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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EIDF와 오행산에 깔린 루빈스타인

by 만술[ME] 2014. 8. 28.

EIDF


이번주는 EIDF 주간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작품에 관심이 가고, 방송시간이 오후, 밤~자정지나서이고, 다시보기도 첫 방송 후 일주일이면 끝인 관계로 본방사수는 아예 포기하고 사실상 모든 작품을 녹화하기로 했습니다. 몇달전 외장하드를 새로 마련하면서 기존에 쓰던 외장하드가 남게 된 덕분인데 (녹화기능은 별도 포맷을 해야해서 컴퓨터용과 별도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간 TV에 달아만 놨지 그리 활용하지는 않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거의 하루종일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EIDF와 연계하여 EBS가 방송하는 것을 보면 예전만은 못하지만, 아직도 거의 몰빵 수준인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자사가 주관하는 행사라 하더라도 다큐영화들을 일주일 동안 거의 하루종일 새벽까지 방송하고, 작품에 따라 재방, 3방까지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KBS도 말로만 시청료의 가치를 이야기 하지말고, 자사 FM을 통해 실황 중계하고 있는 교향악 축제 같은 것을 한달 내내 1TV로 실황중계를 하는 과감함을 보여주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이런식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 계속하면 <독립영화관>도 편성에서 제외하겠다는 협박이 들리는 듯 하네요.^^)


아무튼 EIDF가 시작한 지 며칠 지났지만 동물 나오고 오지 나와야 다큐라 생각하는 분들은 한번 쯤 관심있는 작품을 골라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




오행산에 깔린 손오공이라기 보다는 책에 깔린 루빈스타인



얼마전 지인과 루빈스타인과 푸르니에 등이 연주한 실내악 음반에 대해 카톡을 나눴습니다. 페반이 되어 현재 구하지 못하는 음반 때문에 제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낱장으로는 없고 루빈스타인 박스에 들어 있을 것 같아 집에 가서 찾는데, 루빈스타인 박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역사상 한방에 가장 많은 음반이 들어있는 박스로 기록을 남긴 박스니 크기도 제법 커서 쉽게 어디로 없어지기는 힘든데,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박스 형태가 넓적한 관계로 뭔가 쌓아놓기 좋아서 그 위에 책을 쌓아놓고, 앞쪽에도 음반들을 늘어놓아서 잘 안보인 것이었더군요. 오행산에 깔려 신음하는 손오공처럼 책들에 눌려 있는 우리 루빈스타인 영감님을 보니, 아무리 주요 음반들은 이미 별도로 낱장으로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박스를 한번 듣고는 책들에 깔려 존재감 없게 만들어 놓은 게 좀 미안하더군요. 그렇다고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위에 올려놓은 책들을 좀 가벼운 것으로 교체해 주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음반, 책, DVD/BD가 어떤 체계로 정리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라 무조건 집안 어디건 틈만 보이면 구겨넣을 수 밖에 없는 지경(이야기 할때는 믹스 앤 맷치 방식의 보관법이라 주장합니다만)에 이르렀음에도 (그나마 책의 상당 부분은 본가에서 구박받고 있습니다) 뭔가를 파고들라치면 음반이건 영화건, 책이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겁니다. 가끔 와이프가 자기와 아이들 구역으로 설정된 곳에 팔레스타인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 처럼 제 책이 슬금슬금 틈을 찾아 끼어들어가는 것을 뭐라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이 어느날 각성을 해서 자기방에서 음반과 책을 몰아내기 위한 인티파다를 시작한다면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예술가와 직장인 사이


요즘 한겨레 신문에 구자범 전직 지휘자이자 현직 자막번역가의 칼럼이 올라오고 있는 데 정말 재미 있습니다. 얼마전 칼럼에서는 악단원들이 음감이 좋은 지휘자를 상임이나 음악감독으로 선호하지 않는 다는 내용이 다루어졌습니다. 사실 교향악단이라는 곳도 애호가들에게야 예술가 집단으로 보일지 몰라도 막상 거기서 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장이고 능력과는 별개로 선호하는 스타일의 직장상사라는 게 있게 마련이죠. 세상 돌아가는 이치라는 게 어디나 다 비슷한 법입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몇번 언급했지만, 음반사도 예술적 사명 때문에 음반을 만들고, 최고의 녹음을 만들어 내지 않습니다. 이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본이죠. 최근에 논란이 일었던 <설국열차> 블루레이의 암부문제도 비슷한 사례라 생각됩니다. 제가 아직 작품을 구입하지 않았고 (행여 보정판이 나오나 하는 생각에 미루었는데 그건 물건너간 것 같구요) 샘플 이미지들을 (집에서 컴퓨터를 전혀 안합니다) 회사의 대충 세팅된 모니터로만 볼 수 있기에 왈가왈부 할 수도 없고, 문제를 삼으신 분들이 문제가 있으니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품의 품질에 있어 불량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거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기업이나 담당자는 대부분 사명의식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평균이나 가면 잘하는 거죠. 큰 문제만 없으면 그만입니다. 더구나 <설국열차> 블루레이를 몇개의 회사에서 발매할 수 있지 않다면, 그래서 소비자에게 사거나 말거나의 선택지만 있다면, 그리고 사고나서야 그 심각성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죠. 


애초에 기업 입장에서 <말 듣고 보니 문제가 있기는 있네> 정도의 문제가 기업에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리콜 된다면 그게 대단한 일이겠지요. 그냥 그에 대한 방법은 <설국열차>가 보고 싶어도 안사는 것 이외에는 없어습니다. 그냥 최소한 그 친구들이 돈은 못벌게 하는 것 말이죠.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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