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들에서 어느정도 짐작하셨겠지만, 회사의 사정이 많이 안좋아졌고 반드시 그 이유때문은 아니지만 십여년간 정들었던 회사를 얼마전에 떠났습니다. 예전 사장님께서 퇴직하시면서 회사와 거래하던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가셨는데, 고문직을 유지하는 가장 큰 장점으로 소득의 문제가 아닌 4대보험의 해결이라며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께 고마워하시는 것을 보고, 저도 회사에서 운영하는 재택근무를 선택했습니다. 당장 퇴직금을 받지는 못하지만 3개월간 급여의 70%를 받으며, 보험문제가 일단 해결되기 때문이죠.
[시우의 아이폰 셀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기에 생존을 하고자 했다면 몇개월 또는 일년정도 더 다닐 수 있었겠지만, 이미 회사가 생각하는 가치와 제가 생각하는 가치가 너무 큰 간극을 보이고 있었고, 그냥 선배들(이제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의 과오를 그냥 제가 맡아 해결하겠다는, 그래서 선배들과 연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아마 그 조차 힘들것 같았습니다.
결국 제가 사의를 표명하자 저와 함께 일했던 차장급 세명도 같이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저로 인해 갑자기들 실직자가 되게 생겨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무튼 사실상 퇴사를 하게 되니 마음이 정말 편합니다. 그간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버리더군요. 다닐땐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생각할 정도였고, 그만두더라도 꼭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3주차에 접어든 지금의 생각은 치료가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드네요. 다들 얼굴도 좋아졌다고 하구요. 지난주 퇴사한 직원들, 남아있는 직원들과 저녁을 했는데 다들 표정이 너무 밝습니다. 두명은 이미 진로를 결정했고요.
저는 놀면 음악도 많이 듣고 책도 많이 읽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바쁩니다. 퇴사한 후 다음주 초반까지는 주중에 스케쥴이 꽉차있고, 어떤날은 점심약속, 저녁약속이 한날 있기도 합니다. 밥사주는 분들, 만날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주 사회생활을 못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어떤 경우는 구체적으로, 다른 경우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잡오퍼도 받고 있구요. 물론 어떤 퇴사하신 상무님께서 해주신 말대로 현재의 취업문제는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뽑는 쪽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제 상황탓이 있기에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는 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아무튼 좀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볼까 합니다. 그냥 다니면 다니던 회사에서 부사장 정도는 올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제가 부사장 달 때까지 회사도 유지되리라 생각했던 플랜A는 이제 물건너 갔으니, 동종의 회사에서 비슷한 직책을 수행하는 플랜B는 물론이고 전혀 다른 삶을 사는 플랜C도 준비해야겠습니다. 아울러 이전 회사에 대한 감정은 좋은 추억 말고는 다 잊으려 합니다. 미련과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면 다른 삶을 살 수도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실제로 그만두신지 반년이상 되신 임원분이 몸은 떠났어도 아직 마음은 회사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보고 그 미련과 아쉬움 때문인지 아직 새 직장을 마련하시지 못하신 걸 보고 그분이 과거를 털지 못하시면 미래도 없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새여자를 사귀려면 옛 여자는 잊어야죠.^^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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