직장 동료들끼리 구경왔다고 하더군요. 잠시 인사를 나누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면서 보냈죠. 서로 끊임없이 사진 찍어 주는게 얼마전 출장에 같이 갔던 K과장 못지 않더군요.^^

그럭저럭 한시간여 지났을 때 보니 SB02 컨퍼런스에서 기념품으로 준 배낭을 맨 남미 여성이 보이더군요. 아는척 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두었습니다.

이렇게 두시간을 피오르드의 장관을 보면서 어느 정도 지겨워 질 때쯤 구드방겐에도착합니다. 이 구드방겐에 들어서는 부분의 경관이 정말 장관이죠. 이곳에서 다음 코스는 보스(Voss)까지의 버스 여행이죠. 보스행 버스가 도착했는데 줄안서고 밀려드는 사람들 덕분에 놓쳤습니다...ㅠ.ㅠ 마치 예전 시내버스 탈려고 몰려들던 우리나라 사람들과 같은 모습...

덕분에 기념품점에 들려 이것 저것 둘러보는데 우리나라여성이 일본 남녀와 열심히 얘기 나누고 있네요.경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기리 만나는거 서로들 싫어하고,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아 서로 외국에 온 기분 만끽하자는 차원에서 패스.^^ 한쪽에는 이쁜 홍콩 아가씨가 있는데 역시 홍콩 발음은 우리나라 발음과 상대가 안됩니다. 부러워라...

대충 물건도 안사고 눈요기만 하는게 지겨워질려 하는데 보스행 버스가 오네요. 아까 차를 못타고 밀려난 사람들 대부분 탑승. 버스는 구불구불한 비탈을 올라가는데, 말하자면 뮈르달~플람의 내려왔던 높이를 다시 올라가는 셈이죠. 여간해서는 운전 못할 험한 길을 곡예운전으로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경치는 정말 멋집니다. 버스를 탈때는 오른쪽에 앉는 것이 좀더 구경할게 많습니다.

버스는 스탈하임(Stalheim) 호텔에 잠시 정차합니다.호텔자체도 멋지고, 기념품 가게도 있지만, 호텔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앞권이죠. 이 앞권을 보기 위해서는 그냥 호텔 정문을 통과해 뒤편으로 가면 됩니다.


다들 이 절경을 놓칠까 열심히 사진들을 찍습니다. 정신 없이 구경하고 있는데 아까 구드방겐에서 보았던 이쁜 홍콩아가씨가 자기도 한장 찍어달라고 하네요. 한장 찍어주고 저도 찍어달라고 했죠.^^ 헌데 절 일본애로 알았는지 "아리가또"하는군요. 그냥 웃어주고 말았습니다.


이후 호텔에서 보스까지의 길은 그냥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절경이란 절경은 이미 다 본 것이죠. 보스에서는 베르겐까지 열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물론, 베르겐까지 안가고 오슬로로 돌아가는 코스도 가능하지만 가장 멋진 도시의 하나인 베르겐을 못보면 안되죠.

보스에서 열차시간을 기다리면서 잠시 보스구경을 해도 됩니다만 그리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구요. 보스역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데 SB02 가방을 맨 남미 여인이 다시 나타납니다. 날도 어둑어둑 해져 창밖을 보기도 그렇고 베르겐까지의 시간동안 소일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 SB02 배낭녀에게 아는척 했습니다. 너 SB02 참가했었냐, 나도 참가했었다...어쩌구...

브라질 출신 교수님이더군요. 문론유부녀구요. 브라질과 한국의 친환경 건축물에 대해 얘기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죠.도란도란 얘기를 하다가 좀 피곤해서 눈 붙이고나니 베르겐에 도착했네요. 브라질 교수님은 베르겐에서 친구집에 이틀정도 묵을 예정이라 하더군요. 저는 밤차로 떠나야 한다고 하니 피곤하지 않냐고 걱정해주네요. 서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빌며 안녕~!

베르겐에 도착하니 이미 밤이 깊었습니다. 사진들을 보면 낮에 아름다운 건물들과 마을들을 볼 수 있던데 아쉽습니다만 야경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베르겐은 대충보면 하루, 자세히 보면 이틀정도면 될 것 같더군요.




아기자기한 베르겐역을 떠나부슬부슬 비내리는 거리를 걸어서 유명한 한자박물관을 외관만 구경하고 항구까지 갔습니다.늦은 저녁이지만 거리마다 관광객과 젊은 친구들로 넘치더군요. 비에 살짝 젖은 항구의 야경도 너무 멋지고... 언젠가 베르겐의 음악제 때 와보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항구 입구에서 세우를 튀겨 파는 포장마차 아저씨를 만나 세우튀김과감자튀김 셑트메뉴로 저녁을 해결 했는데 양도 푸짐하고 세우도 싱싱하고 좋더군요. 감자 튀김까지 다 먹고나니까 배가 부르고 서서히 역으로 돌아가 봐야 할 시간. 아저씨 한테 기념사진 한장 부탁하고 역으로 돌아 가는 길에 아쉬운 발걸음으로 베르겐을 돌아봅니다.


베르겐에서 부터 오슬로까지는 야간열차로 운행됩니다. 오슬로의 호텔비가 이미 지불 되었으므로 아깝기는 해도 야간열차에서 자는 수 밖에 없죠. 자리는 넉넉하고 의자도 제법 편하기 때문에 꾸셋이나 침대열차는 아니어도 자는데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야간열차는 주로 군인들이 이용하더군요. 군인들의 보호아래 오슬로로 가는 열차에서 잠을 청합니다.

이것으로 오슬로-피오르드-베르겐의 Norway in a nutshell 투어 편이 끝났습니다만, 아직 노르웨이 출장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날 이야기가 남아있으니까요. 그럼 노르웨이 출장기 마지막편을 기대해주시길...

MF[ME]

*사진은 제가 찍어온 사진과 공식적인 사진이 섞여 있습니다. 구분하시기는 쉬울 것 같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인화된 사진을 디카로 재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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