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드라마]소위 말하는 자막 고소 대란에 대해서

by 만술[ME] 2014. 7. 2.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의 불법 자막 제작/배포자에 대한 고소에 대해 (개인적 목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고 배포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온라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중 이번 고소 사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1. 미드라는 것이 국내에 인기가 있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공헌이 바로 이 자막 제작 및 배포자 덕분인데 이제 이들의 노고로 인기가 있고 좀 밥벌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는 도독놈 심보다. 자막 제작/배포자 아니었다면 TV에서 해주는 <CSI>를 미드의 전부라 생각할 사람들이 덕분에 <왕좌의 게임>도 보게 되고, 또 그 덕분에 책도 팔리고 그러는 것 아니냐. 국내의 미드 위상은 상당 부분 자막제작/배포자들 덕분이다.  


2. 미드를 보는 사람들은 일종의 덕후들로 이 사람들은 돈 주고라도 볼 사람들인데 돈 주고라도 볼 방법이 없고, 설사 굿다운로드로 나와 있다고 해도 화질이 엉망인 것은 물론, 자막의 질도 아마추어 자막보다 못한 수준이다. 우선 돈 주고 볼 수 있는 환경, 제대로 된 자막 번역이나 해놓고 고소를 하든지 해라. 특히 미드는 의학, 범죄 등 전문분야의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 데 국내 정규 자막들의 질은 이 전문성에서 매니아들이 번역하는 것 보다 한참 뒤질 수밖에 없다. 


3. 아울러 고소하려 하는 자막 번역가/배포자들이 미드의 하드코어 애호가고 최대의 고객인 것을 모르고 적반하장으로 고객을 고소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바로 이 사람들이 오피니언리더고, 정규 판본이 나오면 얼마라도 가장 먼저 돈 내고 사볼 사람들이다. 



*   *   *



1. 국내에서 미드가 인가가 있으면 제작사(또는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뭐가 좋을까요? 누군가 자기가 만든 작품을 좋아해 준다는 기쁨 말고 말이죠. 인기=보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더구나 불법 다운로드로 미드가 유통되는 가장 큰 공헌자 중 하나가 자막을 불법으로 번역해서 배포하는 사람들입니다. 아울러 돈 주고라도 정식 발매가 되면 사보겠다는 (입으로만 떠는 사람들이 아닌) 진짜 가망 고객들을 위한 부가판권 시장 자체를 말살하는 것도 이런 불법 배포가 큰 원인입니다.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자기가 팔려고 하는 상품이 인지도는 엄청나게 높고 선호도도 높지만, 무상으로 취득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있고 정식 루트를 통한 배포보다 더 빠른 시간에 불법적 배포가 가능한 시장보다는 인지도는 없지만, 광고나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을 통해 팔아서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즉, 불법 미드의 유통은 케이블 TV, DVD, BD 등의 시장 자체에 진출할 여지 자체를 아예 말살하고 있습니다. 


DVD 초창기에 제법 많이 나왔던 ㅡ <X-파일> 같은 미드는 무려 우리말 더빙까지 넣어 출시되기도 했죠ㅡ 미드들이 지금 어떤 상황이던가요? 덕후님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고화질, 고음질을 지원하는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정규 발매의 현황은요? 이게 다 스스로 덕후라 하시는 분들이 시장 자체를 말살시킨 덕분 아니던가요? 그래놓고 시장을 자기들이 만들었는데 숟가락 올린다고요?


아울러 소위 국내에서 알아주는 미드들 중에 본토에서 히트 못 한 것을 발굴해낸 것이 있나요?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국내에서 어떤 특정 미드가 인기가 있다면 그건 그 작품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이지, 심미안을 가진 미드 애호가가 엄선한 미드에 대해 자막 열심히 만들고 열심히 불법 배포하고 홍보해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니가 잘나서 그 드라마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라는 게 아니고 원래 잘만들어진 드라마라고, 미국 사람들 모두 열심히 본 드라마라고요.


