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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RIP 올리비아 뉴튼-존 (Olivia Newton-John)

by 만술[ME] 2022. 8. 11.

이런저런 경로로 들으셨겠지만, 올리비아 뉴튼-존(Olivia Newton-John)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늘 그렇듯 그녀에 대한 극히 개인적인 감회를 올릴까 합니다.

 

 

제 유소년 시절에 외국가수의 뮤직비디오는 TV의 특집 방송이나 음악 프로그램(당시는 쇼 프로그램이라 불렸죠)의 한 꼭지를 통해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과 달리 FM은 팝 음악 중심이었고, 가요는 주로 AM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올리비아 뉴튼-존을 알게 된 것은 더 이전일 수 있겠지만, 제가 <사랑에 빠진> 사건은 전에도 언급한 <Magic> 비디오를 통해서였습니다. 영화 <제너두(Xanadu)>의 개봉 시점(1980), 해당 뮤직 비디오의 시점(1980), 그리고 TBC를 통해 시청했다는 기억(1980년 11월 폐국)을 생각하면 1980년 가을 정도로 생각되지만, 제가 칼라(국내 칼라 방송 시작은 1980년 말 KBS)로 시청한 것 같다는 희미한 기억도 고려하면 아마도 1981년 초 정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죠.

 

 

 

[문제의 바로 그 공연 영상]

 

 

우연히 보게된 이 영상에서 그녀는 제게 말하는 것 같더군요. <For you~>하면서 내미는 손가락이 저를 가리키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그녀로 인해 BGM이 아닌 <음악>을 듣게 되었습니다. 카세트 라디오로 FM을 틀어놓고, 공테이프를 걸어 노래가 나오면 녹음해 다시 듣곤 했죠. 그녀 덕분에 80년대 팝에 대해서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그럭저럭 대화가 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사회분위기도 그랬지만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집안> 이야기였습니다. (외)할아버지가 노벨상 수상자인 명문가 출신이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막상 그 할아버지가 다름 아닌 막스 보른이라는 것을 제가 알게 된 것은 이미 <양자역학의 통계적 해석>이나 아인슈타인과의 관계, 뒤늦은 노벨상 수상 등에 대해 단골 안주로 떠든 지 수년이 흐른 다음이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 우상과 물리학의 우상이 할아버지-손녀 관계라니!

 

무려 빌보드를 10주간 점령했던 <Physical>(할아버지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라 이런 노래를 했다는 아재개그도 있었습니다만)과 관련해서는 해외 문물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이던 사회에 걸맞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Physical>의 뮤직비디오는 헬스장에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뮤직비디오와 <Physical>이라는 제목을 엮어서 이 노래가 운동을 장려하는 노래라는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방송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래기들의 행태는 다를 바 없는 걸 생각할 때 정말 모르고서 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자기들 마음대로 정해놓은 국민정서/국민수준을 생각할 때 <이제 우리 둘은 정신적으로는 알만큼 아니 육체적 관계로 돌입하자>는 노골적인 가사를 정직하게 소개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섹시 콘셉트>의 노래가 <국민체조> 노래로 둔갑한 거죠.^^    

 

 

 

[국민체조 시~~작!]

 

 

영화 <그리스>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저는 괴작 SF 뮤지컬인 <재너두(Xanadu)>도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른 세상의 존재 입장에서는 지구의 남자들이 다 똑같아 보인다는 설정도 재미있었고, 30이 넘은 나이에도 올리비아는 정말 뮤즈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스>는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전 오히려 <재너두> 보다 늦게 보았구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들먹이지 않아도, 아들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이미지와 존재는 미적 감각과 정서에 작용할 것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 올리비아 뉴튼-존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녀가 어머니와 비슷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머니 외모의 서양 버전, 연예인 버전이었던 거죠. 어쩌면 그 시절 이후로도 오랜 기간 그녀의 이미지, 노래를 여전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부고를 접하면서 새삼스레 (무려 몇십 년이 지난 뒤에야) 한 시대가 갔구나, 그리고 나의 청춘도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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