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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조너선 델 마가 말하는 자신의 베토벤 교향곡 판본 (베렌라이터 판본)

by 만술[ME] 2023. 5. 9.

 

아래 글은 베를리너 필하모니커 자체 레이블로 발매된 사이먼 래틀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 음반에 수록된 조너선 델 마의 "NEVER JUST ONE SOURCE - Jonathan Del Mar on his edition of the Beethoven symphonies"를 번역한 것입니다. 출판사 이름을 따서 베렌라이터판이라 부르는 조너선 델 마 편집의 이 베토벤 교향곡 악보는 출간 후 음악계에 큰 파장을 안겨주었습니다. 요즘도 여전히 옛판본에 20세기 초반 스타일의 장중한 베토벤 연주를 추구하는 지휘자들도 있지만, 베렌라이터 판본은 시대연주 운동과 함께 베토벤 연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새로운 연구가 (일부) 적용된 가디너의 92년 "합창" 녹음으로 이 판본에 대해 처음 접했고, 한때 이 녹음을 가지고 이곳저곳에서 비교 청취를 하면서 모종의 시대연주 및 새로운 판본의 전도사 역할을 했었습니다. 참고로 베렌라이터 판본에 의한 최초의 교향곡 전곡 녹음은 98년 진먼의 녹음입니다. 

* 당연하지만 이 글의 모든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으며, 개인적인 참고자료로 작성된 (매우 무성의한) 번역인 바, 인용이나 재활용 할 수 없습니다.
* (  )는 원저자의 것이며, [   ]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삽입했습니다.

 

베를리너 필하모니커 자체 레이블로 발매된 사이먼 래틀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 - 조너선 델 마의 베렌라이터 판본을 이용한 현대악기로 녹음된 전곡 음반 중 완성도가 뛰어난 음반 중 하나로 공연 실황 영상을 담은 두장의 BD, 고해상도 음원을 담은 한장의 BD 오디오, 5장의 CD로 구성되어 있고, 고해상도 음원 다운로드와 함께 7일간의 DCH 이용권을 제공합니다.

 

