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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Met Live HD 영상

by 만술[ME] 2016. 2. 2.

사실 이 글을 쓰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메트에서 온 메일에 담긴 사진 한 장 때문에 이 장대한(?) 글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디어 Met Opera on Demand에 2015/16 첫 HD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바로 작년 10월 3일의 <일 트로바토레> 실황인데, 안나 네트렙코의 첫 메트 <일 트로바토레>이자 뇌종양 진단을 받은 흐보로스톱스키의 루나 백작 복귀 무대(이자 시즌 마지막 공연), 자이직의 25주년 무대, 그리고 이용훈의 메트 <일 트로바토레> 데뷔 무대로 이런저런 화재성을 가진 공연입니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좀 더 상세히 보완하면, 2015/16 시즌의 정확한 첫 공연 일자는 9/25일이며, 따라서 네트렙코와 이용훈의 데뷔, 흐보로스톱스키의 복귀는 9/25일이 정확합니다. (흐보로스톱스키의 시즌 마지막 루나 백작은 이날 공연이 맞습니다) 자이직의 정확한 25주년 공연은 10/10일 자입니다.]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얼마전 PBS를 통해 공중파를 타기까지 했으니 On Demand로 풀어도 뽑아먹을 것은 다 뽑아 먹었다고 할 수 있는 영상이죠. 사실 같은 프로덕션은 2011년 4월 30일자 공연이 HD 영상으로 있고, BD와 DVD로까지 발매되어 있는데, (같은 아르밀리아토 지휘로 라드반놉스키, 알바레즈, 흐보로스톱스키, 자이직이 노래합니다.) 같은 프로덕션의 새로운 영상을 찍은 데는 네트렙코가 가장 큰 이유겠죠. <맥베스>의 경우도 같은 프로덕션을 네트렙코가 나온다고 새로 찍었으니 비슷한 경우겠습니다. <맥베스>는 BD와 DVD도 네트렙코 버전만 발매되었습니다.



루나 백작의 지고지순 사랑 이야기?



아무튼, 메트에서 이 공연을 홍보하고 있는 이미지는 바로 위의 것입니다. 주역 4인방 중에 아주체나야 워낙 천대받기는 합니다만, 인지도 없는 이용훈이 불렀다고 만리코를 이리 박대하다니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레오노라와 루나 백작의 사랑 이야기인 줄 알겠습니다. 사실 레오노라가 저 놈에게 몸 주느니 차리리 수녀가 되고말지 하다가 그도 안되니 그럼 약먹고 죽고말지하는 캐릭터여서 그렇지, 루나 백작 입장에서야 (스스로) 얼마나 지고지순한 사랑입니까! 사실 흐보로스톱스키 같은 사람이 루나를 부르면 그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이런 남자 사랑하지 않는 레오노라가 이상해 보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루나는 백작이고, 만리코는 집시의 아들이니)


아무튼 이번 시즌에서 이용훈은 <팔리아치>와 더블빌로 진행되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투리두를 잘 소화해내고 있으니 (대타였지만, 이번 시즌 ROH에서도 같은 역을 두 번 불렀습니다) 언젠가는 메인 이미지에 자리 잡을 날도 오겠죠.^^


[혹시 관심 있으실 분을 위해 감상평을 짧게 하자면, 2011년 영상보다 좀 밝아졌습니다. 그래서 자이직은 나이를 더 먹었음에도 젊어진 느낌이랄까요?^^ 연출과 카메라 워크는 좀 더 디테일 해진 느낌인데, 다만 로우앵글 패닝이 너무 잦다는 느낌입니다. 네트렙코의 연기야 늘 그럴듯하지만 노래가 걱정이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잘 부르더군요. 음정도 잘 맞추고요.^^ 흐보르스톱스키는 워낙 루나 백작을 잘하지만, 이번 영상은 더 감정이 배가된 느낌입니다. 아울러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들숨 소리도 기존 영상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터주대감 자이직은 88년 메트 데뷔이래 무려 이번 시즌까지 56회를 아주체나를 불렀는데 여전히 매너리즘 보다는 설득력이 있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이용훈은 초반에는 좀 약하다는 느낌인데, "Ah, si ben mio..." 부터 이어지는 "Di quella pira"까지 폭발력을 보여줍니다. 이 순간만큼은 쟁쟁한 세명에 눌리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보이더군요. 같은 프로덕션의 BD가 발매되어 있지만, 네트렙코 덕분에 아마 BD도 발매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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