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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父傳子傳 또는 시우와 만술

by 만술[ME] 2011. 12. 6.
요즘 미술에 취미를 갖고 실력을 발휘하는 시우의 동향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전에 부터 느낀 것이지만 시우가 뭔가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 보다는 새로운 것이 주어지면 그 원리를 탐구하고 자기 나름대로 개선하거나 표현하는 쪽에 강하다는 생각이었는데, 미술을 배우면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술적 영감이 있다기 보다는 다른 분야의 재능이 미술이라는 형태로 표현 된다는 느낌이라고 학원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 그 다른분야는 수리와 논리, 관찰력 등입니다.

해서 우연치 않게 이런 저런 두종의 테스트를 받아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수리, 논리, 추리, 공간지각 등에 있어서는 대단히 뛰어나지만 (1%이내) 언어 표현, 대인 관리, 사람의 감정 읽기 능력 등에서는 많이 미흡한 (일부는 하위 10% 이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창의력의 범주로 볼 때 기발한 작가 보다는 멋진 편집자의 능력을 보이고 있구요. 결국 "예술" 보다는 자연과학쪽이 보다 적성이 맞는다는 거죠.  


묘한건 결국 시우가 제 단점도 빼 닮았다는 겁니다. (장점도 많이 닮았죠) 언젠가 회사에서 제게 기획팀을 맡으라며 "너 같은 아이디어 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을 때 제가 거절한 논리는 "제 그릇은 뛰어난 작가가 아닌 좋은 편잡자일뿐"이라는 것이었는데, 시우도 비슷하네요. 직원들에게도 이야기 하는게 "내가 하는 모든 업무는 사실상 논리학이나 수학의 영역"이며 직원들이 내놓은 각종 테이타(시장조사, 계약관계, 법률검토 등)를 가지고 논리적인 결론을 전략으로 포장할 뿐, "그 사실의 검증은 내 능력 밖"이라 하면서 "팀원은 변호사 팀장은 판사"라고 이야기 하곤 하죠.

인간관계도 비슷합니다. 시우가 친구들과 잘 놀기는 하지만, 먼저 친구와 놀기를 원하는 경우는 전혀 없을 정도인데 솔직히 저도 비슷합니다. 직업상, 직책상 수많은 인간관계가 있지만 그건 오피셜한 삶에서의 이야기고 퍼스널한 삶에서는 새로운 만남을 엄청나게 꺼리고 먼저 누군가에게 손내미는 일은 절대 없죠. 또한 회사에서는 수없이 많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군중들 앞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하지만, 막상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식당에서 웨이터 부르는 것도 꺼려할 정도죠. 

본인은 유치원에 다니는 걸 무척 싫어 했지만 유치원 선생님은 시우가 유치원 선생님을 따르고 친구들과 잘 놀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시우가 아빠의 이런 저런 단점들까지 고스란히 이어 받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와이프가 극단적으로 굴곡을 보이는 이런 저런 시우의 테스트 결과를 보고 그냥 다른 아이들 처럼 모든 항목이 평균이나 그보다 조금 위에서 고르게 분포하는 아이였음 좋았을텐데 하며 걱정하는 걸 보면 제 부모님도 저 때문에 골치 깨나 썩으셨지 싶네요. 예전에 사부님이 시우의 사주를 보며 "정말 잘 키워야할 아이"라 하셨는데 그 의미를 이제 알겠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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