이 음반의 녹음은 조나선 델 마가 15년에 걸쳐 편집하고 1996-2000년에 베렌라이터 출판사가 발행한 악보를 사용했습니다. 발행 이후로 새로운 에디션은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로 2000년에 베를리너 필하모니커에 의해 녹음된 것을 포함하여 여러 다른 녹음에 사용되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의 악보가 확고한 기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놀랄지도 모르지만, 사실 속사정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결정본(Urtext)을 만들려는 편집자에게 오리지널 자필 악보가 모든 세부 사항에서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필사자가 작성한 악보에 작곡가가 추가적인 수정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필사의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오류가 발생하는데, 모든 오류를 작곡가가 잡아낸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출판된 초판 악보에는 나름의 오류가 있습니다. 베토벤이 교정본을 받을 만큼 운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 그는 끊임없이 출판사에 교정본을 요청했지만 요청은 자주 무시되고는 했습니다 – 우리는 그가 모든 오류를 발견했다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중간 필사자의 악보가 없다는 사실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데, 우리는 친필 악보와 초판 인쇄 악보만 가지고 해독이 의문시될 때 어떤 것이 오류이고, 어떤 것이 베토벤이 교정단계에서 행한 수정일 가능성이 더 높은지에 대해 추론하거나, 경험에 의한 추측을 해야 합니다. 첫 세 교향곡과 같은 그의 초기 작품들 중 많은 작품은 심지어 베토벤의 자필 원고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출판사에서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버렸을 것입니다. 따라서 작곡가가 최종적으로 의도한 대로 작품을 재구성하는 것은 상충되는 근거들의 복잡한 얽힘을 풀어내는 기나긴 추론 작업을 의미합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친필 원고의 스캔본에서 새로운 베렌라이터 판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문서는 현재 베렌라이터에 의해 멋지게 출판되어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롭고 획기적인 이 독특한 걸작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베토벤의 고뇌를 우리로 하여금 보고 체감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제 아버지인 지휘자 노먼 델 마와 저는 인쇄된 악보와의 차이점을 주목하면서 이 판본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저는 점차 베토벤의 독특한 필체를 읽는 법을 익혔습니다. 베토벤은 정리 안되고 부주의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는 전혀 타당하지 않은 오해입니다. 악기마다 따로 표시한 스타카토, 포르테, 피아노를 보면서 미세한 디테일까지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고에 지속적으로 놀라게 됩니다. 이 모든 세부 사항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할 때도, 심지어 돋보기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의 악보는 이런 각별한 노력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이렇게 수십 년 동안 지휘자들을 걱정시켰던 몇몇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부 해독은 자필악보를 통해 결정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제9번의 1악장 재현부로 이끄는 지속적인 [그림 1]과 같은 리듬의 트럼펫과 드럼의 타격과 같은 경우입니다. (인쇄보에는 [그림 2]와 같은 음형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자필악보를 해독함으로써 이것이 베토벤에 의한 수정이 아닌 필사자의 오독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원전 자료에 있어 일부 – 베토벤이 일정 부분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필원고나 초판 등 – 는 판독에 있어 모호함이 없지만, 명확한 일관성을 도모하려는 선한 의도를 가진 편집자에 의해 나중에 수정된 경우에는 베토벤의 의도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가 제9번 첫 악장의 (111과 378마디의) 첼로 파트의 몇몇 음표인데, 1990년 사이먼 래틀 경과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단지 무엇인 정확인 것인지 아는데 만족하지 않고, 베토벤이 일관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행히 이 경우는 설명하기 어렵지는 않은데, 이전 마디로 부터 기대되는 음표가 멜로디에 대해서 병행 2도를 유발하는 문제를 작곡자가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들은 보다 광범위한 조사를 필요로 합니다. 제9번 트리오의 종지부를 향하는 부분에서 우리는 바이올린이 관악기와 함께  D -D- C# - C# 모티브를 수차례 반복하는 것을 듣곤 했습니다. 친필 악보는 길게 이어지는 D음으로 이와 전혀 다른데, 아마 베토벤이 나중에 [우리가 흔히 듣는 것 처럼]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초판 인쇄본 악보는 불가사의하게도 D음으로 이어지는 것과 함께 D - D - C# - C#의 스타카토를 (한 번뿐이지만) 모두 지니고 있는 이상한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결국 베토벤이 최종 수정을 가한 필사자의 악보를 탐구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마인츠의 쇼트 사무실(지금은 뉴욕의 줄리아드 원고 컬렉션에 있습니다)에서 탐구한 이 매혹적인 (때로는 혼란스러운) 문서의 대부분은 두 명의 평범한 필사자에 의한 것이었는데, 애처로운 베토벤의 짜증이 묻어나는 수정으로 온통 채워져 있었습니다. 앞에 언급한 트리오의 이 구절을 담은 페이지만이 이상하게도 깨끗했습니다. 더구나 초판본과 거의 동일한 모순되는 텍스트임에도, 베토벤이 가한 수정은 없었습니다. 베를린 국립 도서관의 자잘한 문건들을 조사하기 시작하고서야 저는 사라진 연결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연결점은 앞서 말한 마인츠 악보의 폐기된 원래 페이지로 [앞서 말한 마인츠의 악보는] 베토벤의 수정이 너무 많아 혼잡스러워서 (더 무능한) 제3의 복사자에 의해 재복사된 것이었습니다. 이 베를린의 악보에는 문제 되는 악구에 베토벤의 자필로 수정된 올바른 텍스트가 있었습니다. 각각의 마디는 관악기의 스타카토와 대비되게 처음에는 D로 이어서 C#으로 [그림 3]처럼 붙임음으로 되어있었습니다. 확실히 드러나는 이 효과는 [베렌라이터 판본에 의한] 최근의 녹음들에서 명확히 들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베토벤의 자필악보 같은) 초판 발행시기에 이미 무엇이 진정한 베토벤의 의지인지 불분명해지곤 했기에 한 두 가지의 출처만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그래서 오류가 어디서 비롯했는지 각 출처들의 연결고리를 재구성해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베토벤 교향곡과 관련한 문제 중 가장 풀기 어려운 동시에 가장 악명 높은 문제는 제5번의 스케르초에 대한 것입니다. 20세기 후반 수십 년간 많은 지휘자들은 마지막 악장으로 이어지는 스케르초로의 회귀 이전에 스케르초와 트리오 전체가 반복된다는 확실한 지시를 베토벤의 자필 악보가 담고 있어, 스케르초 악장이 5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의 발견에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초판 출판본은 이런 표시가 전혀 없었습니다. 반복 지시가 없었습니다. [초판 출판본의] 해당 악장은 스케르초, 트리오, 스케르초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바로 종악장으로 이어집니다. 출판사가 베토벤의 지시를 잘못 이해했던 것일까요? 양측을 대변하는 많은 논쟁과 논란 끝에 체코 시골의 얼어붙은 성에 일부 남아 있는 원고들이 결정적인 증거의 조각임이 밝혀졌습니다. (1841년 안토닌 드보르작이 태어난) 넬라호제베스의 로브코비츠 재단에 보관된 이 일부 원고들과 다른 증거들로부터 추가적인 반복이 초연 이전에 이미 한 리허설과 다른 리허설의 중간 과정에서 삭제되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크게 안도할 수 있었지만, 일부 지휘자들은 기존의 “발견”에 대한 애착 때문에 베토벤의 초기 아이디어에 덧붙여진 그 부분을 버리는 것에 못마땅해하고 있습니다. 