2. 돈 주고라도 보겠다고 하지만 과연 해외 발매 블루레이나 DVD 또는 해외 다운로드 서비스 등을 이용해서 정식으로 돈 주고 영상을 확보하고 언어적 문제 때문에 불법 자막을 싱크해서 보시는 분 계신가요? 우리는 미드를 무척 좋아하고 돈 주고라도 볼 의향이 있기 때문에 영상은 정상적으로 구입하고 어쩔 수 없이 자막은 불법이란 것을 알지만 배포해서 보고 있다고 하신다면, 제작사 경영진이 아마 감동해서 국내 다운로드 배포 화질을 올리고. 블루레이 정식발매 드라마 가짓수를 늘리고 할겁니다. 고소도 다 취하하고요. 매니아라시니까, 기꺼이 돈 내시겠다니까 국내에 미드의 시장을 만드시는 분들이라니까, 이렇게 조금만 더 고생해 주세요. 옛날에 니콘에서 풀프레임 DSLR 나오면 바로 지른다는 분들 많았어요. 그중에 막상 나온 뒤 몇 명이나 지르셨을까요? 한때 미드 그 자체와 동일시되던 <24>는 다들 보셨겠죠? <24>는 전 시즌이 DVD로 나와 있습니다. 가지고 계신 분, 손!...ㅋㅋㅋ


국내 정규발매의 자막이 문제 많은 건 이해합니다. (번역 문제는 영화도 책도 마찬가지예요) 저 같은 경우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의 괴리가 심하면 그냥 알아듣고 말지만 좀 미묘한 부분은 영문자막을 띄워 확인하곤 합니다. 대부분 아예 영화나 드라마를 통으로 말아먹는 오역보다는 좀 꺼끔거려 (관계에 따른 말투, 전문 용어의 오역 등) 드라마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정도죠. 제작사가 돈 벌고, 그 돈 벌어주는 고객이 꾸준히 피드백하면 점점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발된 영상물로 미드 보시면서 동호회 등에서 어떤 시즌 특정화의 대사에 대해 제대로 된 번역 등을 배포하고 토의한다면 제작사도 문제 삼을 일이 없을 것이고요.  


3. 제작자 입장에서는 자기 상품을 돈 내고 사주는 사람들이 고객입니다. 다운로더들이 정식 유통 채널만 있다면 기꺼이 돈 내고 볼 분들이라면, 영화의 경우에 국내 개봉작은 사실상 전부이고 미개봉작까지 상당수 출시되고 있는 DVD와 블루레이 시장은 고사 직전인지 이유를 좀 말씀해 주시죠. 품격 높은 미드를 불법으로 다운받아 보는 매니아들과 헐리웃의 싸구려 영화를 불법으로 다운받아 보는 대중과 동급으로 취급하지 말라고요? 그냥 두 부류 분들끼리 서로 싸워보시죠. 아마 금방 자기 뺨이 얼얼한 것을 깨닫게 되실 겁니다. 



결론 : 국내에 돈 주고라도 볼 제대로 된 미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불법 동영상을 불법 자막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동영상과 불법 자막 때문에 제대로 된 미드 시장이 (뿐만 아니라 부가 판권 시장 자체가) 초토화된 것이랍니다. 그리고 정규 자막의 품질 어쩌구 하면서 핑계대지 말고 솔직하게 그동안 공짜로 최신 미드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자막도 없고 영어는 딸리고, 그래서 기분 나쁘다고 하세요.


추신 : 남의 나라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챙겨봐야 할 정도의 사명감을 조금만 다른 곳에 활용하시면, 드라마를 보는 삶이 아니라 드라마 같은 삶을 사실 수 있을 겁니다.  


MF[ME]


붑법 다운로더에 대한 제 생각은 <나는 왜 불법 다운로더들을 싫어하는가 ㅡ 그건 니들이 범죄자라서가 아니야> 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