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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공연]뮤지컬 "페퍼민트"를 보고

by 만술[ME] 2003. 10. 6.
어제는 SES의 바다가 나왔다고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페퍼민트"를 보고 왔습니다. 오랫만에 덕수궁 근처에 간 김에 우선 덕수궁 구경(돌담길 말고 내부까지 들어간건 한 20년만인거 갔네요)을 하고 사진도 찍고, 와이프는 올만에 친정에 오니 좋다고공주병을 맘껏 발휘하고...

이렇게 구경한 뒤 근처의 "토니로마스"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페퍼민트" 관람객을 위한 쿠폰을 출력해 갔기 때문에 케이준 치킨 샐러드는 공짜, 늘 먹던 세인트루이스 허니립만 풀슬랩으로 하나 시켜서 알뜰하게 저녁을 해결, 서서히 뮤지컬 전용극장이라는 "팝콘 하우스"에 갔습니다.

이론... 도착하고 보니 캐스팅에 변경이 있네요. 다른 배역은 다 원래대론데, "바다"역할의 바다양이 성대결절로 출연할 수 없는 상황이라김소향이란 뮤지컬 전문 배우로 바꿔었더군요. (립씽크하다 오랫만에 노래하니 무리가 오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더군요.)가끔 이런 기회로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가있는데 대타인 김소양씨도 노래나 춤실력에 있어서는 주역을 해도 좋을 만큼 뛰어났습니다.(당초부터 언더 캐스팅이었다고 하네요)설정상 "바다"란 역할이 바다양을 고려해서 만든 캐릭터겠고, 스타를 연기하는 만큼 진짜 스타가 하는게 실감이 날 수도 있겠지만 바다의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느낌상으론김소양씨가 더 나은 듯했습니다.아쉬운게 있다면 대스타의 역할다운 카리스마가 없다는건데, 극의 진행을 볼때 그 카리스마를 발휘할 여백은 당초부터 없는 듯하네요.

진행상으론 바다가 터주에게 빠지게 되는 설정, 대스타의 외로움 등에 대한 적절한 묘사가 약하지 않았나는 생각입니다. 아마 진짜 스타인 바다가 연기했다면 이런 묘사가 없이도 조금 더 이해가 쉬웠겠지만, 뮤지컬이 스타 한명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건 쫌 그렇죠? SES의 바다란 가수가 현실에서 그리 큰 카리스마를 지니는 것도 아니고...

무대장치는 좋았습니다. 심플하면서도 아름답게 꾸며졌더군요. 조명도 적절했고요. 특히 사선으로 기울어진 지붕 하나로 내는 집의 효과도 좋았습니다.이중창과 함께 퍼지던 페퍼민트 향기는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는 뮤지컬을 후각의 차원까지 끌어올린 아주 멋진 시도였습니다. 페퍼민트향을 마음속에 가득 간직한채 공연장을 나갈 수 있도록 마지막에도 한번 더 향기를 뿌려주었음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경주, 고영빈씨를 비롯한주역에서 조연들, 코러스까지 모두 열심인 점은 보기 좋았습니다. 메신저를 연기하신 분의 발음이 좀 부정확해서 알아듣기 힘들었던 점(매귀를 매미로 들었으니...)을 제외하면 다들 노래는 수준 이상이었죠. 와이프는 1막 마지막에서 울음을 터뜨릴 뻔 했을 정도로 노래와 가창이 참 좋았구요.아쉬운 것은공연장의 크기에 비해서 작품의 규모감은 좀 작아보였다는 거죠. 단체로 나와 군무를 할때는 무대가 넘 크고 횡해 보이고 해서 안그래도 역동성이 없는 (물론 이런 역동성을 지향한 뮤지컬은 아니지만) 뮤지컬이 더 빈약해 보였죠. 어차피물량전을 예상한게 아니라면 조금 규모가 작은 곳에서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밖에선 CD와 프로그램을 묶어 15,000원에 팔던데 공연 끝난 뒤 생각은 함 사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전 뮤지컬 스타일의 노래와 창법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그래서인지 전 크로스 오버를 안듣습니다) 들뜬 기분에 사고픈 마음을 가까스로 억눌었죠.

끝나고 덕수궁 돌담길의 정취있는 야경에 취하고 페퍼민트 향기에 취해 공연의 감동을 마음에 한동안 간직할 수 있는 보너스도 있습니다. 큰 기대 없이 본 공연이었는데, 많은 것을 안겨준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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