 

아래 논의되는 제9번 교향곡의 호른 부분



한편 기존에 문제시 되지 않던 곳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기다리기도 합니다. 제9번의 마지막 악장에서 터키풍 행진곡이 허둥대는 듯한 긴 푸카토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음악이 거대한 D장조 “Freude” 합창을 준비하며 잦아들 때, 호른이 [그림 4]와 같은 리듬의 연속적인 F# 옥타브를 연주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왜 그 열두 번의 동일한 [그림 4] 리듬이 후기 베토벤에 있어서 뭔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베렌라이터 판본의] 출판을 위해 마지막으로 자필 악보를 점검할 때에서야 (그 공포스러웠던 순간을 잊을 수 없는데) 제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노래하고 있던 이 작품이 제 앞에 놓인 베토벤의 자필악보와 다르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있어야 될” 것 보다 많은 붙임줄이 있었습니다. 음표 하나씩, 저는 처음 보는 것처럼 이 악보를 읽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악보에 적힌 음악은 정말 처음 보는, 누구도 보지 못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이게 타당하기나 한 것일까? 저는 이 부분이 나중에 베토벤에 의해 [우리가 아는 악보처럼] 수정된 것으로 확신하면서 베토벤이 꼼꼼하게 검토하고 수정한 필사자의 악보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악보는 자필악보처럼 수정된 부분이 전혀 없었습니다. (베토벤이 교정본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초판 인쇄본을 살펴볼 때에서야 붙임줄이 없는 익히 알고 있는 판본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오직 한 개의 원고에서만 (베토벤이 아닌) 누군가가 너무 기괴해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이거나 (어쩌면 이쪽이 더 가능할 것 같은데) 초판 인쇄본에 견주어 “정정”하기 위해 수정된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정당한 원전 텍스트가 제 앞에 있었기에 그것을 출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얘기하며, 과연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출판 전에 이미 오케스트라들이 제9번의 연주를 준비하면서 자신들의 옛 악보를 수정하기 위한 목록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요구했던 사람이 사이먼 래틀 경이었습니다. 보낸 뒤 두려운 마음으로 폭풍이 몰아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죠. 다음날 전화가 울리고 “이 호른은 뭔가요?”라고 묻는 친숙한 목소리가 귀에 울렸습니다. 전 “그게 베토벤이 쓴 대로랍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제가 할 일을 했고, 원전 텍스트를 넘겨준 겁니다. 그게 제대로 구현되는 건 당신에 달려 있어요!” 뭔가 설명을 해야 한다면, 베토벤은 D장조의 폭발하는 “Freude”를 터뜨리기 위해 필요한 고요함을 되찾기 위해 푸가토에서 만들어낸 모든 에너지를 소진시킬 필요를 느껴서 리듬을 원만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음악학자들이 다루어야 할 문제입니다. 토론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내용들은 모두 개별적인 세부사항일 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음악이 영성, 아름다움, 드라마, 투쟁을 전달한다는 것, 그리고 베토벤의 곡에서는 각각의 음표 하나하나가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윗 글에 언급되는 음표들

 

(비교청취를 통해 쉽게 들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정 사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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