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리 퀸의 책을 읽은지는 대학도 들어가기 전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Y의 비극"이 끝이 었다 생각되네요.
저는 엘러리 퀸의 책들을 즐겨보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첫째로 (안그래도 XYZ만 나오면 지겨워 죽겠던 시절이니) XYZ의 비극이라는 제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퀸"이라는 이름도 웃겼기 때문이죠. 당시의 제 편견에 의하면 늙은 할머니가 추리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었는데 (그래서 마플 씨리즈는 읽지도 않았습니다) 작가 이름부터 "퀸"이라뇨. 더구나 탐정이 제대로 교육도 받지 않은 아마츄어에다 귀머거리라니! 당시에는 정이 안갔습니다. 특히 Y의 비극은 범인이 Y라는 것도 마음에 안들었죠. 흉포한 지능범이어도 모자랄판에 범인이 알고보니 Y였다니! 물론 X의 비극의 A=B=X인 설정도 맘에 안들었습니다.
아울러 엘러리 퀸과 바너비 로스를 넘나드는 정신 없는 작가의 뒷이야기는 지금에 비해 극히 "모범적인" 사고를 지녔던 당시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엘러리 퀸은 저에게 있어 내팽겨쳐진 작가였는데 얼마전 검은숲에서 국명시리즈를 완간하고 비극시리즈를 내면서 우선 X와 Y를 출간한 이벤트로 한권만 구입해도 (인조)가죽 책갈피를 주고 (그런데 저는 진짜 가죽 책갈피도 안쓴다는게 함정), 두권을 모두 구입하면 머그잔을 주는 이벤트를 하길래 이벤트에 눈이 어두워 두권 다 질렀습니다. (아마 머그컵 이벤트는 물량이 떨어진듯하니 확인해 보세요)
책의 디자인이 위 사진에 보이는 무진장 두꺼운 띠지 없으면 좀 심심해 보여 띠지를 보관해야 한다는게 조금 단점이고 머그컵이 생각보다 고급스럽지는 않고, 제 추천으로 구입한 동료중에 뜨거운 커피에 얼음 넣었다가 깨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을 보면 아주 튼튼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여기까지가 본론(?)이고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나이먹고 보는 비극시리즈는 어릴적 보았을 때보다 확실히 더 재미가 있더군요. 우선 당시는 연극인 출신에 귀머거리 탐정이란게 우선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반면, 품위 있게 잰체하는 드루리 레인의 캐릭터가 마음에 듭니다. (X의 비극을 보면) 기껏 편지 한장에 요즘으로 따지면 은퇴한 안성기에게 찾아와 사건 해결을 부탁하는 섬 경감과 부루노 검사는 그야말로 귀요미 캐릭이구요.
이미 읽어 범인과 해결 과정을 알고 있음에도 두권다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곳곳에 배치된 추리의 근거들, 그 근거들이 나타날 때마다 작가가 레인의 반응을 어떻게 처리하고, 문장을 어떻게 처리해서 독자를 살짝 속이거나 힌트를 주는가에 집중하면 더 내용이 재미 있어지구요. 아무튼 두권 사이에 읽으려 주문한 책이 (저는 문학>인문학>문학의 순서로 읽습니다) 하루 늦게 배송된 덕에 연달아 읽었는데 그 몰입감은 대단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재기발랄(?)한 엘러리 퀸 보다는 노익장에 뭔가 품위가 있는 레인쪽이 더 마음에 끌리는 듯합니다. 아울러 레인의 추리가 더 번잡하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섬 경감과 부루노 검사의 레인에 삐졌다, 다시 의지했다,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봤다하는게 재미 있고 마음에 듭니다. 탐정이 똑똑하면 형사는 왓슨스러워야 제맛!
MF[ME]
*6월 중순 Z의 비극과 최후의 사건이 함께 출간되는데, 이때는 이벤트로 빨간 머그를 줄 예정이라 합니다.^^
*세계3대 추리소설 드립은 예상대로 일본에서 비롯한 것을 국내서 가공해 만든거군요. (링크) 참고로 뿐만아니고 원래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니 하는거 의미 없습니다. 음악 제법 많이 듣는 저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이 뭔지 몰라요^^.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인가? 아님 브람스가 아니고 차이콥스키? 또는 브루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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