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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⑦올드머니 룩 (Old money look)에 관하여

by 만술[ME] 2023. 8. 21.

지난 글에서 제가 어떤 기준으로 옷을 고르는 지를 다루었는데, 답글에 <올드머니 룩>(Old money look)에 대한 내용이 있어 이리저리 뒤져보았습니다. 아울러 근자의 과도한 꾸미기 패션에 대한 반발로 (패션이란 게 결국 돌고 돌다 보니) 미니멀한 경향으로 바뀌면서 올드 머니 룩 또는 스타일이 트렌드화 되고 있다고 합니다. 

 

올드머니 룩에 대해서는 조금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시면 나와 있으니 제가 딱히 드리고 싶은 말은 없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 올드머니 <룩> 보다는 올드머니 <스타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으며, 유행을 추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따라하기 쉬운 듯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드머니 룩 - 소재와 품질 그리고 스타일이 빠지면 결국 남자는 비지니스 캐주얼 잘 입은 아재룩이고, 여자는 색깔 덜어낸 사모님 룩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로고도 없는 옷에 비싼 돈을 쓸 수 있을까?

 

올드머니 스타일과 브랜드 로고는 서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헌데 올드머니 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는 비쌉니다. 버킨 백 정도 되면 로고 없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주니 <나 버킨백 들었어>하며 과시적으로 들고 다닐 수 있겠지만, 로고 없는 로로피아나의 평범한 니트 셔츠는 누가 보고 <오~ 로로피아나!>해주지도 않는데 2~300만 원을 쓰기는 쉽지 않죠. 그 정도 쉽게 쓸 수 있다면 진짜 올드머니 계층이니 따라 할 필요도 없고요. 이제 겨울인데, 코트를 로로피아나 정도 입으려면 1천만 원은 우습게 들어갑니다.

 

국내(물론 해외도)에 소위 명품 소비가 높은 이유는 부자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보여주기 차원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물건의 가치에는 여러 척도가 있고, 그 물건으로 인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봐줄지에 대한 기대도 하나의 요소일 수 있습니다. 유명 브랜드 로고 박힌 옷이나 엑서서리를 착용한다고 돈 많은 사람이나 멋쟁이로 보아줄 것 같은 시대는 이미 지난 듯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니 <노브랜드>로 전체를 꾸미기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로고플레이 패션은 한두개 아이템을 이용해서 적당히 따라 할 수 있고, 짝퉁이라도 이용하면 되겠지만, 올드머니 스타일은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는 로고 없는 옷에 비싼 돈을 투자하기 망설여지고, 짝퉁도 로고가 없으니 의미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비슷한 느낌이기는 쉬울까?

 

앞서 언급한 로로피아나의 니트 셔츠는 왜 비쌀까요? 브랜드 가격이 없지는 않지만 우선은 원단 자체가 고급스럽고 비싸며, 만듬새가 우수합니다. 일단 원단은 캐시미어, 울 같은 천연소재입니다. 따라서 올드머니 <룩(look)>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좋은 원단을 고르는 안목과 좋은 원단에 지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좋은 원단으로 품질 좋게 만든 브랜드 없는 옷은 드물고, 가격대가 적당한 브랜드라 하더라도 원단과 품질이 받쳐주면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 가격에 이 브랜드를 사야 해?>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거죠.

 

유니클로도 캐시미어로 옷을 만들면 10만원 중반까지 가격이 올라갑니다~!

 

아울러 좋은 원단은 그만큼 관리도 까다롭습니다. 캐시미너 니트를 그냥 세탁기에 넣고 빨 수도 없고, 매번 드라이 맡기려면 유지비도 많이 들죠. 집에서 세탁하려면 단독세탁을 해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의 투자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특히 여성의 경우) 미니멀한 스타일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하면 맥시멀 한 스타일 대비 액세서리가 눈에 띌 수밖에 없고, 그만큼 더 신경 써야 하며, 이건 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의미합니다. 즉, 맥시멀 한 룩의 액세서리는 옷차림 자체가 화려하므로 가격에 상관없이 옷과 어울리면 무방하지만, 올드머니 룩에서는 옷차림이 분위기를 만들고 액세서리가 정점을 찍는 느낌이기에 품질과 가격, 디자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죠.  

 

또한 저렴한 원단으로 스타일만 미니멀하게 만든 옷을 입으면 옷의 광택, 직조감, 몸에 감기는 느낌 등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생각한 대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게 입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자칫하면 조잡한 짝퉁을 걸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적절한 스타일을 갖추기의 어려움

 

소위 올드머니 룩이라는 옷차림은 추구하는 바가 각각 개인의 개성이라기 보다는 특정한 집단(세습된 부자)을 지향하고 있기에 개인의 약점을 감추거나 회피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일반인뿐 아니고 진짜 세습된 부자여도 마찬가지죠. 얼굴, 표정, 피부, 몸관리, 행동, 취향 등이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있는 <부티나는 사람> 느낌이어야 올드머니 룩과 어울립니다. 예를 들어 고프코어 룩이 에베레스트쯤은 한두 번 오른 듯한 분위기를 풍길 필요는 없는 것과는 다릅니다. 문제는 이런 <부티>는 타고나거나 아니면 진짜 금수저라도 그것을 꾸며내기 위해서는 옷값보다 더 많은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올드머니 룩은 유행할까?

 

티 안나는 옷을 비싸게 사야 한다는 점, 비슷한 제품을 골라도 결국 원단과 품질이 <룩>에 있어 중요하기에 옷의 가격이 기본적으로 비싸진다는 점, 옷으로 커버할 수 없는 <스타일>이 받쳐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저런 기사, 유튜브 등의 설레발과는 달리 올드머니 룩은 쉽게 유행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화려하고 복잡한 트렌드가 현시점에서 어느 정도 피로감을 자아내는 것은 사실인 바, 적절한 SPA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미니멀한 느낌에 브랜드마다의 한 끗을 더해서 <새롭게 해석했다고 주장하는> 올드머니 룩 정도가 유행할 수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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